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시절에 바치는 문장들. 이라는 말에는 공감한다.투박하고 가난한 시절, 집안을 위해 희생하는 딸들의 이야기도 펼쳐지고, 가족을 참사에 잃어 생기는 삶의 균열을 애써 봉합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도 펼쳐지고.파독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랄수 있고, 그 속에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희생, 애국.. 이런 말들이 얼마나 촌스러운지 새삼 느끼게 된다.나쁘지 않게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모든 캐릭터가 생생하다기 보다는 흐릿하다는 인상을 받은 소설.루이제 린저가 나치 찬양 이력이 있고, 그 사실을 감추고 자신의 이력을 미화했다는 건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번 찾아봐야지.파독간호사라는 용어가 이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을 수동적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도 처음 인지한다. 이것도 찾아봐야지.- 낮밤이 바뀌면 잠이 잘 안 오지. 이모도 독일에 처음 왔을 때 그랬어. 모든 게 낯설어 밤마다 울던 때도 있었단다.이모가 독일에 왔을 땐 스물한 살이었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어른도 울어요?그럼, 어른도 울지. 겉만 커다랗지 어른도 사실은 아이랑 다를게 없거든. - 24- 나는 한국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낯선 나라로 가는 것이 싫었지만, 엄마 아빠를 위해 그렇게만 말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때로 체념이 필요했다. - 30- 게으른 사람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걸 배우려고 하는 대신 자기가 아는 단 한 가지 색깔로 모르는 것까지 똑같이 칠해버리려 하거든.그건 대체 왜 그러는 건데?이번엔 내가 물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는 지극한 정성과 수고가 필요하니까. - 106- Alles ist noch unentschieden. Man kann werden, was man will. 아무것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 생의 한가운데 중- 한번은 그렇게 웃는 나를 보더니 이모가 의미심장하게 따라 웃었다.왜요? 내가 묻자 이모는 네가 젊고 예뻐서 하며 바밤바를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런가? 오래전부터 나는 내가 이미 너무 늙었다고 생각했다. - 2062023. jun.#눈부신안부 #백수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