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서 지는 법에 이어 대리운동?을 위한 책. 오랜 세월 축구 팬으로 살아오던 저자는 문득 나도 뛰고 싶다는 열망에 아마추어 여자 축구팀에 입단하고..... 로 시작되는 유쾌한 에세이다.여자아이들의 운동을 발야구나 피구로 한정짓는 학교체육의 쓰디쓴 현실부터 동료로서의 할아버지 축구단원의 죽음까지 전세대를 어우르는 소재들이 가득하다.편안하고 조용한 고독과 대체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전형적인 솔로플레이어인 저자가 팀 스포츠를 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도 무척 재밌다.팀 동료들의 축구 입문 계기가 저자와는 달리 어쩌다보니...라는 것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곧 그 어쩌다보니... 도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생각해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자잘한 취미들도 강렬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들은 별로 없고, 동생이 친구가 같이 하자고 꼬득여서 결국엔 모두 나가떨어지고 홀로 꾸준히 하게 된 것들이다 보니 어떤 ‘계기’라는 것이 얼마나 우연히 찾아오는지 절실하게 공감하게 되었다.중간중간 크게 빵빵 터지는 웃음도 있고, 체육인들의 피땀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 운동장이란 것도 결국 작은 세상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도 한다. 대리 운동의 역할도 충분하고, 열심히 아마추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지금은 피치를 떠나 있는 저자의 팀 동료들도 부상없이 승승장구하길 바라게 되었다. 화이팅들 하세요!!일상에서 개인이 편견에 맞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건 결국 편견의 가짓수를 줄여 나가는 싸움 아닐까. “여자가 00를 한다고?”라는 문장에서 00에 들어갈 단어의 숫자를 줄이는 것 같은. 나와 우리 팀과 수많은 여자 축구팀 동료들은 저기서 ‘축구’라는 단어 하나를 빼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 2722018.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