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거기에 놓아두시면 돼요 - 2024 서울국제도서전 주관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캉탱 쥐티옹 지음, 오승일 옮김 / 바람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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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느낌이 와닿아 한참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구매.

요양원에서 요양 간호사로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마음이랄까. 

생의 마지막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노년의 인간들에 대한 진심 어린 직업윤리, 그것이 와닿아서 좋았다.

내가 경험한 간병 간호인들이 때로는 진심으로 환자들을 연민하고 존중해 주는 의료인이었고, 때로는 그저 생활인으로서의 적당한 노동을 수행하는 직업인이었던 모습이었던 게 떠오른다. 
이 책 속의 요양 간병인? 간호사?들은 아무래도 이 나라의 환경과는 다르기에 좀 더 의료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걸까.

에스텔의 추억 유품들이 도둑질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싶은 지점도 진심의 시간들이 존재했기 때문이고, 그의 직업적 우울과 무기력함을 누군가는 또 돌보아주어야 하는 게 아닌지 하는 여러모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러나 네가 평생 울고만 살 수는 없다는 남자친구의 말이 무책임한 충고 같다는 생각.


노화와 죽음과 노년의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막막한 느낌이 드는데, 기억을 잃고, 기력을 잃고 생활의 터전을 잃고 요양원에서 보내는 노년의 시간들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해도 쉽사리 그리 되지 않는다. 

존엄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이야기의 마지막도 아주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 토마 부인, 다 어르신 거예요. 부인께서 댁에 계신 것처럼 편히 지내시라고 따님이 다 가져오셨어요.
아이고... 참 마음 아픈 일이야.
마음이 아프세요?
아니... 내가 아니라. 내 딸 말이에요... - 48

- 하도 그 같잖은 스타트업 얘기만 늘어놓는 꼴이 짜증나서 그냥... " 아 저는요, 오늘 아침에 시체를 닦아주는데, 그 시체가 방귀를 뀐 거 있죠!"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거든? 그냥 분위기 좀 띄워보려고? 그 때 걔 표정이 가관이었지... 말을 잇지 못하더라. 
걔가 뭐라고 대꾸해주길 바랐던 거야?
글쎄... 아니 그냥... 같이 웃어주기만 하면, 그걸로 됐지... 근데... 내가 완전 역겨운 인간이 된 기분이었어. 존중심도 뭣도 없는, 그런... 무감각한 사람인 것 마냥. - 74

- 에스텔, 어르신들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게 될 사람들은 우리야. 그 사실을 본인들도 여기 들어올 때부터 안다고. 우리가 가족이나 유모, 친구가 되어드리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기는 쉽지만... 그렇게 될 순 없어. 아침마다 커피를 가져다 드리는 우리는, 그분들에게 단지 자신이 삶의 끝에 다다랐음을 매일 일깨워주는 존재일 뿐이야. - 145

2024. feb.

#꽃은거기에놓아두시면돼요 #캉탱쥐티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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