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브 연락 없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0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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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외계인 구르브와 연락이 두절되어 구르브를 찾아 바르셀로나를 배회하는 외계인의 독백.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열리기 전 일종의 도시 에피소드로 시작한 이야기인데, 인류에 대한 통찰과 세계의 혼돈을 유쾌하게 그렸다.

다양한 형태로 변신이 가능한 이 외계인은 온갖 지구의 레퍼런스를 이용해 여러 인물로 변신하며 지구 생활을 이어가지만, 이해할 수 없는 지구의 상식에 적응하는데 곤란을 겪으면서 가까스로 생활한다. 

결국 마주한 구르브는 심심하기만 한 원래의 별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전하고 자기의 갈 길로 떠나고, 주인공은 또 지구에서 배회한다. 

인간을 조롱하고 있기는 하지만, 조롱의 대상을 애잔하게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낯선 작가지만 출간되어 있는 책은 여러 번 지나치며 봤었는데, 이런 유쾌한 작품을 읽고 나니 다른 작품들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아마 조만간 더 만나게 될 작가일듯 하다.

- 지구인들은 여러 범주로, 특히 부자와 빈자로 나뉘는 모양이다. 그 이유는, 나는 잘 모르지만 그들이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들 중 하나다. 내가 보는 부자와 빈자의 기본적인 차이점은 이런 것 같다. 부자들은 그들이 가는 곳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아무리 많이 손에 넣거나 아무리 많이 소비해도 돈을 내지 않는 반면, 빈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까지 돈을 낸다. 부자들이 향유하는 면세는 이전부터 내려오거나 최근에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고, 일시적인 것이거나 속임수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다 똑같다. 한편 양자의 차이점은 통계로도 증명되는 모양이다. 부자들은 빈자들보다 더 많이 갖고, 더 잘 산다. 부자들은 더 크고, 더 건강하고, 더 멋지고, 더 많이 즐기고, 더 많이 이국적인 곳을 여행하고, 더 좋은 교육을 받는다. 부자들은 덜 일하면서도 생활이 더 안락하고, 옷이 더 많고, 특히 여가 시간이 더 많다. 부자들은 집중적인 치료도 더 많이 받고, 몸을 치장하는 일이나 이미 지나간 일에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 27

-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나는 방금 전에 쇼핑한 모든 물건을 분해한 다음, 양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홀가분하게 걷기 시작한다. - 35

- 내가 볼 때 지구인들은 단순한 산술적 계산에 치중할 뿐 장기적인 안목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을 자각하면 고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닌데도 자기 잘못을 시정하려는 자는 거의 없다. - 62

2023. dec.

#구르브연락없다 #에두아르도멘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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