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극히 리얼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글을 읽는데 좀 지친 상태다.그래서인지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들 임에도 큰 흥미를 끌지 못한 채 읽어버리기만 한 것 같다.어디에선가 자신의 삶과 운명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겨우 스물하나였던 나는 그게 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런 내면의 균열이나 변화가 필요하다는 예감은 하고 있었다. 상해야 한다면 돌이킬 수 없게 상하고, 다쳤다면 그 다쳐버린 상태를 내보일 수 있는 무른 마음을 갖는 것. 하지만 그때는 그런 마음의 형질을 헤아릴 수가 없었고 너울처럼 나를 덮는 나쁜 상태를 이기기 위해서는 더 견고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 13,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꼬마가 담장 너머로 홀짝 넘어간 뒤 더는 달아나지 않고 대치하면서, 기오성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이라고 말할 수 없는 여러 압력들이 생각난 그는 당황했고, 꼬마가 재차 묻고 나서야 페퍼로니에서 왔어, 라고 답을 했다고 했다. 페퍼로니가 뭐였는데요? 함께 출연한 게스트가 묻자 그는 글쎄요, 하더니 잠시 말을 끌었다. 그러고는 결국 아무 데서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라고 했다. - 160,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2024. jul.#우리는페퍼로니에서왔어 #김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