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일기
박소영.박수영 지음 / 무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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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항상 취향과 호오를 물어가며 차려주고 싶은 마음.

살리는 일, 보살피는 일, 그런 일들에 진지한 이들을 보면 늘 경외감과 부채감이 동시에 든다. 그래서 그런 작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세상을 참 불편하게 살아간다 싶은 사람들은, 그들 내면에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겨버린 것인데, 이전의 무지 상태로 속 편하게는 아무래도 살아 갈 수 없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기에,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그들이 별것 아닌 일에 웃기도 하고 좋은 일도 날마다 생기고 그런 삶의 숨구멍이 많았으면 좋겠다.

- 넓고 쾌적한 공간은 어떤 계절에 유독 폭력적이다. 기업이 광활한 공간을 시원한 공기로 채우면 열기는 고스란히 바깥에 있는 이들의 몫이 되고 만다. 그들이 뿜어낸 열기가 곧장 취약 계층과 야외 현장 노동자 그리고 억압받는 동물들을 향할 거라고 생각하자 기업이 '제공한' 시원함에 몸서리쳐졌다. 이런 생각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면 더울 때 덥다는 말을, 추울 때 춥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해버리는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어지기도 했다. - 14

-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제는 냉담한 얼굴로 예술 바깥에 서 있는 일이 꽤 잦다는 것이다. 예술과 예술가에 품었던 과거의 선망이나 동경 같은 것은 이제 없(는 것 같)다. 그런 존중을 받아 마땅한 작품과 사람은 매우 드물뿐더러, 우리의 존중이 가야 할 곳 역시 거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138

- 무언가를 보려는 의지가 있을 때 인간은 그 의지를 어떤 식으로든 실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먼 거리를 이동함으로써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고, 전에 없던 도구를 발명해 냄으로써 목표를 달성한다. 나는 인간의 이런 면이 위대한 동시에 징글징글하다고 느낀다. - 167

- 한 학생이 강아지 같은 얼굴로 소영에게 던진 첫 질문은 "개가 귀여워요? 고양이가 귀여워요?" 였다. 학생들은 당장 '개파'와 '고양이파'로 나눠 토론이라도 할 것처럼 신이 난 표정이었다. 진심으로 부러웠다. 일등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썩 기쁜 것 같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로 "우리가 하나의 다른 종을 귀엽다고 여기는 마음에 어떤 위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부드럽고 단호하게 말한 것이다. 마치 그런 인기라면 사양하겠다는 듯. 그의 진심이 모두를 긴장시켰던 그 순간,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어쩐지 저 사람은 믿어도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 추천의 말 중

2024. oct.

#자매일기 #박소영 #박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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