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원제는 la casa de papel, 종이로 지은집?인가보다.

책을 열정적으로 읽고, 분석하고, 모으고, 또 찾아다니는 그야말로 책 덕후인데, 어느 순간 적정선을 넘어 집착이 되어버리는 이야기.
소유한다라는 것의 가장 부정적 극한의 지점이 소유하고 파괴한다가 되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 지점까지 가지않게 스스로의 소유욕을 잘 달래고 어루만져 아름다울수 있는 지점에 멈춰있게 하는 것이 이성적인 사람이 할일.

우루과이 정부가 장서를 사들여 분실, 손상하는 일이 잦았다. -52

책을 물리적으로 망가뜨리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가지 역사 속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얼마전 브라질 박물관 전소라는 비극도 떠오르고.
그저 모아둔 유물과 유산들을 지켜낼 수조차 없었던 정부의 무능함이 혼돈의 남미? 여서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알게 모르게 선진을 자처하는 여러나라들에서도 무지와 방관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일 것이다.

철저하게 독자의 입장을 견지하던 애서가 브라우어씨이기 때문에 가능한 파국일까? 델가도씨는 그 ‘위험한 책’들에게서 안전한 애서가일까? 이미 조용한 파국을 맞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의 모습에서 알콜 중독자들이 중독자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인상을 받았다.

장서들의 힘에 사로잡혀 책 분류의 카오스 속에 살고 식사도 취침도 같이 하는 행동까지 보이는 부라우어는 결국 시멘트 속에 책들을 부어넣고 집을 짓는다.... 라니, 망상과 비극의 완벽한 콜라보다.

그래서 결국 또 한번 집을 파괴하고 책의 집에서 벗어난 그는 어디로 향했을까?

구지 그것이 궁금해서라기 보단 이런 의문으로 끝나는 이야기라서 남기는 질문이다.

책 한권을 버리기가 얻기보다 훨씬 힘겨울 때가 많다. 우리는 궁핍과 망각 때문에 책들과 계약을 맺고, 그것들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지난 삶에 대한 증인처럼 우리와 결속되어 있다. 책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동안 우리는 축적의 환상을 가질 수 있다. - 17

이렇게 손쓸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그는 한동안 도서목록을 새로 정리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찾는 책들을 더 이상 찾아낼 수 없었어요. 그리고 그런 일은 자주 벌어졌지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찾을 수 없는 책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 53

우리는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다가 우리를 영원히 파괴시켜버릴 수 있는 지극히 실재적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입에 올리기를 피하고, 그럼으로써 그것을 모면할 수 있다는 헛된 상상을 합니다. - 66

2018.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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