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 - 2014 제3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공간 3부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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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마지막 첫사랑? 그건 모르겠고, 부유하고 삶이 권태로운 자의식 과잉의 오만한 노인은 잘 보았다.

뭔가 불유쾌한 상황이 전개되지만 이건 아니지와 뭐 그럴수 있지의 경계에서 줄타는 느낌.
가난한 미혼모와의 관계와 신문보급소 노인과의 관계가 특히 그렇다.
그런 모호한 부분들을 노인의 예민하고 세련된 취향으로 가리고 있는 듯한.

노인과 노인을 보살피는 ‘덕’이의 인상은 윤곽이 뚜렷한데 비해, 나머지 캐릭터들은 그림자로 보이는 듯 희미한 것은 그저 내 취향탓일수도 있겠다.

자신은 강자가 아니라는 노인은 딱 그런 오해만큼 삐딱하다.
물리적으로 노인의 완력은 약함에 속할 것이고, 그래서 폭행에도 속수무책이었겠지만, 그는 사실 그 모든 것들을 상쇄할 충분히 강력한 부와 세상을 멋대로 비웃을 수 있는 자존감도 갖추었다.
죽는 순간까지 약자인 적 결코 없을 부유한 남성 노인의 모습으로...
그래서 그 쓸쓸한 마지막이 냉소와 관조라는 노인의 성격 그대로 어울렸달까.

뭐 이것 모두 취향 탓이겠거니....

- “우리도 담배 피우면서 할아버지처럼 오래 살 수 있어요.”
작은 남자아이가 다시 한 모금 길게 빨았다.
“내가 오래 살아 보니까 좋은게 딱히 없어.” - 16

- 어제와 똑같은 세계가 똑같은 방식으로 부활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끝없이 계속되었다. 노인과 세계는 이런 식으로 마주하다 둘 중 하나가 꺽일 것이다. 긴 시간이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 - 23

- 배려는 강자의 미덕이라고 노인은 생각했다. 자신은 약자였고 무엇보다도 노인이었다. - 66

2019.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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