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구석자리에 앉아서, 아름다운 것이 보고’(6) 싶은 것 치고는 꽤나 먼곳을 장거리 기차여행을 하는 이야기. 여행 욕구를 글로 대체하는 편인데다, 마침 지난 번 에세이를 공감하며 읽었던(익숙한 새벽 세시)터라 얼른 골라들었다. 여행에 딱히 목적이 있을 필요가 있나. 사는 건 저쪽이나 이쪽이나... 어차피 지구인... 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지금 이곳을 벗어나 다른 어딘가에서 정처없이 걷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세상에 이렇게 멋진 곳이! 류의 감동은 식은지 오래다 보니 비슷한 감성의 여행자가 들려주는 소소한 감상들이 오히려 좋다.주거지 근처에서도 느낄 법한 사소한 감정들을 객지에서 느낄 때의 차이라면, 외롭다는 감정의 깊이 차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만 두꺼운 종이로 만든 책은 자꾸 스스로 덮힌다. 덮히려는 책과 협상을 거듭하며 읽었다. 자본주의의 친절에는 외려 진심이 있다. 네가 여기서 돈을 쓰고 가는 한 나는 네게 잠시 사랑을 줄 거야. 아무렴, 나는 그 사랑을 남김없이 받아갈 것이다. - 26나중은 없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지금이 있다. 어찌되었든 떠날 수 있는 지금. - 47창문 너머 설산을 보며 가방을 쌌다. 콧물이 나온다. 진경산수화 아랫집에도 집먼지 진드기가 산다. 마음이 놓인다. - 51찡그린 눈으로 창밖을 보며 세상의 절경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 화면으로 보는 것이 최고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55역은 소문대로 아름다웠고 파도 소리는 애잔했다.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었고 나 또한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허무하고 외로웠다. - 1422018. s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