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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3년 12월
평점 :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가족의 죽음.
배우자의 죽음과 딸의 투병이 연달아 이어지고 그 상실의 과정을 받아들이는 작가의 내면이 서술된다.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등장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평온한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필사적으로 죽음을 부정한다는 강한 확신을 준다.
안 좋은 기억의 시기를 자세히 기억하기 어려운 증상을 나도 겪고 있는데,
되새기고 기억하려고 하지만 번번이 그 구간의 기억은 지워지는 그런 증상이다.
엄마의 투병과 죽음과 관련된 시기여서 나도 죽음에 대한 책에 자꾸, 자주 끌려들어 와 읽게 되는 면도 있다.
남겨진 나를 스스로 위로하려고 하는 행동인지, 이 부재의 상황을 타인의 경험에 기대어 동질감을 얻어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주지시키려고 하는 행동인지 모르겠다.
죽음이라는 '급작스러움'과 '불가역성'을 생각하다 보면 늘 무의미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예상보다 꽤 잘, 빨리 읽히는 글이다.
- 삶은 빠르게 변한다.
삶은 순간에 변한다.
저녁을 먹으러 자리에 앉는 순간, 내가 알던 삶이 끝난다.
자기 연민이라는 문제. - 9
- 비애란 것은, 맞닥뜨리고 보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 (...) "우리가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해도, 우리 나이가 몇 살이건 간에, 부모님의 죽음은 마음 깊은 곳을 뒤흔들고 뜻밖의 반응을 일으켜 아주 오래전에 묻어 놓은 줄 알았던 기억과 감정을 헤집어 내지요. 우리는 애도라고 하는 그 불특정한 기간에, 바다 밑 잠수함 속에서 지내는지도 모릅니다. 심연의 고요 속에 머물며, 때론 가까이에서 때론 멀리서 회상을 불러일으켜 우리를 뒤흔드는 폭뢰의 존재를 느끼면서 말이지요." - 38
- 비애는 수동적이었다. 비애는 저절로 생겨났다. 그러나 비애를 다루는 행위인 애도는 주의를 집중해야 할 수 있었다. - 192
- 제러드 맨리 홉킨스의 시가 생각난다.
마거릿, 슬퍼하고 있니 / 골든그로브에 잎이 떨어져서? ... 인간은 시들기 위해 태어났단다 / 네가 애도하는 건 마거릿 너 자신이지.
인간은 시들기 위해 태어났다.
우리는 이상화된 자인이 아니다.
우리는 불완전하고 유한한 존재이고, 외면하려해도 유한성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실을 슬퍼하면서 좋든 싫든 우리 자신을 애도하게끔 되어있다. 우리의 이전 모습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을. 언젠가는 영원히 사라질 존재를.
엘레나의 꿈은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엘레나의 꿈은 노화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 그 누구도 엘레나와 같은 꿈을 꾼 적은 없다(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261
2025. feb.
#상실 #조앤디디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