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사무친 인간의 연속되는 최악의 선택.한 사람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자원인 가족에서 경험하지 못한 안정감을 사회에서 찾으려면 종교라는 대체재가 거의 유일한 것일까?직장이든 친구든 결국 인간은 홀로 서야 하는 존재이니, 심리적인 공허함을 종교에서 찾는 게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지도.종교에 딱히 흥미를 느껴본 적이 없어서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다.그리고 위안이 되는 애착을 결국 찾지 못하고, 자신이 받지 못한 것을 결국 타인에게도 줄 수 없는 인간으로 드러날 수 없다는 점이 비극.김성중의 이야기는 기묘한 불유쾌함을 환기시키는 경우가 많고, 그게 특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그 불편한 느낌이 무척 시각적이라는 부분까지.- 그러나 죄에 비해 벌을 적게 받으면 다른 값을 치러야 하는 법이다. 무신론자들의 신, 양심이란 벌 떼가 귓가에서 윙윙대기 때문이다. - 9- 어떤 아이가 사랑이 없는 곳에서 자라야 한다면, 그 아이에게 아무도 모르는 내면이 있고 거기에 자신이 통과한 세계를 옮겨 놓는다면 10대의 내 일기장과 비슷하지 않을까? 모든 문장에 날이 서 있었다. 분노와 서글픔, 자기 영역을 갖지 못한 야생동물의 조심스러운 보폭과 경계심이 느껴졌다. '자기영역'이란 한 존재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소와도 같은 것이다. - 12- 환상적인 사람들, 정확히는 '환상 속에 고립되는 사람들'은 언제나 제가 매혹되는 타입인데요. 이들은 '환상을 발명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가난이나 폭력처럼 메울 수 없는 결여뿐만 아니라 부족한 애정이나 인정을 자기 힘으로 채울 수 없을 때, 어떤 이들은 자기만의 환상을 만들어 몰두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인간에게 경이를 느끼는 지점이 이것입니다. 어떤 인간도 텅 비어 있지 않아요. 빈자리를 폭력이든 중독이든 뭐로든 채워 넣습니다. 메울 수 없는 공허함을 가진 사람에게 '캠프'의 '교수'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어떤 '환상'을 제시해 주면 채택하기가 쉬워지는 거지요.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삼았지만 제가 정말 들여다보고 싶던 것은 그런 사람 안에 뚫려 있는 터널 같은 마음이에요. - 작가 인터뷰 중2025. jan.#두더지인간 #김성중 #위픽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