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탱고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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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동구권 해체 이전의 작품.
몰락의 예언. 딱히 제시하는 비젼이라면 인간성의 회복 정도일까?

그래서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는 태도가 몰락의 이유이고 증거이고 결론일까? 소외된 이들에게 무감각한 주민들이 이미 가망없다는 선고가 내려진 곳에서 미련스레 일상을 산다는 것, 새로운 출발과 닥쳐올 변화에 온몸이 움츠러들었을 만큼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
그런 세계가 펼쳐졌다.
그들의 클라이막스인 술집에서의 광란의 춤은 그래서 더 위태한 몸짓으로 보인것 같다.

태도의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나를 정의할 수 있는 방법인데다, 태도가 이끄는 방향성이라는 것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나는 바람직한 태도로 이 삶에 임하고 있나.... 생각하면 좀 한심한 구석이 있다.
한심한 구석을 받아들이는 태도 자체는 긍정적이겠거니.

조금 올드한 느낌의 어떤 디스토피아의 탱고 스텝을 밟고나니 매우 지치는 상태가 되었고, 회복은 요원하다.


- 가끔씩 그가 사는 오래된 펌프하우스의 기계실에서 석회 덩어리를 깨 한 조각 맛보고싶은 충동이 일었는데, 그렇게 향과 입맛의 질서를 무참히 깨트릴 때 어떤 경고를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는 죽음이 절망적이고 영구적인 종말이 아니라 일종의 경고라고 확신했다. - 23

- 시계가 둘인데 하고 체구가 큰 사내가 다른 사내에게 말한다. 시각이 제각각이군. 둘 다 정확하지 않고. 여기 우리 시계는... 그가 보기 드물게 길고 가느다란 섬세한 검지로 위를 가리키며 말한다. 너무 느리게 가네. 저쪽 시계는... 시간이 아니라 처분을 기다리는 영원한 순간을 가리키는 것 같군. 비를 맞는 나뭇가지나 우리나 마찬가지야. 거부할 방법이 없지. - 43

- 그러나 몇 달 전에 그는 더 이상의 실험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설령 자기가 원한다해도 이제는 어떤 변화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저렇게 변화를 줘봐도 썩 흡족하지가 않았다. 시도는 무언가 변했으면 좋겠다는 욕구의 은밀한 현시이거나, 혹은 기억력 쇠퇴의 증표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무력하며 혼자서는 절대로 점령해 오는 몰락을 저지할 수 없다고 느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모든 것 - 집들과 담장들, 나무와 들판, 공중에서 하강하며 나는 새들, 배회하는 짐승들, 육신을 가진 인간들, 욕망과 소망들 - 을 파괴하고 소멸시키는 힘에 맞설 수는 없었다. 그럴 능력이 없었다. 그는 인간의 삶에 대한 위협적인 공격에 헛된 저항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87

- 그 아이는? 그래, 쥐약을 삼켰어. 그런데 어쩌라고? 불행한 아이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라. 적어도 더는 괴롭지 않잖아. 그래서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 - 270

- 일은 어렵게 시작해서 나쁘게 끝난단다. 중간에 일어나는 일은 다 좋은 법이야. 네가 걱정할 건 마지막 순간이란다. - 363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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