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도널드 맥카이그 지음, 박아람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아니 그 이전부터 공부보다는 영화를 더 좋아했던 나같은 사람에게 그것을 물어본다면 얼마나 고민스러운지 모른다.
가장 많이 바쁘다는 고3때, 휴일도 없이 학교에 나가야만 하는 괴로움을 나는 극장에 가는 걸로 풀었다. 오죽하면 고등학교 3년간 본 영화의 대부분이 3학년 때 본 영화였을까?
하지만, 그것 말고는 별로 딴 짓한 일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묻는다면 하나를 꼽기 어려워서 나는 밤새 고민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좋았던 영화 몇 개 얘기해 보라고 물어주길 바란다,


그 좋았던 영화 중의 하나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다.
요즘은 다들 그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봤다고들 하지만, 나는 극장에서 봤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를 본 것은 아니고 한동안 고전 영화를 상영해 주던 극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보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기로 한 날 극장에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좌석이 없었다.
장장 4시간 동안 지속되는 영화를 겁도 없이 서서 보겠다고 들어갈 정도로 나는 영화를 좋아했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닌가?

이리저리 다리를 배배꼬면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영화를 보았다. 스칼렛의 화려한 아름다움과 애슐리의 우수에 찬 눈동자, 레트의 그 깊은 슬픔등이 다리 아픈 줄도 모르게 했다.
중간에 한 번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불타는 애틀란타와 마차 위의 레트와 스칼렛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 뒤의 배경이 그림이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내가 사랑하는 책이었다. 그 책의 후편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안타깝던 나는 속편이라 일컫는 <스칼렛>을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원작의 아름다움을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딘지모르던 그 서운함은 이 책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로 말끔히 지워졌다.


원작과 끊임없이 교차되는 이 책은 레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스칼렛에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빈정대는 웃음만 짓던 그 남자가 왜 그랬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레트 버틀러라는 사람의 인격 형성 과정과 그의 가족사와 그의 친구들을 등장시키면서 원작에서 애매하기만 하던 레트를 아름다운 인품과 깊은 정열을 가진 멋진 남자로 재탄생시켜서 오히려 원작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특히 백인들의 모함으로 비참하게 맞아 죽을 운명이된 그의 어린 시절 친구 투니스 보노를 죽이고 감방에 있던 레트가 면회를 온 스칼렛을 만나는 장면은 원작과 영화와 합성되면서 내게 그 장면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마도 영화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어서 그런 듯 싶다.


스칼렛의 아름다움과 그녀의 강한 듯하지만 여린 그 여성스러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강하지만 깊은 레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위선과 편견을 끊고 자신의 의지와 판단대로 믿고 행동하는 용기와 약속을 지키는 신사이고 약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명예를 존중하는 남자, 인생과 세계를 읽는 눈을 가진 남자인 레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게다가 그가 자신의 모든 삶을 다 걸만큼 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남자라면 말이다.


장장 680쪽이라는 두께를 가진 이 책은 들고다니면서 읽기에는 어려웠지만, 처음에 그 두께때문에 행복했고, 읽는 도중에는 레트를 사랑하기에 행복했다. 그리고 다 읽은 지금에의 그 뿌듯함은 무엇에 비할수 있으랴.
이 책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은 단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속편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그 존재 가치가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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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해 2025-06-0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칼렛의 아름다움과 그녀의 강한 듯하지만 여린 그 여성스러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강하지만 깊은 레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데요? 벨 와틀링과 엮여있는 레트따위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