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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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토닥토닥, 섬으로 유배를 온 자들의 위로.

사실 그들의 불행?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고 어쩌면 대책없는 낙관만 그려냈을지도 모르겠다.
응당 존재해야 할 악역은 동화처럼 제거되기도 하고...

그러나 작가의 의도대로 채 다듬지 못한 유고라는 점이,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이 담아내는 착한 세계가 이 모든 것들을 수긍하게 한다.

아무래도 그들의 낙관에 젖어들어버리고 싶어지는 것이다. 인생은 그런거니까.

조용히 추천한다.

-처음엔 이 책 저 책 뒤적이며 골랐지만 언제부턴가 그냥 열권씩 들고 왔다. 자신이 책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 아니라 무심하게 집어든 책에서 더 많은 길을 발견한 후부터는. - 63

- 책을 읽는다는 게, 우리 생의 일회성을 비웃어줄 수 있는 가장 멋진 방식이라고 생각하긴 해. 이 섬에 살면서 매사추세츠주의 호숫가를, 19세기 런던의 뒷골목을 거닐어 볼 수 있다는 것, 하룻밤 새 벌레가 되어버린 남자의 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 이천년 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이건 거의 기적이 아니겠니? - 81

- 어쩔 수 없어 얘길하게 됐지만, 하고 보니 이 얘기를 누군가 한 사람에게는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아주 간절히. - 135

- 이삐 할미는 비손을 하며 울고 있었다. 소리를 내지도 않고 울었다. 말 한 번 나눠보지 못한 사람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낡았다기 보단 늙은 한복을 입고 울고 있는 할미는 당신의 힘든 삶을 우는 것처럼 보였다. 짚불이 사그라든 후에도 나무배는 물결에 흔들리며 떠 있었다. 이 생과 저 생 사이에서. - 193

2018.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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