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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미니북)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미니북 (한글판) 31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장한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삶의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체호프의 단편들.
가장 강렬한 엔딩은 <어느 관리의 죽음>이 독보적이지 않을까. <6호 병동>도 좋았다.
간결하게 전달되는 희,비극이 어떤 미사여구를 가져다 붙인 이야기보다 강력하게 다가온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감이 있지만 막상 손에 넣을 수 없는 매력적인 상대가 생기자 그 어느 때보다 사랑에 집착하는 구로프와 사랑에 맹종하는 여인 안나의 이야기는 어쩌면 뭐가 이리 맥빠지는 결말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인생이 원래 그렇게 애매모호하고 어중간한 지점에서 방황하는 것이 아닐까.
실려있는 단편들 모두 좋다. 그리고 제목은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 새벽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얄타가 보이고, 산 정상에는 흰 구름 하나가 걸려 있었다. 나뭇잎 하나 흔들리지 않았고, 매미들이 울고 있었다. 아래서 들려오는 단조롭고 속이 텅 빈 듯한 파도 소리는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영원한 잠, 평온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래에서는 파도소리가, 이곳에 아직 얄타도 오레안다도 존재하지 않았을 때에도 울렸고, 지금도 울리고 있고,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지금처럼 똑같이 무심하고 공허하게 울릴 것이다. 어쩌면 바로 이 변화 없음에, 우리 모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에, 우리의 영원한 구원에 관한, 지상의 끊임없는 삶의 움직임에 관한, 완성을 향한 부단한 움직임에 관한 비밀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 19,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 혼자서 소파 위에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진정한 행복은 고독없이는 불가능하다. 타락한 천사가 하느님을 배반한 것도 다른 천사들이 모르는 고독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 123, 6호 병동
2018. 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