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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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기억, 노아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정.

그러나 노아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고, 여러 상황의 생존자들에 대한 이야기.

총기난사 사건도, 자살 유족의 이야기도, 성폭력 생존자, 이민자, 인종 차별, 해외 입양 문제까지...
초반까지는 최근 자살 유가족의 고통에(남은 자들 역시 생존자가 되게 만드는) 대한 이야기를 읽어서, 아.. 또 이렇게 연결되는 독서구나 싶었는데 꼭 그런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집중도는 조금 떨어진다.

생존한다는 것이 이토록 피로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도.

- 총기 규제는 너무 우려먹는 거 아니에요? 누군가 식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인종', '이민자'와 같은 예민한 단어는 최대한 자제하자고 편집장이 다시 말했다. 그럼 뭘 쓰지? 모두 그런 표정으로 편집장을 바라보았다. 아직 너무 이르다고. 편집장은 예전에 비슷한 이슈를 다룰 때와 똑같은 이유를 댔다. 그 어느 쪽도 상처 주지 않겠다는, 휴머니즘을 가장한 비겁한 중립 선언이었다. - 20

-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오래 생각했어요. 나와 함께 이 야만적인 세상을 견뎌야 할 사람들이 그들이니까요. - 45

- 폭력의 기억은 지문처럼 지워지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몸으로 배웠다. - 56

- 인간들의 삶은 더 구차해졌는데 단어들만 고급스러워졌네, 젠장. - 72

- "네 메일을 열 때마다, 우리가 오래 서로 떨어져 살았지만, 폭력이라는 이름 아래 크게 다르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현진이 차분하게 말했다. 예전 모습이 언뜻언뜻 보였다. 나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먼 길을 달려오며 보았던 풍광을 묘사하듯 담담하게 말했다.
"오랫동안 분노와 슬픔이 함께 밀려오는 날들 속에 있었어." - 99

- 여름 숲 이후에 모든 게 잘 흘러갔을 거라고 상상했던 리사의 삶이 꼭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건 몹시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숲에 어떤 맹수가 살고 있는지 모두 알 수 있을 만큼 우리 인생은 길지 않았고, 하나의 결핍이 채워지면 또 다른 허기가 입을 벌리고 있다는 상상은 언제나 가능했다. - 190

- 하루의 마지막 빛을 끌어모으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작은 빛이라도 마음에 품고 오늘을 건너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2024. feb.

#세개의빛 #임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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