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fi 문학과지성 시인선 511
강성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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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죽은이의 자취를 쫓는다.
어떤 세계를 지칭해서 말하고 있지 않는 듯 해서 온 세상을 말하는 것도 같았다.
한번 다시 짚어보니 처음 읽을 때보다 훨씬 좋았다.

인적 없는 밤길
둘에 하나는 고장 난 가로등
갸우뚱했지만 남자는
발이 푹푹 빠져 들어가는 눈길을 겨우 헤치고 나아간다
어디선가 살아 있는 것이 낑낑거리는 소릴 들었지
눈 속에 파묻힌 개를 끌어 올려 품에 안고
작은 개야, 오늘 밤은 나와 함께 가자
다시 컴컴한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 밝은 미래 중

이상하게도 그가 삶을 포기하고 나면
죽음을 기다리고 있으면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 카프카의 잠 중

두려워하지도 도망가지도 않았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면
죽음이 무슨 소용인가요
가수는 노래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죽고 죽고 죽어도 다시 살아나 노래하고 - 계면 중

혼자 동물원에 가는 여자
눈이 내릴 땐 죽고 싶은 여자
불가능과 불가해와 영원이라는 말을 늘 생각하는 여자
파도가 검은빛으로 변하는 걸 지켜보는 여자
죽은 아이를 업고 다니면서도
왜 몸이 무거운지 모르는 여자 - ghost 중

내가 받을 축복과 저주의 무게를 달아보았다 한밤중 눈은 계절과 무관하게 내렸다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끌고 왔다 사람은 한 번만 죽는 게 아니라고 백 번도 넘게 죽을 수 있다고 너는 말했다 영원히 사는 사람들의 밤에 대해서도 고요히 쌓이는 눈에 대해서도 말했다 - 나의 나 된 것 중

2018.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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