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설자은 시리즈 1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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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비기닝.

일단 최애 작가인 정세랑 작가의 신작이고, 이것은 시리즈로 출간이 될 예정이므로, 너무 신나게 읽었다.

680년대 통일신라가 배경이라고? 하는 호기심도 생겼고,
정체를 숨긴 여성 탐정같은 주인공의 모험? 사건일지? 라니.
그저 좋다.

읽으면서 아 이것은 어쩌면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 처럼 성장하고 장수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레임이 있었다.

고생 끝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콤비 목인곤도, 여동생을 남동생으로서 장안 유학을 보낸 좀 제정신은 아닌듯한 셋째 오빠 호은도, 산술에 밝은 긍정 여동생 도은도 모두 호감 캐릭터.
자은이 내내 돌아버린거 같다고 경계하고 뜨악하는 호은도 자은의 재능을 알아본 은인?이니까.ㅋㅋㅋ 될성부른 새끼 사자를 벼랑으로 밀어버리고 알아서 살아 올라와보렴... 하는 느낌이랄까.
재주많고 능글한 목인곤과의 관계가 계속 동료일지... 도 조금 관심이 생기는 부분이다.(이래도 저래도 좋을것 같은, 긴 인연이면 좋겠다.)

무엇보다 좋은 캐릭터, 현명한 등장인물들이 많아 독서가 즐거웠다.

속을 알 수 없는 좀 무시무시해보이는 왕의 매가, 매잡이가 되는 자은의 다음이야기가 엄청 기다려진다.

- 호은이 자은을 부른 것은 다음날 조반을 들기도 전이었다. 자은이 들어서자 정리가 매우 절실해 보이는 서고 한가운데 앉아 있던 호은이 온 얼굴로 반가워했다. 그 반가움이 동기간의 그것이라기보다는 기대하지 않았던 판을 이긴 도박꾼의 것이라 자은은 역시 빈정이 상했다. 재기어린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뻔뻔한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그새 고민이 많았는지 눈밑의 그림자는 짙어지고 턱밑의 그림자는 사라져 화는 다소 누그러졌다. - 64

- “자은 공이, 바로 귀댁으로 가서 도와드릴 겁니다. 제가 모시고 갑지요.”
목인곤이 자은 대신 흔쾌히 수락의 말을 했다. 자은은 기가 막혀서 인곤을 돌아보았다. 이 식객 놈이? - 74

- ”내일부터는 티내지 말고 왕성하게 먹게. 평소처럼.“
“평소에...... 내가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식객이 너무 먹는다고?”
“아니, 보기 좋게 먹는다고 여겼네.”
자은은 인곤이 답잖게 눈치를 보는 게 우스워 달랬다. - 93

- “자네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큰일날 뻔했군. 자네의 눈이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자네의 손이 내가 빚지 못하는 것을 빚을 수 있어 든든하게 여기고 있네. 서라벌이든 어디든 자네가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는 곳을 찾을 때까지 편히 곁에 있어주면 좋겠어.”
그런데 인곤은 자은의 칭찬을 반기지 않고 뜨악해했다.
“으...... 어울리지 않아. 전혀 어울리지 않아. 나는 설자은이 데면데면해서 마음에 드는 것이네. 잘 보관한 맵쌀처럼 습기가 없는 게 좋아. 제발 다시는 그러지 말게.”
소름 돋는다는 듯 어깨를 떨며 인곤이 나가버렸다. 자은은 괜한 짓을 했구나 싶어 후회스러웠다. - 198

- 나는 지금이 좋아. 부려먹히는 걸 모르고 부려먹히는 것도 아니고. 머리 아플 때도 있고 곤궁할 때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 한동안은 이렇게 지내고 싶어. 그러니 괜찮아. 걱정해주지 않아도 돼. 그리고 두 사람이 와서 무언가 재밌어졌으니까. 매일 똑같이 살면 한 계절을 돌아봐도, 한 해를 돌아봐도 하얗게 기억이 나지 않아. 어쨌든 올해는 기억날 일이 가득이지.
자은도, 인곤도 그 말에 웃었다. 금성에 돌아와 불미스러운 일에만 엮인다 싶었는데 재미로 쳐주다니 도은의 관점이 달랐다. - 225

- 신문왕을 제멋대로 그리는 것은 아무래도 죄송스러워서, 신문왕릉에 가서 사과드리고 왔는데 그곳이 신문왕릉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어 곤란해졌습니다. - 작가의 말 중

2023. nov.

#설자은금성으로돌아오다 #설자은시리즈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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