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죽음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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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미주의 작품들은 내 경우 읽을 당시 컨디션이 평가에 매우 영향을 미치는데, 금빛 죽음을 읽으면서 묘한 흥분에 압도당했다.

이 대책없는 방탕과 향락은 어느 시대에 옮겨다 두어도 불가해할 그야말로 어떤 지점을 지나쳐버렸는데, 이 대책없음이 흥미를 이끌어내는게 아닐까 한다. 그것이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읽는 이유도 될 것이다.

아름다운 인어에 매혹된 귀공자와, 위험한 마술사에 매혹되는 사람들, 빈부의 차가 현격한 동급생과의 인생을 아우르는 미에 대한 추구.....

그 와중에 작가가 완전한 인간미의 표상이라고 표현하는 각 인종들의 장점과 미를 취한 이국적 인간은 어쩐지 비인간에 근접하지 않을까. 혼혈에 이국적인 마술사나, 이국의 인어, 금박이 온 몸에 뒤덮여 죽음을 맞이하는 오카무라.
현란한 수사를 동원해 그려내는 극치의 화려함은 발리우드 영화의 어떤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책을 이렇게 즐겁게 읽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다 문득 레싱의 라오콘에 대해 토론하는 부분이 호감의 원인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돈이 많다는 것은 물론 행복한 일이지만 자칫하면 도리어 불행한 결과를 낳게 돼. 부는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영혼을 타락시키고 마는 거야.
아니 그럴 걱정은 없어. 부자가 타락하는 것은 그 재산을 더 불려 보겠다고 사업에 뛰어들 때뿐이지. 돈이 많은 자는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하면 항상 행복해. - 89, 금빛 죽음

2018.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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