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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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선생의 입을 빌어 예술론, 인생론을 말하는 이야기.
화가라지만 어쩐지 하이쿠짓기가 더 열심인 점은 아무래도 작가의 반영 아닐까.

번역을 마친 옮긴이의 7줄 감상이 딱 나의 느낌이다.
소세키의 작품이 주는 도덕과 자연에 몸을 맡기는 심상이 좋기는 하지만 출정을 앞둔 일본인 청년의, 그의 가족의, 그를 관찰하는 일본인 화공의 감흥은 참으로 거시기한 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쭉 읽고 있는 소세키 전집 중 마음이 덜가는 작품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이 책에 그런 감흥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

베개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맞춤법을 기억하려면 ‘일베개새끼’를 기억하라던 글이 생각나서 웃게 된다. 여담이다.

- 이지만을 따지면 타인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쓰면 자신의 발목이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주장하면 옹색해진다. 여하튼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 15

- 노인은 당사자를 대신하여 며칠 안에 만주 벌판으로 출정해야 할 이 청년의 운명을 나에게 말해주었다. 이런 꿈같은, 시같은 봄 마을에, 우는 것은 새, 떨어지는 것은 꽃잎, 솟는 것은 온천뿐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것은 잘못이다. 현실 세계는 산을 넘어, 바다를 건너 헤이케의 후예만이 오랫동안 살아온 외진 마을까지 다가온다. 중국 북방의 광야를 물들일 피의 몇만 분의 일이 이 청년의 동맥에서 내뿜어질 때가 올지도 모른다. 이 청년의 허리에 드리워진 긴 칼끝에서 피바람이 되어 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청년은 꿈꾸는 일에서만 인생의 어떤 가치를 찾으려는 한 화공 옆에 앉아있다. 귀를 기울이면 그의 가슴에 고동치는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앉아있다. 그 고동 속에는 천리의 평야를 휘감는 높은 물결이 지금도 울리고 있을지 모른다. 운명은 돌연 이 두사람을 한 집에서 만나게 했를 뿐, 그 밖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 121

- 선은 행하기 어렵고 덕은 베풀기 어려우며 지조는 지키기 쉽지 않고 의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안타깝다. 굳이 이것들을 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나 고통이다. 그 고통을 무릅쓰기 위해서는 고통을 이겨낼 만한 유쾌함이 어딘가에 숨어 있어야 한다. - 162

2019.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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