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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황무지
S. A. 코스비 지음, 윤미선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2월
평점 :
하이스트 무비 장르의 하드보일드한 이야기.
재정적으로 궁지에 몰린 부양가족 줄줄이 딸린 가장 보러가드.
가족을 등진 범죄자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숙명..
범죄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데, 재밌다는 추천 하나만 믿고 읽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그래봐야 범죄자... 어차피 강도 짓이나 하겠지 하는 시큰둥한 마음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차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닌데, 질주 하는 묘사는 정말이지 숨 가쁜... 긴장감이 최대치가 되고,
도대체 이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했다.
전혀 믿을 구석 없는 인간과 협업을 해야만 하는 경제적 곤란도 아내인 키아의 말대로 뭐든 팔고 일을 하면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긴 했다. 그러면 이야기가 안되겠지만.
가난한 삶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사는 이들에겐 성실하게 무언가를 한다는 선택지보다는 범죄에 빠지는 게 훨씬 쉬운 선택지임을 새삼 느끼게 한달까.
충분히 숙려되지 않은 허술하고 즉흥적이고 촉박한 알콜중독자와 약쟁이 전과자들의 범죄 설계에 좀 실소가 났지만, 국토의 규모가 다르고 다인종 구성의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극심한 별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뭐... 받아들일 수 있다.
- 운전할 때 쫄면 져. 경주가 끝나고 엔진을 전부 재조립할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지기 마련이야. 저 목표까지 가는 것 외엔 뭣도 중요하지 않다는 마음으로 밟아야 해. 씨발, 차를 훔친 것처럼 몰란 말이야. - 22
- 그는 다 마신 커피 컵을 싱크대에 두면서 소박한 꿈과 예상 가능한 꿈을 꾸는 것 중 무엇이 더 슬픈가를 생각했다. - 48
- 보러가드는 슈코르체니 씨의 선한 의도를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제퍼슨 데이비스 소년원의 여타 직원들과는 다르게, 슈코르체니 씨는 보러가드를 실패한 인생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슈코르체니 씨가 몰랐던, 혹은 이해할 수 없었던 사실이 있다면 보러가드와 같은 아이들은 선택할 수 있는 사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아버지도 없었다. 보러가드에게 허락된 가족은 구멍 난 타이어와 운수 나쁜 하루가 겹치면 신경쇠약으로 무너질 어머니, 극도의 빈곤에서 살다 죽어간 조부모 뿐이었다. 보러가드와 같은 아이들에게 대학이란 꿈과도 같은 곳이었다. 슈코르체니 씨는 보러가드에게 화성에 가보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 131
2024.may.
#검은황무지 #SA코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