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0
이장욱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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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불어오는 습하고 뜨거운 열풍이 느껴지는, 공허하고 끝끝내 폐허의 이미지로 남는 이야기다.

어쩐지 등장인물 모두 얄팍한 종이로 만들어진 인간같이 기류에 흔들리며 팔랑대는 위태로운 느낌이다.
그렇게 최종의 날을 위해 팔랑팔랑 살아가겠지... 싶은.

제목을 읽고도 자꾸 뭐였더라 하게 되는.

- 나에게 망망대해는..... 무겁게 밀려오는 파도의 세계입니다. 밀려와서 돌아가지 않는 물의 세계입니다. 물의 세계에 잠겨가는 사람의 표정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무슨 말인지는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요? 이미 알고 있지 않나요. 당신도? 우리는 지금 함께 망망대해를 건너가고 있잖아요. - 10

- 연은 가만히 고여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제는 그것이 좋지 않았다. - 96

- "다음 구름에서 쉬어 가요."
연의 중얼거림을 따라서 천이 중얼거렸다. 언젠가 자신이 해본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그 말을 한 것이 한나였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연의 중얼거림이 듣기에 좋았고 듣기에 좋은 것은 따라 하기에 좋을 따름이었다. - 154

- 무덥고 뜨겁고 견디기 어려운 바다를 바라보는 그이들을 상상했다. 죽음이 흔해져버린 세계에서, 국가가 스스로를 방기한 세계에서, 잔여물들만이 남아 있는 세계에서, 불안과 우울만이 남아 있는 세계에서, 바닷가를 산책하는 그이들을 상상했다. 상상은 힘에 겨웠다. 먼 데 수평선이 허공에 걸려있고 그 너머에서 파도가 밀려올 것이다. 외롭다거나 우울하다거나 하는 감정이 사치스러울 것이다. 그이들은 햇빛 속에 잠겨 들듯 더 깊은 물 속으로 침잠해갈 것이다. 그곳에서도 무언가가 발견될 것이다.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 작가의 말

2024. feb.

#뜨거운유월의바다와중독자들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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