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공격적이고 냉소적인 젊은 시절을 지나가족을 이루고 반려 고양이를 맞이하게 된 중년의 여성.작은 생명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아주 사소한 순간을 포착해 그려낸 만화.동물이란 그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가까웠다 멀어지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여기던 어린 시절은 아마도 그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일것이고, 저자의 다른 책들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의 냉소는 세상의 풍파에 의한 것이라고 짐작된다.첫 반려 고양이 루비를 거쳐 펜리스를 만나고, 인간에게 마음을 망설이지 않고 주던 이 두 고양이 이후 젊은 시절의 나와 비슷하게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오씨안을 만나게 된다. 오씨안이 집고양이로 거듭나는 과정은 ‘고양이의 일’이라고만 할 수 없는 세상에서 동떨어져 있다고 여기는 인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양이들이 딱히 귀엽거나 예쁘게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다정하고 위안을 주는 만화.오사 게렌발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오씨안, 내 얘기 좀 들어봐. 나를 못 믿는데도 나는 이해할 거고,나를 우습다 생각해도 상관없어.나도 어렸을 땐 너랑 비슷했어. 너도 나처럼 그런 거야... 뭔가 기준이 되어 주는 좌표가 없달까? 네가 태어난 곳이 네 세상이지. 환경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해도 말이야. 선택권이 없으니 그냥 적응하는 거야. 그러다 좀 더 좋은 상황에 부딪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 다 이상하고, 나쁘고, 불편해 보였을 거야. 정말 너에게 필요한 곳이 거기라는 것도 모르고. - 86- 그녀는 검은 세상 뒤에 숨어 두려움에 떨었다.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그 어떤 기준도 모른 채로 말이다. 나는 그녀가 저지른 모든 잘못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바보같이 내린 섣부른 결정들, 화에 못 이겨 잘못 향했던 길들을 다 이해하기 시작했다. 뭔가가 좋아진다는 게 어떤 건지 그녀는 몰랐다. 언젠가 그녀를 항상 내 옆에 두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많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 1272023. dec.#나의고양이여정 #오사게렌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