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 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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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하는 부모, 글을 써야 하는 작가. 두 가지의 정체성이 써 내려간 일기.

착실하게 때로는 의욕 부진으로 띄엄띄엄 써 내려간 일기가 하루하루 채워나간다는 개념 없이 지내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자라나는 아이를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도 일면 이해가 되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어서 그럴까 관조하게 되는 그런 기분.

그러나 늘 재미있게 읽게 되는 작가라 살짝살짝 웃으며 읽게 된다.


- 처음 일기를 쓴 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어서였다. 흔적 없이 사라진 하루들이 쌓여서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됐다. 계절이 바뀌고 나이를 먹었다. 인쇄가 잘못된 책처럼 인생의 페이지가 듬성듬성 비어 버린 기분이었다. 그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일기를 쓰자,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자, 기록이 다시 기억이 될 수 있도록. - 16

- 요즘은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낸 것만 같은 시간과 경험이라도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었다는 생각. 말하자면 모든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거웠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 53

- 어제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면서, 내 일기는 있었던 일들과 그것에 대한 약간의 코멘트, 그리고 푸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스타일을 조금 바꿔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깊은 사유와 성찰, 전망과 고뇌... 같은 것을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치만 음, 쓸 수 있었으면 진작에 쓰지 않았을까? - 190

- 일단 한고비는 넘겼다 생각하며 남아 있는 다음 마감들을 생각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지금 내 심정에 꼭 맞는 표현을 며칠 전 박서련 작가가 쓴 2017년 5월 6일의 일기에서 발견했다. 이런 표현이다.
어떤...... 막막함이...... 중첩되었다. - 211

- 스톡홀름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던 악셀 린덴은 어느 날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 목장으로 내려가 양을 치기 시작했다. 목장 생활을 시작하고 두 번째로 맞은 봄, 5월 6일의 일기를 린덴은 이렇게 썼다.
다들 느끼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속 불가능하다. 이 세상에 지속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세상이 지속 가능했던 적도 없다. 그런데 다들 별일 아닌 척한다. 좋은 생각이 있는 척, 바꿀 수 있는 척한다. 왜들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
내말이. - 212

2024. aug.

#매일쓸것뭐라도쓸것 #금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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