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 학교
제서민 챈 지음, 정해영 옮김 / 허블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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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읽었던 오바마 픽 소설이 꽤 흥미롭고 재밌어서 이번에도 기대했는데.....

재미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너무너무너무너무 스트레스받는 이야기라 몇번이나 집어던지고 싶었던 책이다.

단 두시간(상황에 따라서는 두시간이나 일 수도 있지만) 집에 아이를 두고 외출했던 엄마 프리다에게 펼쳐지는 악몽.
정신이 없던 모든 일이 꼬여버린 하루 덕에 양육권도 친권도 모두 빼앗기고 불완전한 나쁜 엄마라는 손가락질을 당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내내 갑갑한 기분이 든다.

사실 프리다의 캐릭터도 답답한 면이 많아서, 모든 상황을 잘 해결할 만한 지성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유책배우자인 전남편에게도, 안티백서로 보이는 전남편의 여자친구에게도, 전적으로 편이 되어줄 부모님에게도 소극적이고 애매한 입장만을 취하고 있어 프리다가 느끼는 좌절과 분노를 제대로 이해시키지도 못하고 있다. 자신을 변호하고 보호할 생각보다 해리엇에 대한 죄책감과 부모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충분하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을 더 크게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시종일관 미안해하는 주인공을 지켜보는 일은 쉽지 않은데다, 엄마에게 모든 책임과 두려움과 비난을 짊어지게 하는 비정상적 묘사가 읽는 나를 몹시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엄마학교에서 가짜 딸이 되어주는 로봇 에마뉘엘. 인형으로 온갖 상황실험을 하면서 엄마로서의 자격을 판단하고, 점수를 매기는 행위와, 로봇에게 엄마들에게 가해지는 물리적 심리적 고문은 진절머리가 났다.

이 이야기가 비약적으로 과장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이런 엄마 학교에 엄마들을 가두고 훈계하고 모욕하는 일을 드러내놓고 하지 않을 뿐, 이 사회는 엄마들에게 지나친 과제를 맡기는 게 아닌지 늘 생각한다.
김보라 감독의 추천사에 백프로 공감한다.

흥미롭게 읽었으나, 추천은 섣불리 못할 만한 스트레스다.


- 나는 삶의 모든 부분을 관통하는 하나의 법칙을 찾길 원했고, 두려움을 찾았다. - 앤 카슨, 플레인워터

- 프리다가 다시 한번 사과한다. 그녀는 이것이 여러 해에 걸친 사과의 시작일 것이고, 자신이 결코 벗어나지 못할 구렁텅이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음을 안다. - 23

- 이혼할 때 법원에서 거스트가 그녀의 손을 잡는 것을 보고 르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르네가 프리다에게 물었다. 손을 잡음으로써 분명 그의 기분은 나아지겠지만 프리다의 기분은 더러워질 텐데 왜 손을 잡은 건지. 왜 그의 죄를 사해주는 건지. - 111

- 판사는 그녀가 해리엇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 2시간 남짓한 시간 때문에 해리엇의 뇌가 다르게 발달할 수 있다고 했다. - 128

- 엄마들은 칼이나 가위, 화학약품을 구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할지 상상한다. 처음 학교에 올 때부터 모두가 폭력적인 성향이었던 건 아닌데, 7개월 차로 향해 가는 지금 그들은 모두 누군가를 찌를 수도 있는 사람이 되었다. - 327

- 놀이를 하는 동안 프리다가 묻는다. "엄마 사랑해?"
에마뉘엘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너한테 좋은 엄마였니?"
에마뉘엘이 프리다의 뺨을 콕 찌른다. "엄마 괜찮아."
프리다는 에마뉘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에마뉘엘이 겪은 고통에 대해, 그리고 충분히 진짜 딸처럼 되어준 것에 대해. 그녀는 인형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눈썹의 곡선과 얼굴의 주근깨를 눈에 담는다. 다음번 엄마가 에마뉘엘을 안전하게 지켜줘야 한다. 에마뉘엘을 교사들과 다른 인형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에마뉘엘이 얻어맞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에마뉘엘이 완두콩보다 당근을 더 좋아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 443

- 언젠가 '맘충'이라는 단어에 분노하던 내게 누군가가 말했다. "그런 엄마들도 있어서 그래." '치맛바람'에서 '맘충'까지 '그런 엄마들'에 대한 흉흉한 소문으로 가득한 한국에서, '좋은 엄마 학교'는 디스토피아 소설 속 장소가 아닌 현실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엄마는 양가감정을 느껴서도, 욕망을 느껴서도, 외로워해서도 안 되지만 무엇보다 '복잡한 여성'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나쁜 엄마'인지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엄마가 있을까? 작가는 '좋은 엄마'라는 기괴한 이상향, 나아가 여성에게 부과된 족쇄들의 기원에 대해 슬프도록 서늘하게 질문한다. - 김보라(영화감독) 추천사

2024. jan.

#좋은엄마학교 #제서민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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