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자신의 쓰기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여러 소설들을 빌어 말하는 창작, 인간의 생에 대한 고찰.신성과 경이에 대해서도 여러 번 말하지만, 그런 경험이 그다지 없었기에 그 점은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물은 젖었다. 같은 말 같기도 하지만,신중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일면 고요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떤 책을 읽거나 누군가의 말을 듣다가 무언가가 불러일으켜지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아마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흩어져 있는 것을 한데 모으기', 즉 생각하기입니다. - 6- 가로질러 올라가는, 가야 하는 존재다. 인간은. - 71- 말의 변질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한 시기에 존중을 표현하기 위해 쓰이던 단어가 다른 시기에는 무시하기 위해 쓰인다. 한곳에서 존중하기 위해 사용되는 표현이 다른 곳에서는 조롱하기 위해 사용된다. 말은 자율적이지 않다. 말의 운명은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정해진다. 그러니까 말의 타락이라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말은 타락할 줄 모른다. 스스로 숭고해질 줄 모르는 것처럼 타락할 줄도 모른다. 타락한 사람들이 말을 더럽힐 뿐이다. 이렇게 쓰이던 말을 저렇게 쓰면 그 말은 더 이상 이런 말이 아니게 된다. 적어도 그런 뜻으로는 쓰지 못하게 된다. - 102- 불합리한 충동의 에너지가 항상 더 크다. 사랑은 오랫동안 쌓아온 견고한 합리의 성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혐오와 차별은 나름의 합리적 논리를 그 안에, 주로 궤변의 방식으로, 튼튼하게 무장하고 있어서 깨뜨리기가 어렵다. 그 안에서 지내는 사람에게 적에 대한 혐오나 조롱의 말은 그와 그의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울지언정 허물로 지적되지 않는다. 장려될지언정 제어되지 않는다. 반성과 성찰은 그 논리 밖으로 나오지 않는 한 이루어지지 않는데, 합리적 설득을 통해 그 튼튼한 논리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것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은 불합리한 충동이며 부조리한 일격인 사랑밖에 없다. - 105- 언제까지 걸을 거라고 미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 걸을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걸을 수 없는 순간이 올 때까지 걸으면 된다. 언제까지 쓸 거라고 미리 결심할 필요가 있을까. 글을 쓸 수 없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쓰면 된다. - 2512025. jan.#고요한읽기 #이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