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겨울 민음의 시 148
장승리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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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내 손을 잡고 싶어 했을 때 난 책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가신 후 보는 책 족족 밑줄을 그었을 뿐입니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내 온몸에 밑줄을 그어 주세요 그 계단을 밟고 내려와 내 손을 잡아 주세요 - 또, 봄입니다 중

- 거대한 꽃상여에 치여 죽고 싶어 하던 너, 떨어지는 나를 붙잡기 ㅟ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수 있겠니 - 웃으면서 자는 죽음 중

- 살아 있는 것들의 들숨과 날숨으로
하늘은 저렇게 어두워지는데
숨의 총량은
어둠의 총량을
넘어서는 법이 없다 - 키스 중

- 우리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바다는 없다
눈먼 등대가 되어
더 밝은 어둠 속으로 그대를 몰아내는
내 눈동자의 침묵에 대답할 수 없다면
그대,
더 이상 그대 몸속에 그대 키 이상의 파도는 만들지 말기를 - 우리 중

- 난 지쳤어
더 이상 요동치지 않는 방의 심장에 돌을 던지자
잔물결이 밀려왔고
물결 하나를 관 뚜껑처럼 덮고
점점 더 방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난 한 마리의 하혈하는 파랑새가 되고 싶었어
하늘에 걸려 있는 교수대의 목줄을 향해 돌진하고 싶었지 - blue day중

- 가려워서 긁는다 긁다 보니 긁는다 가렵지 않아도 긁는다 눈보라처럼 버짐이 일어난다 창문을 긁고 가는 바람의 메마른 웃음을 분석하고 싶은 밤 네가 내 앞에 서 있다 거울을 통해 자기 등 뒤를 살피던 고양이의 매서운 눈매를 하고 있는 너 네 앞에서 나는 왜 거울인가 - 습관성 겨울 중


2023. nov.

#습관성겨울 #장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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