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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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2년에 읽었던 책이다. 그때 남긴 리뷰가 있으니 정확하다.

그 때의 감상은 이랬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원제가 아니다. 원제목인 ‘como agua para chocolate‘은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를 일컫는 말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심리 상태, 상황을 뜻한다.
달콤하기만한 제목이 실은 부조리하고 부당함을 깨트리려는 뉘앙스의 제목이라는게 훨씬 마음에 든다.(중략) 이 작품은, 음식과 성, 자유의지와 환상이 버무려진 글이다.
무게감이 있다 할 순 없겠다. 그러나 안에 담긴 사상의 크기는 가볍지 않다.
페미니즘 문학, 요리 문학 등의 이름으로 불려지지만,
그냥 인간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게 좋겠다.- 2012.June

그 때의 나와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었던 것인지, 지금도 비슷한 감상을 가지고 읽었다.

그 동안 읽어왔던 남미 문학에서 느꼈던 특유의 생명력이랄까. 아니 그 보다는 그 생산력이 아름답거나 숭고하게 느껴지지 않고 뭔가 징그럽다? 고 느껴진다는 점이 추가 되었고, 마술적 리얼리즘 어쩌고는 아무리 적응하려 해도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또, ‘인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바꾸고 싶어졌다.

여성의 교육의 부재라는 문제, 가족의 노동력으로서의 가치라는 문제, 돌봄 노동의 굴레라는 문제, 정절을 강제한다는 문제, 물리적으로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 없다는 문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수만가지의 억압이 존재한다는 문제 .....

그 모든 문제의 끝에는 여성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고, 그 명료한 사실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티타는 삶의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혼동했다지만, 식도락이야 말로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진지하게 지지하는 바이다.

티타는 시선을 들어 어머니를 바라 보았다. 그렇다고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가탔다. 문제가 있다고. 거세할 상대를 잘못 찾았으며 자기를 거세시켜야 했다고 소리지르고 싶었다. 그래야 자기를 결혼시키지 않고 대신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와 로사우라를 결혼시키는 최소한의 명분이 선다고 울부짖고 싶었다. - 33

존 브라운은 밤에 실험실로 들어와 벽에 적힌 글씨를 보고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에요’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반짝였다. 티타는 이 문장으로 자유를 향한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 127

나는 나예요! 원하는 대로 자기 삶을 살 권리를 가진 인간이란 말이에요. 제발 날 좀 내버려 둬요! 더 이상은 참지 않을 거예요! 나는 어머니를 증오해요! 항상 증오해왔다고요!
티타가 그 말을 마치자마자 마마 엘레나는 마술처럼 영원히 사라졌다. 위풍당당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더니 조그마한 빛이 되었다. 유령이 사라짐에 따라 티타의 몸도 점점 안도감에 젖어들었다. - 210

2018.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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