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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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층으로 자란 룸메이트의 선택?으로 이어진 길고 긴 인연에 대한 이야기.

특권을 누리는 자신의 삶이 이 세상에 부당하다는 아픈 자각을 가지고 살아간 앤.
그런 앤을 받아들이면서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던 조지.

혁명놀이를 하는 부잣집 응석받이, 가난한 흑인 남자와 사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백인 여자, 슬럼가를 추종하는 소녀팬.이라는 가혹한 평가들 속에서 끝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살았던 앤이라서 어느 정도 연민은 가질수 있었지만,
솔직히 저런 가혹한 평가라는 것에 심정적으로 더 동의하게 되는 건 앤이 결국엔 특권층인 백인 미국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앤의 진심을 알지만 그럼에도...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라고 여겨진 사람들이 여전히 도처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믿음과 신념이 결코 틀렸다거나 망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테지만. 세상은 그럼에도 너무 사악하기 그지 없다고 여전히 느끼고 있다.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시대”를 “외부자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와닿는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다른 책들 보다 조금 비판적인 관점에서 읽게 된 지점도. 그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든의 역할을 앤이 너무 잘 수행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 자신과 오나전히 다른 것만을 사랑할 수 있는 앤기 보기에, 지배계급의 딸들인 그들에겐 영혼이 없었다. 영혼. 앤은 그들에게 기대할 만한 희망은 단 하나뿐이며 그건 스스로를 경멸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 57

- 어린 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에 대해 알게 됨과 동시에 자신이 그 악의 원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누리는 온갖 멋진 혜택들과 좋은 것들이 자신보다 운이 좋지 못한 타인들에 대한 착취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그가 자라난 60년대라는 시대의 가르침이었다. - 340

-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고, 당신 부류의 마지막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350

- 지금껏 이야기한 내용을 보면 앤이 메리빌에서 비현실적인 인도주의자로 통했으리라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그랬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그가 재소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으리라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선동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고 관리자들은 말했다. 그리고 성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고 우리는 말했다. - 536

2023. sep.

#그부류의마지막존재 #시그리드누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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