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이 되는 이야기의 시작.
너무 황량하고 처참한 디스토피아 미래의 내용이라 심신이 삭막해진다.
모든 시스템이 망가진 디스토피아가 아닌 나름의 정부와 기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극도의 빈부격차, 약탈, 노예제가 부활한 지옥이라서 더욱 처참하다. 게다가 2020년대의 지옥도이다. 2020년대에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재현이라니..... 퇴행도 이런 퇴행이 있을까.
지구종에 대한 깨달음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초공감자 로런이 주축이 된다.
비교적 안전한 터전을 향해 그저 걷고 걷는 여정인데, 그 와중에 수많은 죽음과 직면하는 아비규환의 세상.
재미가 없진 않은데, 후속을 읽자니 마음이 너무 피폐해지는 상황이 뻔해서 조금 더 고려를 해보아야 겠다.
- 우리가 해야 돼.
뭘 어떻게 한다는 건데? 우린 열다섯 살이야!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뭔데?
대비는 할 수 있어. 그게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이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대비. 그 일을 끝까지 견뎌낼 대비. 다 끝난 후에도 계속 살아갈 대비. 우린 살아남을 계획을 짜는 데 집중해야 해. 미친 사람, 자포자기한 사람, 악당,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지도자 같은 사람들한테 휘둘리지 않으려면! - 95
- 나는 지구종이다. 누구나 지구종이 될 수 있다. 언젠가는 우리 같은 존재가 많아질 것이다. 우리는 죽어가는 이 땅에서 멀리,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우리 자신을 심어야 할 것이다. - 137
- 개인에게 지성이 있듯이 집단에는 문명이 있다. 문명은 연속적인 집단 적응을 성취하기 위해 다수의 지성을 결합하는 수단이다. 문명은 지성과 마찬가지로 적용 기능을 훌륭하게 수행하기도 하고, 적절히 수행하기도 하며, 수행하지 못하기도 한다. 문명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내부 또는 외부의 통합된 힘마저 문명을 행동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면, 그 문명은 무너져야 마땅하다. - 177
- 만약 우리가 서로 돕지 못한다면 제가 꾼 악몽이 곧 우리 미래가 될 것입니다. - 237
2023. jun.
#씨앗을뿌리는사람의우화 #옥타비아버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