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전 3 - 천추태후
문재인 글, 그림소프트 그림, KBS 한국사傳 제작팀 원저 / 세모의꿈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아이의 교과서를 가끔 들여다 본다. 어떤 공부를 하는 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을 그리 힘들어하는 지 알아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상급학교에 진학해 갑자기 환경이 바뀐 탓인지 부쩍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운 때문이다.

책들을 훑어보면서 어떤 책은 그야말로 '까만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로구나.'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예전부터 나도 못하던 이과 계열의 과목이 그렇다.) 어떤 과목은 그런대로 눈에 쏙쏙 들어오기도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역사과목이다. 학창시절 다른 아이들이 별종이라할 만큼 역사와 지리를 좋아하던 터라 (한 때는 전공하고 싶을 정도로) 반가운 마음도 들고 아는 것도 간간이 있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그저 암기과목이라 여기던 역사를 스토리로 만들어서 공부했었다.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한 사람의 일생을 꾸며서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도 하면서 어쩌면 내가 작가의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잠깐 환상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로 바꾸면 교과서의 활자는 살아있는 생명이 되어서 나에게 다가오곤 하던 그 설레던 경험을 누군가 다른 사람도 알고 있었나 보다. 바로 <한국사傳>에서 그 경험을 다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사傳'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은 자칫하면 지루하기 쉬운 역사이야기를 실제 살아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만든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안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고민과 사랑을 함께 나누자고 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단지 책 속의 이름 석 자로  내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으로, 사랑과 슬픔과 행복을 가진 누군가로 내게 다가온다. 나는 그를 혹은 그녀를 무시할 수도없고 못 본 체 할 수도 없어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기억한다. 

인류의 기나긴 역사를 하나의 긴 사슬이라고 본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그 사슬을 이루는 고리이다. 격동의 삶이건 단조로운 삶이건 그 당사자에게는 치열하고 슬프고 행복했을 그  삶이 모여서 지금의 우리가 있음을 알게된다.  고리가 자신이 고리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든 말든 그들의 삶은 연결되고 연결되어서 영원히 흘러가게 될 것이다.

 

이번 <한국사傳> 3권은 특히나 더 재미있었다. 그다지 조명받지 못하던 고려의 이야기여서도 그러했고 그 주인공이 여성이기 때문에도 그랬다. 지금 우리사회의 남녀 관계의 구도는 조선조에 들어서도 한 동안의 세월이 지나고서야 정착된 잘못된 중국식 사고 방식이라는 것을 예전에 배웠다. 오히려 고려시대에는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없었으며 훨씬 인격적이고 자유로운 삶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여성에 대한 여러 사회적 제약이 그 근본이 우리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되 면, 그리고 우리의 풍토를 찾아가게  되면 우리 여성들은 더욱 행복한 삶을 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무모한 욕심과 도전을 부렸을지언정 천추태후의 삶은 진정 고려를 위하고자 함이었음을 느낀다. 한 여인으로서 그보다 행복한 삶이 있었을까?

 

역사 책 속의 이름이 아닌 여인 천추태후를 만날 수 있는 <한국사傳>에 감사한다. 다음에는 어떤 인물이 나를 기다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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