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굴라.오해 알베르 카뮈 전집 1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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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칼리굴라의 폭정이 그가 부조리한 인간이라서라고 해버리고 나면 너무 허무하지 않나? 그를 위한 변명(결국 변명도 뭣도 아니지만)은 크게 와닿지 않고 폭압에 항거하지 않는 혹은 소극적 대응만 하는 인간들도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불의라는 것을 알지만 그에 몸을 던지는 캐릭터가 설득력있을뿐.
부조리 삼부작이라니 다 읽었는데.. 엄청난 감상이 남는건 아니다. 카뮈가 천착한 어떤 것을 읽어보았고 공감할 만하다는 의미가 있다.

오히려 <오해>가 무척 흥미롭다.

마르타와 어머니.
무척이나 공감되는 악인 마르타, 절망의 세월을 살아온 자의 생존 본능이 날 것 자체로 남은 여성. 죄는 죄다.라고 인식하고 말하지만 그 죄를 짓는 것 만이 삶을 연명할 수단이 되는자. 가책을 갖느니 불의와 타락을 온 몸으로 뒤집어 쓰겠다는 태도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같은 악인이지만 마르타와 어머니는 엄연히 다른 지점 위에 서 있는데, 어머니가 선해서가 아니라 더 이기적이고 어리석어서라는 것도 좋았고, 기대 이상으로 섬세하게 그려지는 마르타를 경험하니 다른 무엇보다 카뮈가 달리 보였다.
또 한명의 여성, 얀의 아내 마리아는 일단 자신을 밝히라고 줄곧 남편에게 충고하는데... 여자 말 좀 들어라 인간...이라는 말 말고 뭐라 덧붙이겠는가.

- 사실, 불행이라는 것은 결혼과도 같은 거야. 당사자는 자기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선택당한 것이거든. 그게 현실이니 도리 없는 일이지. 우리 칼리굴라는 불행해, 하지만 아마 자기 자신도 그 까닭은 분명히 알지 못할걸! 그이는 빼도 박도 못하는 처지가 된거야, 그래서 도망친거지. - 24, 칼리굴라

- 그렇지만 나는, 불공평한 처사에 신음하지만, 아무도 내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지만, 나는 무릎을 꿇지 않을 거야. 천만에. 이 세상 천지에서 설 곳을 잃고 내 어머니에게도 버림받고 스스로 저지른 죄만 가득한 가운데 홀로 남았으니, 나는 결코 화해하지 않은 채 이 세상을 떠날거야. - 230, 오해

- 당신의 오빠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굳이 알고 싶다면 말하죠. 오해가 있었어요. 세상 일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닐 겁니다. - 234, 오해

2018.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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