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

 

   빌 브라이슨의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을 담은 책. 탁월한 이야기꾼 빌 브라이슨은 이 책에서 미국과 영국 여행기에서 보여줬던 특별한 여행의 즐거움을 고스란히 오스트레일리아로 옮겨왔다. 외부 세계와 고립된 대륙, 지구상에서 가장 친절한 주민과 가장 뜨겁고 건조한 기후 그리고 가장 독특하고 치명적인 야생 생물이 있는 곳이 오스트레일리아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기를 쓰는 사람이라면 단연 이 사람을 꼽습니다. 지금까지 빌 브라이슨의 책을 거의 모두 읽었을 정도로 그의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유머러스하고 재치있으면서도 풍자와 해학이 있는 그의 글. 세밀한 묘사는 그와 함께 거리를 걷게 하고, 맥주잔을 들게 합니다. 이번엔 호주로군요. 어서 떠나요.

 

 

2.  나는 이태리의 시골 며느리

 

  이태리 버스 기사와 나흘 만에 사랑에 빠져 결혼한 한국 며느리의 좌충우돌 이태리 체험기. 만난 지 나흘 만에 이태리의 버스 기사와 사랑에 빠져, 이태리 로마 근교의 라티나에서 8년째 시골 며느리로 살아오고 있는 저자의 달콤한 연애사와 유쾌하고 솔직 담백한 이태리 라이프를 담은 책이다.

 

세상에는 정말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를 떠나서 이태리의 작은 마을에 말과 문화가 다른 사람과 살아갈 용기를 준 사랑이라니 과연 어떤 것일까요?

 

 

 

 

 

3. 동물학자 시턴의 아주 오래된 북극

 

  <시턴 동물기>로 알려진 세계적인 동물학자인 시턴이 보고 기록한 고도의 땅, 북극 이야기. 이 책은 오래된 북극, 100년 전의 북극을 이야기한다. 문명의 손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던 북극, ‘백인의 발자취와 총소리가 아직 닿지 않았던’ 북극이다. 자연에 대한 꼼꼼한 기록자로서의 시턴의 묘사는 그가 좋은 화가이기도 하고, 좋은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너무도 인간의 손길이 많이 닿아서 북극의 주인들조차 살 곳이 없어진 오늘을 안타까워합니다. <북극의 눈물>을 보고 가슴이 울렸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100년 전 북극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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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을 보내주세요
미셸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간절히 필요한 순간, 두뇌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지적 유희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정란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 최근 몇 개월동안 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있다. 늘 읽어야할 책들의 더미에 치여서 몸이 피해다녀야 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책을 사 나르는 것이 취미였는데, 마음이 산란한 어떤 일이 생기니 책을 읽어도 그저 글자를 읽는 수준이고 한참을 읽고 나서도 무슨 말인지 정리가 안 되는 일도 일어났다. 그러니 리뷰를 쓰는 것은 더욱 먼 나라 일이다. 이젠 바쁘고 심난한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생활도 안정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책을 읽는 속도는 더디고 한 자리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는 일도 버겁다. 이러다가 '삶의 가장 큰 낙이네' 어쩌네 떠들던 책과의 동거가 요원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그러던 중에 만난 미셰 투르니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은 내밀한 곳에 숨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지적 욕망을 건드린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들이 신경쓰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하루 한 장이라도 꼭 읽으리라 다짐한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우리가 비록 조약돌처럼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는 하나,

                  우리의 수동성 자체가 하나의 행동이 될 것이다."

                                                     - 장 폴 사르트르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중 '행동과 정열'에서 이 문장을 발견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머리가 "띵'하는 느낌을 받았다. 조용한 침묵은 수동성이라는 행동이라는 말은 이 어려운 세상에 대ㅑ처하는 나의 자세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세상의 다양한 어찌보면 잡다한 개념들과 현상들에 대한 단상들이다. '포크와 스푼, 기억과 습관, 버드나무와 오리나무'등 우리의 주변에 언제나 있지만, 한 번도 자세히 바라볼 이유가 없었던 우주의 피조물들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음악과 철학과 사유와 사상, 그리고 세상을 넘나든다. 대부분은 알지 못했던 것들을 깨달으면서 또 가끔은 산만하여 정돈되지 못했던 나의 부박한 지식들을 정리하면서 이 책을 즐겼다. 결코 쉽지 않고 또 때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지만 읽는 동안 심오한 사유를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짤막한 이야기들은 독서의 부담을 덜어 주고 고급한 내용과 표현들이 나의 정신적 사치스러움을 만족시켜 주었다고 한다면 너무 재수 없을까?

 

  "모든 창조에 수반되는 감정은 기쁨이다. 그것은 창조적 행동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 면모이다. ......기쁨만이 창조의 고유한 속성이다. ...... 기쁨이 창조를 물들이고 있는 감정이라면, 쾌락은 파괴의 한 가지 형태인 소비에 동바되는 감정이다. "

본문 122 쪽 '쾌락과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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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완전 정복
마크 사버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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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인 해리는 지금 좌충우돌 정신이 없다. 아름답고 돈도 많은데다가 출신도 훌륭한 아내 안나가 갑자기 죽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성형 수술을 받다가 죽은 것이다. 안나의 언니 클레어는 안나가 성형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것이 해리 탓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해리를 괴롭힌다. 사실 해리를 괴롭히는 것은 클레어 뿐이 아니다. 완벽한 아내 안나가 늘 자기를 부끄러워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던 해리는 안나를 눈을 속이고 안나를 가슴 아프게 한 적이 많았고, 바로 그것이 안나의 죽음의 원인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해리는 괴로워 미칠 지경이다.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고 멋진 남자로 우뚝 서고 싶은 해리는 몰리라는 웨이트리스를 마음에 두고 그녀에게 멋진 남자가 되고 싶어서 몰리의 친구인 루실에게 자선을 베푼다. 그러나 감춰 둔 비밀들은 끊임없이 해리를 조여오고, 우연히 잘못 전화를 건 뒤 위로가 필요하다며 해리를 찾는 엘리엇까지 해리는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늘 자신을 위축되게 하던 안나, 안나 앞에선 한 없이 초라한 자신을 견딜 수 없어 안나를 기만하던 해리는 이제 안나가 사라진 자리를 보면서 괴로워 한다. 단 한 번이라도 안나에게 자신을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어쩌면 안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자신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리에게 아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자신에게 너무나 과분한 안나. 아름다움과 총명함, 지성과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안나는 그러나 해리에게는 좋지만은 않은 아내였다. 늘 상냥하게 그를 대했지만 어딘지 자신을 위축되게 만들던 여자, 그래서 조금씩 그녀를 속이면서 숨을 쉰 해리는 그러면서도 늘 그것이 안나에게 미안했다. 그런데 그 부담스렀던 안나가 죽었다. 마음의 빚이 산더미 같아서 마주 보기가 미안하던 아내가 어느날 사라진 것이다. 해리는 오히려 흔들린다. 어이없는 죽음앞에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해리는 현실의 감각을 찾을 수가 없다. 소설은 해리의 정신 상태를 따라가면서 전개된다.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해리의 마음 속의 생각들을 따라가면서 해리의 독백을 전달한다. 때로는 한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가끔은 저 멀리 다른 동네를 헤매기도 한다. 이리저리 부딪히고 오해를 받는 해리의 진심을 아는 사람은 어쩌면 죽은 안나 뿐일지 모른다. 그리고 해리가 안나에게 하고 싶은 말도 역시 단 한 마디 사과일 것이다.

 제목만 보거나 표지만 본다면 얼핏 유쾌한 내용을 기대할 지 모른다. 그러나 소설은 의외로 생각의 거리들을 던진다. 서로 다른 남과 여의 결합, 때로는 서로의 배우자를 자기가 보고 싶은 면만 바라보는 것이 결혼이 아닐까? 그가 가진 다른 면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다. 어쩌면 인생이란 다 이런 것인 지도 모르겠다. 한없는 괴로움에 빠져서 힘들어하면서도 젊고 아름다운 몰리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해리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다움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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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벌써 2012년이 밝았다.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가다가는 곧 환갑이 오는 것은 아닐지 은근히 두렵기까지 하다.

나이 먹는 것이 즐겁던 나였는데 말이다.

 

1. 별 다섯 인생

 물만두라는 이름으로 10년간 활동한 서평 블로거 홍윤의 비공개 일기를 모은 에세이. 스물다섯의 나이에 진행성 근육병을 판정받은 그녀는 마흔둘에 세상을 뜨기 전까지 방대한 양의 독서를 하면서 꾸준히 서평을 올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고인의 1주기를 기리며 출간된 이 책에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 가족 이야기, 바깥세상과의 소통 통로였던 서평 활동 이야기, 인터넷을 통해 맺은 인연 이야기 등을 비롯해 그녀의 단상과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떤 삶은 산 사람일까 참 궁금하다. 젊디젊은 나이에 얻은 무거운 병, 그리고 그 병을 헤치고 나가면서도 놓지 않았던 책장들, 그리고 그의 마음을 휘감았을 괴로운 생각들이 궁금하다. 삶은 단 한 번이므로. 나도 경건히 살아야하므로.

 

 

2. 밤은 책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책을 섭렵하는 독서가로도 유명한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독서 에세이. 저자는 다양한 방송과 매체를 통해서 책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토로해왔다. 특히 <밤은 책이다>는 깊은 밤이나 고요한 새벽에 읽기 좋은 77권의 책들 중 일부를 직접 소개하고 그에 대한 감상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책은 무엇일까. 나는 책에 관한 책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나보다 책을 더 많이 읽었을 것으로 확신되는 이의 독서 기록을 훔쳐보는 일이 얼마나 짜릿하고도 설레는 일인지 우리는 다들 알지 않나?

 

 

 

 

3. 책과 여행과 고양이

 

 책벌레 여행 기자 최병준의 매혹적인 독서여행기. 저자 최병준은 15년간 경향신문 여행 기자로 살며 참 많은 곳을 다녔다. 그 가운데는 지중해 곁에 자리한 그리스의 휴양 마을이나 호화로운 호텔들이 들어선 두바이처럼 쾌적하고 고급스런 여행이 있는가 하면 전쟁의 흔적이 묻어나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이나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처럼 일상적이지 않은 장소도 많았다. 책벌레 여행 기자는 그 모든 곳에서 책을 펼치고 가장 근원적이고 일상적인 여행의 방법에 대해 사색한다.

책벌레의 여행 이야기라니 이 얼마나 환상의 조합인가? 평생을 책만 읽고 여행만 하고 싶은 사람(이른바 한량?)의 로망을 실현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 배가 아플라나?

 

 

4. 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

 

  저자 사이먼 파크는 20년 동안 영국 국교회 신부 생활을 했다. 하지만 런던의 이스트엔드 어디쯤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일하기 위해 흰색 목깃을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가 부정한 짓을 저질렀거나 믿음이 사라져서 신부를 그만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제나 그러하듯이 삶의 방향을 약간 바꾸었을 뿐이다. 이러한 저자의 변화된 삶을 슈퍼마켓 일지 형식으로 엮었다.

 

 누구나 인생의 전환을 꿈꾼다. 그러나 종교인의 삶을 선택한 사람이 전환을 하는 범위는 좁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슈퍼마켓이라니? 신부님은 왜 흰깃을 포기하고 슈퍼마켓을 선택했을까? 그가 그 슈퍼마켓에서 하고자 한 일은 무엇일까? 신부님은 무엇을 팔고 싶었을까?

 

 

5.  나의 작은 파리

  파리지엔들만 아는 비밀스러운 파리 여행. 테이블이 하나밖에 없는 레스토랑, 조니 뎁이 애용하는 대여 풀장, 오트쿠튀르에 뒤지지 않는 시크릿 패션 디자이너… 파리의 가장 핫(hot)하고 트렌디한 정보와 아이디어들만 골라 모은 가이드 에세이로, 진정한 파리지엔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파리의 비밀스런 매력들을 소개한다.

 

 

 파리사람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곳을 우리도 알 수 있나보다. 언젠가는 훌쩍 큰 딸아이와 곳곳을 누비고픈 파리. 내 생애 한 번쯤은 그런 호사를 누려도 좋지 않을까?

 

 

 

 

6. 맛있다. 내 인생

 

  이 시대 최고 명사 30人과 함께 하는 한 끼 식사. 각계각층의 명사 서른 명이 자신의 식탁에 독자들을 초대했다. 그들은 기억의 서랍을 열어 독자들을 위해 배려와 접촉을 가르쳐준 깻잎장아찌, 막막한 순간 가슴을 뜨겁게 덥혀준 순댓국, 마음을 적시는 우동… 등을 준비했다. 그들이 준비한 음식은 소박하지만, 추억과 이야깃거리를 더해 풍성한 식탁이 차려졌다.

 

  사람과 친해지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 중 가장 그 효과가 큰 것은 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일 것이다. 밥과 반찬을 함께 나누고, 같은 냄비의 찌개를 떠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는 가족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나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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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숲에올빼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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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바이크의 소설 <연민>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잔잔한 향수를 기억한다. 소녀 시절 읽었던 고전들이 내뿜던, 어딘지 낯설지만 설레고 품위 있었던 그런 향기말이다. 격식을 갖춘 만남과 미묘한 차이로 인한 오해가 죽음을 부르던 그 소설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순수한 시절을 그리게 됐었다.

  이 소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를 선택할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던 것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전기 작가로 유명한 츠바이크, 이국 땅에서 아내와 동반 자살을 했다는 약력에서 나는 그의 성품이 몹시 섬세하고 결벽증적이었을 것이라고 멋대로 추측했다. 길고 하얀 손가락에 담배를 끼우고 창밖을 바라보는 그런 창백한 지식인을 꿈꾸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 크리스티네는 행복했을 소녀 시절을 전쟁에 빼앗겨 버렸다. 지속되는 굶주림과 강도 높은 노동과 절망이 그녀를 하나의 기계 부속처럼 만들었고, 그녀는 아무런 감성조차 없는 채로 하루하루를 더럽고 초라한 집에서 어머니와 지냈다. 그런 그녀에게 날아 온 멋진 휴양지로의 초대장은 오히려 그녀를 두렵게 하지만, 어머니는 그녀에게 휴가를 강력히 권한다. 스위스의 멋진 호텔에 도착한 그녀는 두려움과 초라함으로 주눅이 들어서 쭈볏거리지만, 처음 만난 이모와 이모부는 그녀를 귀족 집안의 딸처럼 만들어 준다. 타고난 아름다움과 다시 돌아온 밝은 성격은 그녀를 그 휴양지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로 만들지만, 그 행복은 모래 위에 지은 집일 뿐이었다. 천사의 날개처럼 가벼운 드레스와 자욱한 담배 연기 속의 나직한 대화와 웃음, 그녀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찬사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고 다시 초라한 우체국의 한 부속으로 돌아온 크리스티네는 그녀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고통스러워한다. 이미 다른 세상을 보아버린 크리스티네는 이전의 자기로 도저히 돌아올 수 없었다.

  결국 크리스티네는 가장 불행한 선택을 한다. 그녀에게는 죽음이 이것보다 나쁠 것도 없었고, 그 어떤 불행도 결국 죽음에 이르러서는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섬세한 크리스티네의 불안과 두려움, 기쁨과 행복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문장들은 크리스티네의 감정으로 나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들떠서 흥분한 채로 있다가 느닷없이 차가운 바닥으로 내던져진듯한 그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가운 도시의 거리를 페르디난트와 거닐면서 단 한 군데도 자신들의 지친 몸을 쉴 곳 없는 그들의 가련한 연애는 그녀의 비탄스런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온 세상 모두가 갈 곳이 있는 것같은 느낌. 춥고 외로운 그들만을 두고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그 소외감은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낯선 나라에서 느끼는 츠바이크의 그것과 닮아있었을까?

  작가의 유작이라는 이 소설은 어쩌면 미완의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우체국 금고를 털 계획을 아주 꼼꼼하게 세우지만, 실행 여부는 우리가 알 수 없다. 크리스티네는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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