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의 소설은 구리거울에 새겨진 인생과 우주의 만화경이다.
어떤 이는 거기서 불안과 공포의 늪을 건너는
섬뜩한 아름다움을 읽어내고, 또 다른 이는
선험적인 고향을 상실한 잃어버린 영혼들의
존재론적 심연을 응시한다. “ - 우찬제 (문학평론가)

‘문학하려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의식’이 그렇고 그렇던 시절 60~70년대 작가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필히 몇 겹의 문을 더 지나야 했을 것이다.

5권의 소설집을 읽고 이 짧은 인터뷰와 산문이 실린 부록을 읽으니 그 부당함의 좀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워낙 바람 잘 날 없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시대를 논하고 이념을 논하고 그에 비견할 만한 거대한 주제의식을 가지는 것을 뭐랄순 없지.
그러나 그에서 조금 비껴선 시선들을 깍아내리는 것도 우스운일.
그렇다고 해서 남성문인들이 거대 담론에 크게 부합하는 글을 썼는가를 생각하면 어쨌든 약간은 실소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그럴싸한 이념을 논하는 글을 써 제낄때 그들의 자리를 유지케 해주는데 공헌한 가부장제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
.... 어찌 됐든, 작가 오정희가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함을 자책하는 순간들이 있었다는 말에 나는 또 부르르하고 치를 떨고 말았다.

그리하여 다채로운 소재로 여성의 주체의식을 잃지 않는 창작물들을 남긴 여성 문인 ‘오정희’를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는 것이 포인트.

‘우리는 모두 이렇게 태어나는 것이다.
문학이란, 생이란, 결국 들짐승이 새끼를 낳는
거친 자리. 그렇게 슬픈 피비린내와 고독과
경이로움과 신비를 다함없이 끌어 안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컬렉션을 읽으면서 희미했던 무엇은,
전체를 다 읽고 나서 완성되는 어떤 이미지였다.
작가 <오정희> 라는.

2018.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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