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위너 1~2 세트 - 전2권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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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시리즈의 마지막.

뒤따라올 비극에 대해 계속 언질을 주는 서술이 사람을 너무 불안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결국 나름의 해피엔딩일 거라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애정하는 캐릭터들이 해묵은 원한 속에 지지부진한 갈등을 겪어서 얼른 좀 뭐라도 됐으면 하다가도 막상 파국이 될까 걱정하면서 읽었다.
베어타운도 헤드도 모두 우리 마을 같은 친근감이 생겨서 불화없이 잘 마무리 되길 바라는 마음이랄까.. 물론 갈등이 없으면 할 얘기도 없겠지만.

라모나의 장례를 준비하는 티무와 페테르가 부고에 실리는 시구 액자를 보며 키득거리는 장면은 왜인지 선명하게 이미지화 되어 잠시 무척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마을의 중심이 아닌 척했지만 중심이던 라모나의 죽음으로 떠났던 이들이 돌아와 베어타운이야기의 막을 내리는 위너는 적당히 슬프고 상당히 따뜻하게 마무리 된다.

등장 인물들의 나름의 에필로그들을 다 읽고 나니 정말 끝이구나. 싶다.

베어타운 시리즈 흥미롭게 즐겼다.


- 사람들 말로는 나이를 먹으면 지혜로워진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경험만 쌓일 뿐이다. 그 결과 지혜로워지기보다는 시니컬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 - 53

- 미라는 맨 처음 회사를 차렸을 때 동업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 같은 여자 둘이 이 바닥에서 성공하려면 합쳐서 10년의 법률 공부, 합쳐서 30년의 업계 경험, 그리고 정말 평범한 중년 남자의 태연한 자신감만 있으면 돼." - 148

- 우리는 어릴 때는 떠나보낸 사람을 생각하며 슬퍼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자기 자신을 생각하며 더 슬퍼한다. - 195

- 그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페테르는 휴대전화를 꺼내지만 누구에게 연락하면 좋을지 알 길이 없다. 그는 무거운 주먹과 텅 빈 머리를 달래며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결국 티무에게 전화한다. 경찰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고 티무에게. 그해 가을에 베어타운의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이 얼마나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348

- 일요일이 된다. 라모나의 장례식은 고인의 뜻과 다르게 진행된다. 라모나는 살아생전에 자기가 이 땅에서의 생을 마감하면 돼지에게 주거나 꽃밭 거름으로 써도 상관없다고, 요란을 떨면서 이놈 저놈 다 부르지만 말라고 했다. 그런 놈들은 불러봐야 가만히 서서 슬픈 척이나 하고 있을 거 아니냐고 했다. 늘 그렇듯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온 마을 주민이 장례식에 참석한다. - 11

- 결국 정의는 가장 힘 있는 시민이 아니라 가장 연약한 시민에 의해 측정된다. - 196

- 간호사가 누군가를 부르러 올 때마다 그 일당은 하나같이 "대장부터 데려가 달라!"고 애원한다. 그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 페테르를 턱으로 가리키며 조그맣게 속삭인다.
"우리 보병부터 데려가지 말고 대부님을 치료해 주세요!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는 저분부터요!"
페테르는 제발 그 패거리들은 조용히 시켜달라며 티무를 붙잡고 사정하지만 티무는 배꼽을 잡고 웃느라 그들을 말리지 못한다. - 341

- 벤이는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여기서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네 생각보다 더 잘."
이 말은 대도시에게 인정하기 싫을 만큼 엄청난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어디에서든 잘 지내본 적이 없다.
"내가 또 뭘 하면 될까?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이 마을 주민들보다 더 미친 인간들을 찾으면 될까?"
"이 마을 북쪽에서 우리보다 더 미친 인간은 산타밖에 없어." - 372

- 이 숲에서 우리가 딸들에게 저지르는 가장 끔찍한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루트 같은 여자아이는 이례적인 경우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당연히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이례적인 경우는 마야다. 보복을 눈곱만큼이라도 감행하거나 정의를 손톱만큼이라도 구현한 사람들이 자신을 '생존자'라고 지칭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들은 루트 같은 여자아이들의 진실을 알기 때문이다. - 412

- "내가 뭔가를 바꿀 수 있었을까? 눈곱만큼 작은 거라도 내가 그 아이를 막을 수 있었을까?"
우리가 그때까지 저지른 모든 행동과 우리의 존재 자체와 우리가 건설한 사회 전체에 의문을 제기하게 될 저녁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사회란 무엇일까? 그 총체는 무엇일까? 우리가 선택한 모든 것의 총합일 뿐이다. 우리의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결말을 감당할 수 있을까? - 473

- 우리는 악을 물리칠 수 없다. 우리가 건설한 세상의 가장 견딜 수 없는 점이 그거다. 악은 근절하지도 어디 가두지도 못한다. 그걸 없애겠다고 폭력을 쓰면 쓸수록 악은 문 틈새와 열쇠 구멍으로 스며나오며 점점 더 강력해질 뿐이다. 악은 우리 안에서 자라나기에, 어떨 때는 심지어 우리 중에 가장 훌륭한 사람들 안에서, 또 어떨 때는 심지어 열네 살짜리의 안에서 자라나기에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그것에 대항할 무기가 없다. 그것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랑이라는 선물을 받았을 뿐이다. - 486

2024. feb.

#위너 #베어타운시리즈 #프레드릭배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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