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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 마티 / 2018년 1월
평점 :
바야흐로 고양이의 전성시대가 온 것일까?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선택하는(선택하도록 유도되어지는) 일이 별스러운 일이 더 이상 아니라는 점에서는 그런 듯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대규모의 안락사도 추진되고 있는 것이 현실.
이 책은 고양이가 인간과 가까워진 지점에 포커스를 맞추는 책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양이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그렇게 된 이유와 그에 따른 반작용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고, 침입종으로서의 고양이에 대해 말하는 챕터에서는 못 본 척 하는 실눈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내 새끼 욕하는 것 같았기에 ㅋㅋㅋ)
TNR에 대해서 말하는 챕터는 왠지 기운이 빠지기도 했고(실제적 효과를 위해선 개체 전체의 97%의 시술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은 톡소플라스마 감염율이 약 7%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감염이 드문 국가라고 명시되어 있어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고양이 전성기에 기여하는 또 하나는 급속한 노령화이며, 개와 달리 고양이와 함께 사는데는 캔따는 힘정도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눙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애비게일 터커는 동물관련 기사를 쓰는 저널리스트고, 꾸준히 고양이와 함께하는 환경에서 자라왔다. 그러던 중 아이를 낳고 나서 문득 나는 왜 다른 종의 동물, 고양이에게 이토록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주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고, 자신의 발치에 앉아있는 소재를 찾은 것.
가능한 한 최대한 고양이란 동물에게 객관적이려는 저자의 노력이 보이지만, 허무하게도 그게 다 허탕이라는 점이 이 책의 재미 중 하나.
고양이에게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음은 귀여워awwwwww 가 아닌 경외awe라고 하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 로마인들이 콜로세움에서 사자를 자랑했고 중세의 왕들이 동물원에 가두어 놓았듯,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적수인 고양잇과 동물을 상대로 최근에야 얻은 승리의 증거물로서 우리는 우리만의 작은 사자를 곁에 두고 싶은 것일지 모른다. 우리가 소형화된 고양잇과 동물의 만행을 보고 키득거리며 고양이의 이빨과 발톱을 예뻐하는 것은 이미 승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 49
- 순혈 페르시아 고양이든 초라한 떠돌이 고양이든, 맨해튼의 영리한 길고양이든 뉴질랜드 숲의 야생고양이든, 모든 고양이는 여러 고양잇과 동물의 유전적인 짬뽕이 아니라 펠리스 실베스트리스의 자손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모든 고양이가 오로지 리비카(lybica) 아종으로부터 나온다는 발견이다. - 61
- 뇌 크기의 축소는 칠면조부터 라마까지 다양한 가축이 보이는 일반적인 특징이다. 머리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며 다만 우리들 사이에서 생존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의미이다. 뇌 크기의 축소는 대체로 전뇌가 작아졌다는 뜻인데 이 부분에는 지각과 공포를 관장하는, 편도체를 비롯한 대뇌변연계의 여러 요소가 들어 있다. 투쟁-도피 반응이 덜 일어난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더 잘 견딘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동물이 인간과 사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 73
- 몇 가지 인색한 변화를 제외하면 고양이는 인간을 위해 수염하나 까딱하지 않다시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니 다시 물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왜 고양이들을 받아들인 걸까? - 75
- 앨리캣앨라이 콘퍼런스에서 나는 토마호크 통덫 안에 설치하는 발판이나 수술 후 체온 유지법 등 TNR 기술과 관련된 굉장히 전문적인 발표를 들었다. 진지한 파워포인트 발표를 마친 발표자가 갑자기 갓 태어난 매우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띄웠다.
“이 아이는 제 새끼 고양이 렉스 입니다!”
발표장을 메운 청중은 자지러졌다. - 178
- 소통에 과하게 의존하는 습성 탓에 인간은 고양이에게 착취당하기 딱 좋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한 어느 조사에서는 우리 뇌의 혈류가 고양이 울음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231
2018. d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