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이란 환상일 뿐이다. 라고 말하는 주인공은 그 환상 속에 갇혀버렸다.폐장 시간이 지난 동물원 안에서 대량 학살을 벌이는 얼굴모르는 괴한들에 의해.아들을 보호하려는 엄마의 사투가 현실감있게 그려져 있어,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하다.비록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야간투시경으로 보는 듯한 밤의 동물원일 뿐이지만,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오히려 더 밝은 빛 아래 볼 수 있다.영화같은 흥미를 끈다기 보다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공포의 한자락을 내보이는 이야기.그런데 정작 눈에 들어오는 구절은 생존하려는 자들의 말이 아닌, 학살자 중 한명의 이야기였다. 무엇이 그렇게 그를 이끌었을까. 그는 아직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기다린다. 그녀는 두번째 기회니 파이니 이끼니 하는 이 모든 생각들을 한데 엮어야만 한다. “그 사람들한테, 경찰한테 네가 우리를 도와줬다고 얘기할게.”그녀가 말한다. “우리가 그렇게 말하면......”그가 미소를 짓는다. 어둠 속에서 그의 치아가 보인다.“괜찮아요, 파월 선생님.” 그가 말을 끊는다.“뭐가 괜찮아?”그는 다시 등을 돌린다.“그 사람들한테 아무 말 하지 않으셔도 돼요.” 목소리는 언제나 그랬듯 시끄럽다. 한마디 한다미가 또렷하게 들린다.그는 언덕을 올라간다. 한 번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렇게 떠나버린다. - 2592018. au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