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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ㅣ 시의적절 7
황인찬 지음 / 난다 / 2024년 7월
평점 :
난다 출판사의 시리즈. 시의 적절하게 시인의 이야기를 매달 출간하고 있다.
흥미로운 기획이라 살펴보니 8월까지의 시인 리스트에 읽어본 시인이 셋? 넷?
한 달간의 일기처럼 시와 에세이가 있다.
어떤 날은 흥미롭고, 어떤 날은 조금 지루하기도 하다.
일기라는 것이 그런 것 아닐까 싶다.
오은 시인의 5월도 읽어볼까 싶다.
- 시를 통해 시의적절함을 헤아리는 일은 어쩌면 적절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ㅏ. 시라는 것은 때가 어긋났기에 가능해지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그 부적절함 덕분에 할 수 있는 생각이 또한 있겠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시대착오적인 것, 때에 어울리지 않는 것, 그리하여 어딘가 어색하고 낯선 것, 그것은 비단 시만의 성격이 아니라 우리 삶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점에 기대어 이 책을 엮어보았습니다. - 10
- <여름의 빛>
무심코 내려다본 운동장
축구하는 애들
그늘에 앉은 애들
혼자 운동장 구석을 걷는 아이가 하나
계속 보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여름의 빛이 뜨겁게 쏟아지고 있었고
선생님의 목소리와
운동자의 소리가 섞여 사라졌고
삶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그날 처음으로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그애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은
종이 울려서
다들 일어나기 시작했다
- 선택하는 일보다는 포기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게 더 쉬우니까. 다치지 않으니까. 욕망을 갖지 않으면 부끄러운 일을 피할 수 있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부끄럽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부끄럽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으면 부끄럽지 않았다. 미워하지 않으면 부끄럽지 않았다. 별로 자랑할 만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자기기만이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태도라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포기할수록 나는 더욱 부끄러운 인간이 되었다. - 48
- 끝없이 계속 떠오르는 그것들에 구조를 부여하고, 서사를 만들어내고, 때로는 직접적으로, 대개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형해화하여서, 시나 소설 따위를 자꾸 써내려갔다. 나의 수치스러운 부분을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어낼 때마다 쾌감을 느꼈다. 그 쾌감 속에서 가끔은 구원받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48
- 내가 시쓰기를 계속하며 알게 된 것은 문학은 구원의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구원은 문학의 밖에 있거나 어디에도 없으며,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구원을 향해 나아갈 결심을 하도록 아주 조금 돕는 일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문학이 그릴 수 있는 이야기란 결국 당연한 이야기거나 당연해야 할 이야기일 따름이니까. - 95
2024.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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