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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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o 3부작.

순탄한듯 흘러가던 느릿느릿 사소설이 후반부에는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으로 빨려들어간다.
어쩌면 순탄함을 가장한 암시가 여럿있었지만...

변화의 시대에는 (뭐 대단한 변화가 아니라도) 흐름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괴로워하거나 고뇌하거나 순응하거나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시대와 나의 괴리, 인간 존재와 나의 간극이 메워지지 않아 고통스러운 사람들 말이다.

술술 읽혔지만, 되돌아 감상을 남기려니 독서후가 더 진지해지는 책이다.

이치로는 왜 홀로 괴로운가, 주변인에게 그는 왜 그저 히스테릭한 타인인가.

사고하는 인간이 소중한 존재임과는 별개로 사고하는 인간이 윤리적인가 하는 점도 생각해보게 된다.

소세키는 전작을 쭉 읽기엔 좀 고루하다 느껴지지만 생에 대한 일종의 각성을 주는 작가다.

- 거기에 우리가 깨닫지 못한 암투가 있었다. 거기에 인간의 타고난 이기심과 질투가 있었다. 거기에 조화로도 충돌로도 발전 할 수 없는, 중심을 결여한 흥미가 있었다. - 76

- “그거야 형이 말하는 유전이니 성격이니 하는 건 아마 아니겠지요. 지금의 일본 사회가 그런 성격이 아니면 통하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세상에는 아버지하고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정말 참을 수 없이 경박한 사람들이 있어요. 형님은 서재와 학교에서 고상하게 지내니까 모를지도 모르겠지만요.”
“그거야 나도 알고 있어. 네가 말한 대로야. 지금의 일본 사회는, 어쩌면 서양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다들 겉만 번지르르하고 입만 살아있는 사람들만 존재할 수 있게 생겨먹었으니까 어쩔 도리가 없지.”
형은 이렇게 말하고 잠시 침묵 속에 머리를 파묻었다. - 246

-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의 목적이 되지 못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네”하고 형님이 말했네.
“목적이 아니어도 수단이라도 되면 되지 않은가?” 하고 내가 말했네.
“그건 괜찮지. 어떤 목적이 있어야 수단이 정해지는 거니까”하고 형님이 대답했네.
형님이 괴로워하는 것은 그가 뭘 해도 그게 목적이 되지 않을 뿐아니라 수단조차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네. 그냥 불안한 거지.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거네. 형님은 차분히 누워 있을 수 없으니까 일어난다고 하네. 걸으면 그냥 걷고 있을 수 없으니까 달린다고 하네. 이미 달리기 시작한 이상 어디까지 가도 멈출 수 없다고 하네. 멈출 수 없는 것 뿐이라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시시각각 속력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네. 그 극단을 생각하면 두렵다고 하네. 식은 땀이 날 만큼 두렵다고 하네. 무서워서 견딜 수 없다고 하네. - 363

- Keine Brücke führt von Mensch zu Mensch.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는 다리는 없다. - 375

2018.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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