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은행통장>을 리뷰해주세요.
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책 중에 베티 스미스의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이라는 책이 있다.

1910년대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가난하게 그러나 행복하게 보낸 어린 시절을 회상한 이 책은 읽는 내내 때로는 가슴 아프게 때로는 따뜻하게 나의 마음을 채워주었고, 동생과 딸이 이 책을 읽기를 바라게 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어리고 조숙한 소녀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어린 나를 만나는 듯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다.

이 책 <엄마의 은행통장 > 역시 그런 즐거움을 한가득 주었다.

1900년대 초기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노르웨이 이민자 가족들의 이야기로 그들의 가난과 그러나 가난만큼 충만한 사랑의 이야기로 나를 기쁘고 행복하게 했다. 다섯 아이를 기르면서 아이들이 불안하지 않게 스스로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서로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욕심을 포기하도록 가르치는 그들의 엄마는 늘 시내의 은행에 돈을 맡겨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꼭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 돈을 쓰자고 했다. 아이들은 엄마의 은행통장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서로 돕고 양보하는 생활을 기꺼이 했다. 그러나, 다 자란 후 딸아이는 실은 엄마에게는 통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이들이 불안할까봐 엄마가 짜낸 묘안이었던 것이다. 잘못된 판단을 할 때, 의도하지 않은 위협이 있을 때, 그리고 서로의 용기와 사랑이 필요할 때 엄마는 늘 한 가운데에서 아이들과 남편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여자라는 약한 이름을 가진 자이지만 그가 엄마일 때 우리는 얼마나 강해지는가. 지켜야할 아이가 있을 때 엄마는 트럭을 들어올릴 수도 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웃음을 짓게 한다. 엄마의 가득한 사랑과 진정한 엄마의 지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올 한 해 화두인 '엄마'를  생각하게 한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베티 스미스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아름드리미디어 

두 책을 함께 읽는 다면 기쁨과 감동이 두 배가 될 것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이 세상의 모든 딸들과 엄마들에게 권하고 싶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은행에 있는 엄마의 통장은 정말이지 대단한 것이었다. 우리 모두는 엄마의 은행통장이 아주 자랑스러웠다. 엄마의 통장만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졌고 안심이 되었다 .  

                       - 본문 11쪽 

 

 엄마는 한참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말했다.  

"통장 같은 것은 없어, 얘야." 

"여태 살면서 난 은행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걸."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엄마는 호소하듯 나를 바라보았다. 

"어린애들이 불안해 하고 겁을 먹는 건 좋지 않잖니? " 

                  -본문 18-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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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어 측정기 나의 한국어 측정 1
김상규 외 지음 / GenBook(젠북)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국어를 전공하고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내게 사람들은 가끔 여러 가지를 물어보곤 한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것을 물어보면서, 알려주면 별로 고맙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 눈치다.

사실 나같은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맞으면 본전이고 틀리면 망신인데 말이다. 얼마나 조심스레 곰곰 생각하고서 답을 말해주는지 그들은 전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다들 그렇겠지만, 그 수많은 용례를 다 기억하기도 힘들고 다 알 수도 없어서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해주기도 하지만 책을 찾아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아무리 전공을 했다한들 맞춤법만 공부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예전에는 영어 수학만 열심히 공부하는 풍토였다. 국어는 다들 읽고 쓸 줄 아니 무엇을 더 공부하겠는가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어려운 과목이 언어라고들 한다. 공부를 해도 힘들고 안 하면 더욱 어려운 게 언어이다. 한동안 바짝 공부한다고 성적이 바로 오르지도 않고, 공부를 하려고 해도 그 방대한 분량과 범위에 기가 먼저 질린다.

그러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어떻게 하면 국어공부를 잘 하겠느냐고 묻는다. 나라고 그것을 알 재주가 있을까? 그 방법을 알면 나부터 다시 공부하고 싶다. 다만 한 가지 영원히 변치 않는 진리라면 많이 읽어야함 일 것이다. 아는 게 많아야 생각도 더 잘 할 것이고 그래야 글을 더 빨리 읽을 수도 있고, 글을 읽고 무슨 말인지 더 잘 이해하기도 하고 그럴 것이니 말이다.




오늘 <나의 한국어 측정기>를 읽으면서 많이 반성하고 또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갖추어야한다는 것은 말뿐인 결심이었나 보다. 책에 나온 단어의 뜻을 맞추어 보면서 재미도 있었지만, 나는 이런 것들을 왜 가르쳐줄 생각을 못 했을까? 이렇게 재미나게 알려준다면 나에게 질문했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리고 또 물어보는 일은 없었을 것을 말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겨루어 보면서 서로의 실력을 알아보는 것이다. 혼자 하는 것보다 더 신중하고 곰곰이 생각하게 되고 더 오래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뒤에 나온 답과 해설도( 그 이름도 예쁘게 ‘맞춤과 알짬’이란다.)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서 학생들의 어휘 능력 기르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이 될 때 틈틈이 두고 보면 집안의 보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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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전 3 - 천추태후
문재인 글, 그림소프트 그림, KBS 한국사傳 제작팀 원저 / 세모의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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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아이의 교과서를 가끔 들여다 본다. 어떤 공부를 하는 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을 그리 힘들어하는 지 알아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상급학교에 진학해 갑자기 환경이 바뀐 탓인지 부쩍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운 때문이다.

책들을 훑어보면서 어떤 책은 그야말로 '까만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로구나.'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예전부터 나도 못하던 이과 계열의 과목이 그렇다.) 어떤 과목은 그런대로 눈에 쏙쏙 들어오기도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역사과목이다. 학창시절 다른 아이들이 별종이라할 만큼 역사와 지리를 좋아하던 터라 (한 때는 전공하고 싶을 정도로) 반가운 마음도 들고 아는 것도 간간이 있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그저 암기과목이라 여기던 역사를 스토리로 만들어서 공부했었다.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한 사람의 일생을 꾸며서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도 하면서 어쩌면 내가 작가의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잠깐 환상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로 바꾸면 교과서의 활자는 살아있는 생명이 되어서 나에게 다가오곤 하던 그 설레던 경험을 누군가 다른 사람도 알고 있었나 보다. 바로 <한국사傳>에서 그 경험을 다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사傳'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은 자칫하면 지루하기 쉬운 역사이야기를 실제 살아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만든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안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고민과 사랑을 함께 나누자고 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단지 책 속의 이름 석 자로  내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으로, 사랑과 슬픔과 행복을 가진 누군가로 내게 다가온다. 나는 그를 혹은 그녀를 무시할 수도없고 못 본 체 할 수도 없어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기억한다. 

인류의 기나긴 역사를 하나의 긴 사슬이라고 본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그 사슬을 이루는 고리이다. 격동의 삶이건 단조로운 삶이건 그 당사자에게는 치열하고 슬프고 행복했을 그  삶이 모여서 지금의 우리가 있음을 알게된다.  고리가 자신이 고리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든 말든 그들의 삶은 연결되고 연결되어서 영원히 흘러가게 될 것이다.

 

이번 <한국사傳> 3권은 특히나 더 재미있었다. 그다지 조명받지 못하던 고려의 이야기여서도 그러했고 그 주인공이 여성이기 때문에도 그랬다. 지금 우리사회의 남녀 관계의 구도는 조선조에 들어서도 한 동안의 세월이 지나고서야 정착된 잘못된 중국식 사고 방식이라는 것을 예전에 배웠다. 오히려 고려시대에는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없었으며 훨씬 인격적이고 자유로운 삶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여성에 대한 여러 사회적 제약이 그 근본이 우리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되 면, 그리고 우리의 풍토를 찾아가게  되면 우리 여성들은 더욱 행복한 삶을 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무모한 욕심과 도전을 부렸을지언정 천추태후의 삶은 진정 고려를 위하고자 함이었음을 느낀다. 한 여인으로서 그보다 행복한 삶이 있었을까?

 

역사 책 속의 이름이 아닌 여인 천추태후를 만날 수 있는 <한국사傳>에 감사한다. 다음에는 어떤 인물이 나를 기다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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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리뷰해주세요.
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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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자살 소식에 ‘에이고, 독하기도 하지.’라는 말을 하면서도 그들이 왜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이라고 해서 나만큼 생에 욕심이 없었을까? 그에게도 아내가 있었고, 그녀에게도 내 자식같은 토끼같은 아이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그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어떤 것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무엇, 압박해오는 현실과 스스로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삶의 끈을 놓은 것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릴 때까지 몰아부친 세상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이 책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주인공에게도 그런 세상이 있었다. 아름답고 총명한 해나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그녀를 끝까지 몰고 갔다. 어느 날 클레이에게 배달된 소포 안에는  일곱 개의 테이프가 들어있었다. 13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테이프를 끝까지 듣고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라는 그 테이프에는 클레이가 남몰래 좋아했지만, 그 마음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해나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그녀는 2주 전에 약을 먹고 세상을 버렸는데, 해나는 테이프 속에서 아직도 살아서 13명의 친구들에게 자신의 죽음의 이유를 말한다. 해나는 ‘헤픈 여자’라는 루머에 괴로워하다가 죽고 말았다. 클레이는 해나를 좋아했던 자신이 해나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에 스스로 괴로워하면서도 테이프를 끝까지 듣는다.

원제 “13 reasons why"인 이 책을  읽는 내내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다. 마치 해나의 테이프를 듣고 있는 클레이가 된 듯, 그녀의 죽음에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그녀가 보내는 그 신호들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혹시 나도 누군가의 죽음에 관련이 된 것은 아닐까? 내가 무심코 옮긴 한 마디의 소문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다른 누군가의 마음과 영혼에 상처를 준 것은 아닐까? 평생 살면서 그런 일이 없었다 할 수 없을테니, 오늘밤 잠들기가 두려워진다. 재치있는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제물로 삼은 적은 없는지, 지금 즐거운 수다를 위해서 타인의 험담을 늘어놓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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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리뷰해주세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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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머리에 떠 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작년에 읽었던 <막스 티볼리의 고백>이었다. 검은 색 표지에 너무도 슬픈 눈동자의 아이가 아직도 생생하다. 막스 역시 벤자민처럼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자랄수록 더욱 젊어지고 드디어는 어린이가 되어 죽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었다.

벤자민의 탄생에 대한 부모의 반응과 그 뒤의 이야기들은 어찌보면 희극처럼 느껴지나 막스의 일생은 슬프기 짝이 없었다. 아마도 벤자민의 일생은 매우 짧게 그려져서 그 수많은 사건과 사건들, 그리고 그 안의 많은 감정의 격동이 그려지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마치 기차를 타고 지나면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처럼 멀리서 휙 스쳐가듯 바라본 벤자민의 일생이 어쩌면 우습고 어쩌면 신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섬세한 안경을 쓰고 그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소설에서의 묘사처럼 우습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의 영화를 보지 않았다. 소설을 영화화하면 거개가 소설의 감흥에 못 미쳐서 그 감동을 갉아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되도록이면 피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고나니 영화를 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척이나 긴 러닝타임을 갖는다니 소설에서 스쳐지나간 그의 삶의 고뇌를 훔쳐볼 수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막스의 삶에서처럼 어둠의 기운이 물씬 풍겨날까? 아님 원작에서처럼 고소를 머금게 할까?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할만한 <위대한 개츠비>와는 또 다르게 조금은 가벼우면서도 우울한 느낌을 주었다. 짤막한 단편들은 부담스럽지 않게 피츠제럴드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젤리빈>은

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듯 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막스 티볼리의 고백> 앤드류 숀 그리어/시공사

- 권하고 싶은 대상

사는 게 시시하게 느껴지는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인생이란 너무도 짧은 것이고 특히 젊음은 어느새 사라지는 것이므로.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리고 모든 것이 깜깜해졌다. 하얀 요람과 그 위에서 움직이던 희미한 얼굴들. 우유의 따스하고 달콤한 향기가 마음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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