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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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이동이 그다지 없는, 잔잔히 흘러가는 단편들.
김연수의 소설이 주는 느낌.

- 그 한 문장으로 판매금지가 결정될 수 있단 말인가요?
군부가 판매금지를 시킬 때는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요. 그게 독재정권이 하는 일입니다.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해요. 정권이 싫어하는 게 뭔지를. 그렇게 독재정권하의 사람들은 스스로 내적 검열관을 만들어 가는 거예요. - 16

-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 18

- 어떻게 하다가 이 섬에서 혼자 살게 된 거야?
어떻게 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거야. 그랬더니 이 섬에서 혼자 살게 됐네. - 56

- 난 세상은 점점 좋아진다고 생각해. 지금 슬퍼서 우는 사람에게도, 우리는 모든 걸 이야기로 만들 수 있으니까. 이야기 덕분에 만물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어. 하지만 난 비관주의자야.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비관주의가 도움이 돼. 비관적이지 않으면 굳이 그걸 이야기로 남길 필요가 없을 테니까. 이야기로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인생도 바꿀 수 있지 않겠어? 누가 도와주는 게 아니야. 이걸 다 우리가 할 수 있어. 우리에게는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이 있어. 그게 나의 믿음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은 찾아와. 그것도 자주. 모든 믿음이 시들해지는 순간이 있어. 인간에 대한 신뢰도 접어두고 싶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때가. 그럴 때가 바로 어쩔 수 없이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할 순간이지. 아무리 세찬 모래 폭풍이라고 할지라도 지나간다는 것을 믿는, 버스 안의 고개 숙인 인도 사람들처럼. 그건 그 책을 읽기 전부터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였어.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도 책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그분들은 왜 그렇게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할까? 나는 왜 같은 이야기를 읽고 또 읽을까? 그러다가 문득 알게 된 거야. 그 이유를.
이유가 뭔데?
언젠가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되기 때문이지. - 120

-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다가 “아, 좋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죽음이 찾아오면] 이라는 시의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어, 평생/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라는 구절을 읽을 때였다. - 작가의 말

2023. aug.

#이토록평범한미래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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