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살인자 쿠르트 발란데르 경감
헨닝 만켈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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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은은하게 열정적으로 다 읽고 나니 허전한 맘이 들었다.
그런 조금 느리게 템포의 건조하고 일상적인 범죄 시리즈를 다시 한번 만났다.

발란데르 형사 시리즈인데, 사실 이게 언제까지 출간될 지, 다음 편이 언제 나올지 막연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점 때문에,
미리 사둔 이 시리즈의 삼 편이 나오고서야 첫 편을 읽기 시작한다.

1990년대 배경의 혼잡한 도시라기 보다는 한적한 외곽 도시의 형사.
아내는 떠났고, 다 자란 딸은 방황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흘러버린 아버지는 치매가 의심되고, 관할 지역에서는 이민자와 관련이 있는 듯한 강력 범죄가 일어났다. 
급변하는 세상에 환멸을 느끼는 발란데르는 몹시 지쳐있고, 그럼에도 범인을 잡아야하는 사명감을 벗어던지지는 못한다.

이민자의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은 삼십년 쯤 지난 우리나라의 이민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혐오, 편견을 비추어 볼 수 있다. 그런 뒤숭숭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올바르게 살아갈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 뒤숭숭한 순간에 그의 의식은 온통 단 한 가지 욕구에 차 있었다. 벗어나기, 달아나기, 사라지기, 새 삶을 시작하기. - 128

- 그는 특별히 철학적 사색에 마음이 기운 적이 없었고, 자신을 탐구 할 필요를 느낀 적이 없었다. 그에게 삶이란 해결이 필요한, 난무하는 현실적 의문들이었다. 앞에 놓인 무언가는 피할 수 없었다. 그가 아무리 의미를 부여하려 해도 바꿀 수 없는 무언가. 몇 분간의 고독은 전적으로 또 다른 무언가였다. 아무 생각 없이 자리에 앉아 귀를 기울이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그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 161

-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발란데르가 말했다. "이 모든 일 뒤에 뭐가 있는 걸까요? 네오나치? 유럽 전역과 연결된 인종차별주의자? 어쨌든 누가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걸까요? 갑자기 길에 나타나 생판 모르는 사람을 쏜다고요?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누군들 알겠나." 뤼드베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런 자들과 공존할 각오가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지." - 286

- "너무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발란데르가 말했다.
"끊임없이 실수를 해도," 뤼드베리가 말했다. "자넨 결코 포기한 적이 없어. 자넨 룬나르프에서 살인을 저지른 자들을 잡길 원했지. 그게 중요한 걸세."
(...)
그는 다시 그 폭력성에 대해 생각했다. 다른 부류의 경찰이 요구되는 새 시대. 우리는 올가미 시대에 살고 있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공포가 고조될 것이었다. - 364


- 살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는 법이야. - 17

- 무력한 부부에 대한 야만적이고 무분별한 폭행이 그를 두렵게 했다. 이곳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 26

2024. apr.

#얼굴없는살인자 #헨닝망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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