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멜로즈 시리즈 3권이 출간됐다.

이번에도 역시나, 컴버배치의 드라마 표지가 함께 한다.

이 배우님의 이 표정, 어뜨케... ㅠㅠ

드라마를 안 봐서 몰랐는데, 소설의 주인공과 컴버배치의 연기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다고... 응?

 

 

지금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 1권과 2권 사면 컴버배치 님의 매력적인 표정의 엽서를 준다.

각 권 표지와 똑같은 엽서다. 아주 빳빳하고 좋다.

 

 

 

이제까지 3권. 곧 4권 5권도 나올 텐데...

완결까지 가보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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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시인선 90
허은실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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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실의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는 몸에 관한 구절이 많다.

우리 몸, 특히 여자의 몸을 말하는 부분이 많아서 유심히 듣게 된다. 표현도 적나라하다.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어서 누군가의 솔직한 말을 듣는 기분이다.

이 가벼운 시집을 조금은 무겁게 조금은 깊게 읽고 있는데, 절반 정도 읽었을까.

갑자기 나타난 이 시 때문에 입에 웃음을 머금었다.

단순히 웃겨서가 아니라, '어떻게 이렇게, 이 정도로 표현할 수가 있지?' 싶은 마음 때문이다.

 

 

치질

 

밑구녕까지 꽃이 피었다

 

징후도 없이

예후도 모르는 채

부끄러움을 앓는다

 

걸음마다 꽃이 도져

앉지도 돌아눕지도 못하게 하는

 

괄약근이여

 

 

시에 관해 다양하고 전문적인 해석이 있겠지만,

시를 많이 읽지 않은 이 무지한 독자가 이 시를 읽고 처음에 든 생각은 단순했다.

'이런! 치질을 이렇게 표현하는 시라니, 대단하다!' 시의 구절 그대로 듣다 보면 치질에 관해 다 알아버린 느낌이다.

치질의 모양, 치질의 증상, 치질을 앓는 환자의 마음. 혹시 공감하는 독자가 있으려나?

 

시집의 전체적인 느낌은 흥미롭고, 솔직하고,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거다.

우리 몸 구석구석의 생김새나 느낌을 적어가는 것만 같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못 보는 곳까지 언급하고 묻기도 하면서 말이다.

오랜만에 읽은 시집인데, 특이하다는 생각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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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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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가장 탁월한 미래학이다.

미래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과거를 돌아보는 목적은 미래의 길을 찾고자 함이다. 역사가 과거학이 아니라 미래학인 까닭이 여기에 있고,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10페이지)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 1』권을 읽다가 새로운 것을 보게 되었는데, (어디까지나 내가 느끼기에 새로운 장면이었다는 거다) 35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서 거의 250페이지 가깝게 서술된 게 조선의 건국 전 이야기다. 그러니까 나는, 고려 왕조가 끝나고 조선이 뚝딱 세워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거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 ㅠㅠ) 하긴, 멀쩡히 잘 굴러가는 나라가 갑자기 사라지고 새로운 나라가 생길 수가 없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동안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새로 등장하는 나라 사이의 일을 잘 듣지 않았던 거다. 왕과 왕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나라와 나라가 바뀌는 것인데 얼마나 커다란 일이었겠나. 그 일이 실행에 옮겨지기까지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아는데도 간과했다. 현재의 나라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누군가는 상황을 바꾸고 나라의 역할을 제대로 할 마음을 품는 것을. 고려와 조선의 바통 체인지가 그랬다. 고려 말 나라 안팎의 상황이 개혁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특히 흉흉한 민심은 고려가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 못했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이성계였고, 그를 중심으로 한 사람들이 조선의 건국을 이뤄낸 거였다. 그렇게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기 시작되었다.

 

홍건적과 왜구의 침입이 잦아서 백성의 삶을 피폐하게 할 때였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개혁이 아니고서는 해결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무렵이었다. 하지만 개혁을 하려는 사람들의 뜻은 둘로 나뉘었다. 고려를 기반에 둔 온건 개혁을 말하던 이색과 정몽주. 아예 왕을 바꾸어(왕의 성을 왕 씨에서 바꾸자는) 시작해야 한다고 급진 개혁을 말하는 신흥 무인 세력들. 이성계는 신흥 무인 세력에 속한 자다. 하지만 이 안에서도 뜻이 하나로 쉽게 모아지지는 않았던 듯하다. 개혁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가기도 했고, 뜻을 같이할 수 없는 사람들과 맞서기도 했다. 이성계는 명나라 정벌을 주장했던 최영과 우왕의 뜻에 반대하여 압록강을 건너기 전에 군대를 되돌린, 위화도 회군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건 곧 반역을 의미했다.

 

쉽진 않았지만, 이성계는 조선 건국과 함께 태조가 된다. 그의 나이 쉰이 넘어서 이룬 결과였고, 오랜 시간 함께해온 사람들과 더 나은 나라를 꿈꿨을 것이다. 고려 말의 상황과 같은 일은 만들지 않겠노라 속으로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왕위에 오르고 그가 조선을 통치한 건 6년여 정도였다. 아버지를 따라 고려로 귀순하고, 변방 촌뜨기에서 조선의 태조가 되기까지 그의 대서사시가 『조선왕조실록 1』권에서 펼쳐진다. 이성계가 조선 건국을 이뤄낸 것을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는 거였다. 민심을 읽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의 정책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오늘날의 정치나 선거 대책 방향과 다르지 않은 듯하다) 거기에 그의 리더십과 겸손이었다. 그의 겸손은 특히 이 책의 후반부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그는 조선 건국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만의 능력으로 조선을 건국한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조선 건국 이후 조선왕조를 더 탄탄하게 하려고 주변 사람을 이끄는 모습은, 리더라면 어때야 하는지 몸소 보여준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의 말년에는 왕자의 난을 지켜보면서 과오를 뉘우치는 것이었지만...

 

그렇게 태조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혁명적 토지 개혁을 단행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랑과 고려를 멸망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 짊어질 수 있는 극도의 증오를 동시에 받으면서 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가는 저승에는 함께 이 왕국을 만들었으나 먼저 왕국을 떠난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래는 언제나 그랬듯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356페이지)

 

조선왕조실록이 독자에게 읽히는 건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78편의 사극 드라마가 조선을 배경으로 했다고 하니, 조선왕조는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이긴 하다. 조선왕조의 모든 왕을 드라마로 만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원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조선왕조실록을 완독하는 게 어떤 독자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나야, 나) 다양한 버전으로 나온 조선왕조실록을 읽는 맛이 있을 텐데, 이미 검증된 역사학자 이덕일의 목소리로 만나는 조선왕조실록은 사뭇 웅장한 느낌이다. 이제 시작인데 정통 조선왕조실록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구상과 자료조사에 10년의 시간이, 집필에 5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하니 믿고 읽어봐도 좋을 작품이다. 이미 2권(정종, 태종)까지 출간되었고, 곧이어서 계속 출간될 다음 왕들도 얼른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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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나이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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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건 육체가 늙고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것과 같다. 서글퍼지기도 하면서 도무지 늙어가는 것의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고 투정도 부리게 되지만, 찾아보면 나이 듦의 장점이 있다. 세월을 흘러보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그러하다. 어떤 일이 일어났던 그때 말고, 시간이 흘러야만 알게 되고 확인하게 되는 일들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서커스 나이트』는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서야 만나는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느리고 더디게 가면 도태되고 낙오된다고 믿는 세상에서, 느리게 천천히 보내는 시간에서 만나는 상처 회복의 순간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매력 있는 작품이다.

 

사야카에게는 희한한 능력이 있다. 사이코메트리. 어떤 사물을 만지면 그 사물과 관련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누군가의 땀 냄새가 밴 티셔츠 한 장을 만지면 그 옷 주인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가능하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편지의 발신인은 오래전 헤어진 남자 이치로. 현재 사야카의 삶을 보면 이치로의 편지는 뜬금없는 일이다. 사야카는 아이가 있고, 아래층에는 시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남편은 없지만 한 가정의 유부녀인 것이다. 이치로의 편지는 뜻밖이었지만, 편지의 내용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사야카가 사는 집 마당에 소중한 무언가가 묻혀 있으니 찾으러 가도 되겠냐는 내용. 물론 이치로는 그 집에 사야카가 사는 줄 모르고 보낸 편지다.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오래전 헤어진 남자친구가 살던 집에 내가 살고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특이한 인연에 소설이 어디로 흘러갈지 몰라서 계속 읽게 되는데, 요시모토 바나나의 담백한 문장이 어김없이 담담하게 읽게 한다. 조금 특이한 가족 구성원의 등장부터 그러하다.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시한부 남자에게 받은 청혼, 죽기 전에 자기 아이를 낳아달라며 말하는 남자나 그 제안에 응한 여자나 닮았다. 일찍 부모를 잃은 사야카에게 그렇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아무 조건 없이 사야카를 받아준 시부모님, 죽는 그 날까지 사야카를 아끼고 사랑해주었던 남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아이. 그리고 이치로의 편지에서 확인한, 마당의 히비스커스 나무 밑에 묻힌 작은 뼛조각을 발견한 사야카는 그 뼛조각의 이야기를 읽는다. 그렇게 오래전 시간과 조우한다. 뭉개져서 굽어버린 그녀의 엄지손가락, 마당의 나무 밑에 묻힌 것은 왜 이치로와 연관이 있는 것인지, 그녀의 지나간 시간이 하고 싶은 말을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천천히 듣게 된다.

 

사야카의 지나간 이야기가 현재와 교차하면서 하나씩 들려온다. 지나간 시간의 중심에는 이치로와 연관된 일들이 있는데, 그때 그 시간이 그렇게 흩어져버릴 수밖에 없었던 건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 조금 더 너그럽게 이해하고 융통성 있게 흘려보내도 될 일들이 그때는 왜 참지 못하고 도망쳤을까? 이치로는 왜 사야카를 좀 더 찾아가지 않았는지... 아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아무리 말해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고, 도망치는 게 방법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여기며 자기 안위를 살폈을 것이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였겠지. 사야카가 겁쟁이여서가 아니라, 이치로가 사야카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치로의 어머니가 죄책감을 느껴서가 아니라...

 

심각해질 거 없어, 모든 건 지나가니까 즐겨, 하는 메시지 때문이었을까.

실제로 기분이 좀 편해졌다.

이치로의 방에 있을 때 고향에 돌아온 것 같았던 그 기분. 겨우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을 조금은 미안해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지나가고, 변해 간다.

아무리 불러도 사토루는 돌아오지 않고, 미치루는 성장해 간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무리 없을 일만 하고 싶다.

간절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됐어, 그다음으로 넘어가, 하고 사토루가 말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278페이지)

 

이 지점에서 확인하게 되는 게 바로 시간의 힘인 것 같다. 그때는 잘 몰랐고 아니라고 믿었지만, 지금은 감당하게 되고 이해가 되는 순간이 되는 일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마 그때는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지도 좋아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상황을 담아낼 마음의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해서일 수도 있다. 그 무엇이 그때를 어렵게 했든지 내 안의 자리가 있어야 그 많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보듬을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자리가 없어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이치로의 어머니가 마지막에 했던 말을 이치로가 실행에 옮기면서 사야카와 다시 만나게 된 건, 삶의 그런 이치가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그때 마무리하지 못했던 감정을 정리하고, 뒤늦은 오해를 풀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게 되는 순간. 시간이라는 다리를 건너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또 한 번 강조하는 것만 같다. 그렇게 모든 상처가 다 아물고 없었던 일로 되는 건 아니다. 적어도 자기가 감당하고 정도의 몫으로 이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성장하고 배워가는 시간의, 흐르는 세월이 담아낼 수 있는 장점이라고, 이제는 알 것 같다.

 

내가 이 나이가 되어 늙어가는 육체가 버겁고 슬프지만, 내가 살아온 시간이 쌓여 경험하고 배운 것들 때문에 또 지금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걸, 지금은 안다. 지나간 많은 시간 속에서 나도 사야카처럼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그게 그 순간의 답이라고 나 자신에게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때는 어설프고 서툴러서 그래서인 줄 모르고 말이지. 그때와 지금을 연결하는 긴 시간은 저자의 말처럼 회복의 기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만 향한 시선에 미치도록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때는 거기서 머물러야만 치유되는 상처들이었을 거라고. 그 시간을 견디고 나니 현재의 시간이 또 다른 회복을 불러왔다. 사야카가 작은 뼛조각에서 읽은 간절한 마음을 듣고 용기 내어 연락하고 다시 마주하며 지나간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시간.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그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힘을 서서히 깨닫는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주어진 시간을 묵묵히 살아왔더니,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하면서 지내왔더니, 어느 순간 보니까 상처와 아픔은 회복되어 있기도 하더라는 말을 이렇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평범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그 배경이나 캐릭터는 그다지 평범하지 않았다. 사야카와 이치로가 연결된 히비스커스가 심어진 집, 남편도 없는 집에서 시부모와 함께 하는 일상, 초자연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발리, 발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야카 성장의 시간, 손길이 닿으면 사물의 이야기를 읽는 능력. 어쩌면 자연이 삶 곳곳에서 묻어 있으면서 인간의 일상을 주관하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발리의 풍광을 묘사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자연이 늘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묘한 분위기 속의 일상에서 특별한 사람들의 정이 또 평범하게 보이는 건 무슨 조화인지. 결국은 그렇게 돌고 돌아서 우리 삶의 평범함을 다시 비춘다. ^^ 아마 그건 요시모토 바나나가 가진 특이한 능력 때문인 것 같다. 낯설고 어색하게도 보이는 분위기로 소설을 읽게 하면서도, 독자가 우리 삶과 닮은 평범함을 찾아내게 하는, 우리가 살면서 겪는 많은 문제와 생각을 꺼내어 공유하게 한다는 것을.

 

사람은 저마다 많은 사람들과 이어져 있고, 그 사이를 오가며 조금씩 바퀴를 돌린다. 그것도 자연의 섭리의 일부다. (408페이지)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순간을 들려준 것 같다. 버릴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존재하는, 하지만 이제는 어둡지 않게 만들어야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다리가 되는 기회. 한 걸음 한 걸음, 때로는 웅크리고 때로는 기지개를 활짝 켜면서, 아픈 기억이라도 꺼내야 한다면 꺼내어 보면서, 나아가는 걸음들을 이렇게 듣는다. 누군가에게는 지금이 상처를 만드는 시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지금이 회복의 시간일 수도 있다. 저마다 지금 시간이 만드는 의미가 다르겠지만, 언젠가는 그 회복이라는 것을 마주할 거라고, 세월이 조금 흘러야 가능한 일이라면 조금 기다려도 괜찮지 않으냐고 말하고 싶다. 지나고 보니 조금은 알겠더라, 하는 말을 굳이 여기서 한 번 더 적용해본다. 지금은 그 시간을 조금은 더 지켜보자고 말이다. 빈틈없이 뭔가가 꽉 들어차 빽빽했던 마음에 곧 공간이 생길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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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다.
더워도 너무 덥고
새벽에는 4시쯤부터 환해지더니
5시 반쯤 되면 서서히 해가 보이는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든 사람인데
더위 때문에 새벽에 해 뜨는 걸 본다.
하루에 거의 2~3시간 자는 듯...

밖에 일보러 다녀야 하는데도 겁이 나서 나설 수가 없다.
샤워를 하면서도 동시에 땀이 흐르는데 어째야 하는 건가?
겨울이 힘들지만 올해 여름은 진짜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 같다.
택배 기사님 꼭 3~4시에 오셔서,
가장 더운 시간이라 물건 받으면서도 죄송하고 그래서
이제는 500ml 생수 얼려놨다가 드린다.
마트에 가니 300원 하더라.
당연히 자기 할일 하면서 돈 버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 있겠지만,
그 말도 맞는데,
이 살인적인 더위에 당연한 일도 힘든 건 힘든 거 아니겠나...
얼음물 드리면서 죄송한 마음 달래 봄.

최고 온도 35도라는데
체감온도는 도대체 얼마만큼인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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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장미 2018-07-2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어컨없이 살아낸 그동안의 여름을 덧없네요. ㅠㅠ
올해를 버틸수 있을지....;;;;;;

구단씨 2018-07-27 23:55   좋아요 0 | URL
아 진짜 덥네요.
생각해보면 작년에도 에어컨을 그리 많이 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올해는 에어컨 고장 날까봐 무서워요. (이미 며칠 전에 한번 점검 받은 터라 더 무섭다는...)
한번 서비스 접수하는데 최소 일주일 후에나 수리하러 온다는 말에 식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