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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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의 뒷 이야기.

작가가 말하듯 사는 일은 쉽지 않다, 원래 힘든 일인 것이다.

베어타운과 경쟁마을인 헤드와의 반목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잠시 조용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또 비슷한 광기가 전염병처럼 휩쓸 것이다.
그럴 것이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하고 자신의 인생을 뚜벅뚜벅 살아간다는 기운을 듬뿍 주는 이야기다.

우수한 선수들을 데리고 헤드 팀으로 떠난 다비드 코치의 후임으로 승리를 위해 돌진하는 캐릭터 사켈이 등장한다. 감정이 없고 어쩌고 하지만, 상당히 다정한 인물이다. 아주 마음에 드는 캐릭터.
아나와 비다르의 러브스토리도 아름답다.

워낙에 건조하게 서술되고, 막 끓어 넘칠 것같은 긴장이 팽배한 진행이어서, 바로 다음 장에서 애정하게 된 캐릭터가 죽을 것만 같아 노심초사했다.
좋아하지도 않고, 일말의 관심도 없는 하키라는 스포츠가 중심이 된 소설을 꽤나 몰입해서 읽었다.

이야기가 끝나도 끝난것 같지 않게 여운이 남았다.
그들 모두가 세상 어딘가에서 불행하지 않게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우리가 타인에 대해 아는 사실들 가운데 최악을 꼽으라면 우리의 삶이 그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 나머지 바보들의 경우에도 말이다. 내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 운전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 저질스러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식당에서 너무 시끄럽게 떠들며 유치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노로바이러스를 옮기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 주차를 엉망으로 하고 우리 일자리를 가로채며 엉뚱한 정당에 투표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도 매 순간마다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아아, 우리는 그들을 어마나 미워하는가. - 24

- “우리 지역의 이미지도 생각을 해야 하거든, 페테르. 납세자들이 우려하고 있어. 이런 부정적인 평판이 불안감을 야기하고....”
그는 불안감이 문제인 양 얘기한다. 그 문제가 문제인 양 얘기하지 않는다. - 42

- 수네는 배를 긁는다. 그가 늘 얘기하듯 사람들은 하키가 복잡한 척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걸 둘러싼 헛소리들을 걷어내고 나면 경기 자체는 단순하다. 다들 스틱 하나씩 들고 골문 두 개를 두고 두 팀으로 나눠서 경기하는 거다. - 180

- 사람들을 챙긴다는 건 힘든 일이다. 사실 감정이입이란 게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피곤할 수밖에 없다. 감정이입을 하려면 모든 사람의 삶도 끊임없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 모든 걸 감당하기가 너무 버거워지더라도 정지 버튼을 누를 방법이 없지만 생각해보면 남들도 마찬가지다. - 245

- 베어타운

나머지
전부 - 269

- “밧줄은 펠센 술집 맞은편 철물점에서 팔 거야.“
”고맙습니다.“ 사켈이 얘기하고 이미 복도로 나갔을 때 페테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큰 소리로 묻는다.
”밧줄은 뭐에 쓰려고? 누굴 매달거나 그러려는 건 아니지?“
처음에는 농담이다. 하지만 그는 정말 걱정하는 목소리로 다시 묻는다.
”사켈! 누굴 매달거나 그러려는 건 아니지? 골치 아픈 문제는 지금 이 정도로 충분해!!!“ - 277

- “그만해요, 엄마. 나는 엄마의 직업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다른 아이들한테는 평범한 엄마가 있을지 몰라도 나한테는 롤모델이 있잖아요.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한테 커서 뭐든 될 수 있다고 얘기해줘야 하지만 엄마는 날마다 몸소 보여주고ㅗ 있으니까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나는......” 미라는 말문을 열지만 목소리가 갈라진다.
마야는 눈물을 닦고 속삭인다.
“엄마, 엄마는 저한테 꿈을 꿀 필요가 없다는 걸 가르쳐주셨어요. 목표를 세우면 된다는 걸요.” - 314

- “다음번에 어떤 아이가 자기는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하면 어깨를 으쓱하면서 이렇게 반문해야지. ‘그래서 뭐?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지 않나?‘ 그러면 어느 날 동성애 하키 선수와 여자 코치가 없저질지 몰라. 그냥 하키 선수와 코치만 남을지 몰라.”
“이 사회가 그렇게 간단치 않으니까 그렇죠.” 페테르가 얘기한다.
“이 사회? 우리가 바로 사회잖아!” 수네가 대꾸한다. - 410

- 다들 이건 한 사람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럴 리 없다. 속으로는 우리도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것을,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을. - 414

- 엘리사베트 사켈은 페테르 안데르손의 사무실로 깡충깡충 뛰어들어간다.
“공개 테스트 봤어요?”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음.” 페테르가 대답한다.
“그 아이 넣어도 돼요?” 사켈은 묻는다.
“컨트롤할 수 있겠어?” 페테르가 묻는다.
“아뇨! 그게 중요한 거죠!” 사켈은 신이 나서 외친다.
그녀는 행복해 보인다. 페테르는 머리가 아파진다. - 446

- “싸우면 집행유예가 중단되잖아! 우리 팀에는 네가 필요해!” 벤이가 얘기한다.
“개소리를 지껄이잖아!” 비다르는 상대팀 선수를 가리키며 고함을 지른다.
“뭐라고 그랬는데?” 벤이가 묻는다.
“네가 호모라고!”
벤이는 그를 한참 동안 쳐다본다.
“나 호모 맞아, 비다르.”
비다르는 자기 가슴에 그려진 곰을 때린다.
“하지만 너는 우리 호모야!”
벤이는 빙판을 내려다보며 긴 한숨을 내뱉는다. 이렇게 수준 미달의 칭찬은 처음이다.
”이제 그냥 경기에 집중하면 안 될까?“ 그는 애원한다.
”알았어.“ 비다르는 중얼거린다.
그래서 그들은 경기에 집중한다. - 514

-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둘러싼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도 우리가 대부분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수 있기 때문이다. - 521

- ”개자식들 앞에서 울지 마요, 벤이 선배.“
벤이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휘둥그레 뜬다.
”참지를 못하겠는데...... 너는 무슨 수로 감당하니?“
마야의 목소리는 하는 얘기에 비해 힘이 없다.
”그냥 들어가요.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고 나쁜 놈이 쳐다보면 그쪽에서 고개를 돌릴 때까지 눈을 똑바로 쳐다봐요.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벤이는 그의 안에서 금이 가는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묻는다.
”무슨 수로 견뎠니? 지난봄에...... 그런 일이 있었을 때...... 무슨 수로 버텼니?“
그녀의 눈빛은 냉정하고 목소리는 딱 부러진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나는 생존자예요.“
그녀는 학교를 향해 걸어간다. 벤이는 영원의 시간 동안 망설이다 그녀를 따라간다. 그녀가 그를 기다린다. 그의 옆에서 걷는다. 그들의 걸음은 느리고 어쩌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살금살금 그 복도로 들어서지 않는다. 폭풍처럼 진격한다. - 522

- 우리는 대부분 마음속으로는 모든 이야기가 단순하길 바란다. 현실도 그렇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는 물이 아니라 얼음과 비슷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방향이 바뀌는 게 아니라 빙하처럼 조금씩 움직인다. 가끔 꿈쩍하지 않을 때도 있다. - 525

2023. jun.

#우리와당신들 #프레드릭배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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