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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의 시대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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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마이클 크라이튼의 죽음 이후에 발견된 미발표 원고. 세상에 빛을 보다...


이미 원작들과 영화로도 유명해진 그의 소설들을 그동안 단 한편도 못만났다는게 많이 아쉽게 만든 작품이었다. 책으로도 영화로도... 그 유명한 주라기공원도 못 봤다면 웃을텐가... 젼혀 취향이 아니어서 그랬다고 말을 해보지만, 역시 유명한 것은 한번쯤은 손을 대주어야 그 맛을 보고 음미할 수 있었을 것을...

해적의 시대...
제목부터 거창하다. 못된 해적이 나타나 바다의 보물을 휩쓸고, 영화나 뉴스에서 보던 해적의 장면들을을 떠올려 봤는데, <해적의 시대> 속의 해적은 이상하게 눈길이 간다. 역시 요즘 대세인 나쁜 남자에 중독된 것일까... ^^ 

17세기의 영국 식민지 자메이카의 뱃사람 헌터 선장.
총독의 입김으로 보물선이 정박해 있는 곳으로의 출항을 한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모험을 할 준비가 된 사람. 물론 그 보물을 획득하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그러면 거저 얻어지는 물건에 의미가 없잖아. ^^ 험난한 모험 끝에 얻어낸 결과에 헌터를 포함한 그의 선원들, 그리고 눈감아준 총독, 또 그 외의 인물들이 만족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들의 모험을 보는 것 자체로도 훌륭하고 흥미진진했으니까 이야기로써 충분한 매력을 던져주었던 소설. ^^

흔히 해적 하면 나쁘고 악랄한 것으로만 연상되는데, 이야기 속의 헌터는 못된 해적이라기 보다는 모험을 즐기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당한(?) 댓가를 주고 받을 줄 알며, 뱃사람 특유의 몸으로 경험한 바다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영리하게 계획하고 움직일 줄 알고, 예상치 못한 바다의 공격에도 이겨낼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해적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어느 정도는 멋있는 남자로 변화시켜 주는 인물이다. (현실에서의 해적은 분명 나쁜 사람이지만..^^ ) 

이 책은 감히 내가 도전할 엄두가 안났었는데, 절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 하면서 심드렁하게 펼쳐들었는데, 웬걸~ 그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기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몰입하게 된다. 그들의 모험이 궁금했고, 그 위기를 또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을지 궁금해서 침이 마를 지경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바다 괴물 크라켄의 등장, 정말 아닐 것 같은데도 드러나는 음모와 계략들이 넘쳐나는 해적의 그 세계, 하나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재미의 요소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실제로는 어땠는지 내가 잘 모를 그곳,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악명 높은 도시로 유명했다던 포트 로열이 배경이 되어 해적의 활약과 모험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 한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으니까...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영화화 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가 책으로만 멈추는게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더 화려하고 웅장하고 멋진 영상으로 우리 눈 앞에 다시 한번 나타나주길 기다리게 만드는 이야기... 

처음 작가는 과학 스릴러를 대부분 만들어냈는데, 뜬금없는 모험소설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전작들을 사랑했던 사람들에게는 연결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전작들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내가 마이클 크라이튼이라는 작가를 이 책으로 만나게 된게 오히려 다행일지도... 곧 만나게 될 그의 소설들에 대해 아직은 백지 상태에서 선입견 없이 그가 그려내는 이야기의 흥미로움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을테니까...
근데 많이 아쉽다. 작가는 아직 흥미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더 들려줘야 하는데, 벌써 세상과 안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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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여행>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집보다 여행 - 어느 여행자의 기발한 이야기
왕영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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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특이하고 조금은 색다른, 가볍지않은, 진지하고 깊어지려 하는...그러한 여행서가 아니었을까...
 

무슨놈의 지식과 사고가 이렇게 짧은지, 여행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벌써 몇년 전의 CF 카피이다. 너무 유명해서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 문구 때문이었을까. 여행 붐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입에 여행이란 단어를 달고 살았다. 방바닥과 너무 친해서 게으름의 산을 쌓는 내가 여행이란 단어를 입에 담았다면 더 할 말도 없지 않은가... 

여행이란 단어가 주는 설레임이 마냥 좋았을 것이다. 어쩌면 무기력하고 무료한 삶의 한 부분을 조금은 달래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어느날 갑자기 역에 나가 당장 출발하는 열차표 하나를 끊고 기차를 탔는데, 목포행이었다. 나에게 여행이 주는 설레임은 거기서 끝이었다. 기차를 타는 것 자체에 부여한 여행이라는 이름과 의미가. 목포역에서 내려 제일 먼저 한 것이 집에 되돌아가는 열차표를 끊는 것이었으니까... ㅡ.ㅡ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은 짓이었는데...그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떠나려 마음 먹는 기회, 충동적으로 기차를 타고 싶다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기회,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과 설레임을 동시에 느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기회...그 많은 기회가 그대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다시 언제 또 올지도 모를 기회임을 그때는 미처 몰랐을테니까...
지금도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 다 가는 피서도 오히려 '멀리 혹은 가깝게' 어디로 떠남이 목적이 아니라 오직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의 시간이 피서이고 휴식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다가온 이 책 <집보다 여행>.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그대로 책 속에 담겨 있으니 어쩌면 좋을까...
집보다는 여행을 통한 세상의 경험을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가 남다르다. 보통 여행서 하면 여행지의 사진이나 특징이 가득 담겨 있고, 저자의 느낌이 약간 첨부된, 여행 안내 책자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곤 했는데, 이 책은 그동안의 여행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여행을 통해서 느낀 저자의 철학과 세상을 보는 눈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저자가 갑자기 여행과 캠핑에 중독처럼 빠져든 이유, 답답함이 불러오는 숨막힘의 순간을 견뎌낸 모습들, 부랑자처럼 여행을 다니던 순간들, 그 길에서 만난 사랑과 함께 하는 시간들, 여행이 주는 모험과 안정의 조화를 이루어가는 인생을 만들어가던 의미들이...그리고, 여행에 대해 가지는 막연한 기대감과 가벼움에 대한 충고들...

우리가 여행을 떠나려는 이유...?
누구나가 먼저 떠올리는 것이 휴식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쉬고 싶다는 이유로,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말로 떠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 낯선 곳이 주는 설레임과 자유(어쩌면 방종일지 모를)를 누리고 싶은 기대감에 들뜬 마음이 조금은 당연스레 여겨지는 순간을 만끽하고픈 생각들에 떠나는 것. 이제껏 그 정도를 여행의 이유나 의미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여행서들을 보면서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과 기대를 잔뜩 가슴에 안고서...^^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여행이라는 것의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여행은 자신을 여러가지 위험에 노출도 하면서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것일 수도 있고,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진정한 모험을 즐길 수 있어야 하며, 돌아갈 곳이 있는 집에 대한 안정의 마음도 동시에 품게 되는 그런 시간들...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그의 인생철학이 담긴 여행서다. 여행이 주는 깊은 의미를 또 다른 모습으로 들려주는 듯한... 

나에게는 이 책이 여행이라는 막연한 꿈을 꾸게 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어렵고 깊은 인생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그 어디서도 쉬운 것은 없으며, 초극소심의 나에게 너무 어려운 도전을 던져주는게 아닌가 싶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기도 하고,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완전하게 깨닫지 못한 느낌이다. 사람이 저마다 다르니 와닿는 정도도 다르겠지만, 무언가를 내가 많이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편함이 많이 들게 했던 부분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저자가 말해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자유를 향한 우리의 모습과 의지는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고 드러내놓아야 하는 부분이며, 우리는 또한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므로...그러한 삶을 살아갈 가치도 있고 자격도 있으므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내 운명의 주인은 나 자신이고 내가 선장이므로... ^^ 

사실 쉽게 쉽게 한페이지가 넘어가지는 않았다. 여행이 주는 바람 같은 느낌을 조금은 가볍게 느끼고 싶은 선입견에 첫페이지부터 넘겼는지도 모른다. 어렵다고만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한 것이 그런 진행을 주었나보다. 마지막까지 페이지를 놓지 않았던 것을 보면 꼭 어렵지만은 않았다는 것일텐데... ^^
배워야 할 것은 여행에서 다 배웠다는 저자의 인생이 조금은 더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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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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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찾아 떠난 그 소녀의 이름은... 

한 사람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선은 어디까지일까.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세상과 이별하는 순간까지의 모든 것이 그 아이의 성격과 정서, 환경의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오죽하면 태교라는 이름으로 뱃속에 있을때부터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신경쓰겠는가.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부모님의(어른들의) 모든 것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쳤으리라... 

그 소녀는 몇살일까.
황금다방에서 기생을 하던 그 소녀, 정작 본인은 학교에 다녀본 적도 없으면서 마담의 아들의 숙제를 대신 해주면서 시간을 때우고, 다방의 장미언니에게 마음을 주기도 하고, 장미언니를 무시하는 장미언니의 애인에게 섬뜩하게 눈을 부라리기도 하는 그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름도 없는 소녀. 집 나간 엄마는 가짜라고 생각하고, 엄마를 폭행하고 자신을 때리는 아빠 역시 가짜라고 생각하는 그 공간을 뛰쳐나와 길을 걷는다.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소녀가 목적지도 없이 걷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진짜'를 찾아 가는 길. '진짜 엄마'를 찾는 것. 오직 그 이유 하나로 세상을 걷는 소녀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손녀처럼 거두어주고 보듬어주시던 태백식당 할머니, 하나님의 말씀으로 평화를 얻으라 가르쳐주던 교회의 그 신실한 목소리 청년, 책으로 방문을 막아버리던 폐가의 남자와 '진짜 엄마'를 같이 찾으러 다니던 길에 동행했던 각설이패의 대장과 삼촌. 그리고 친구 아닌 친구로 만났던 상호, 유미, 나리... 

소녀가 만난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조금이라도 소녀에게 손 내밀었던 사람들을 보면...
소녀가 말했던 것처럼 왜 소녀에게 손내밀었던 사람은 전부 가난한 사람인가. 부자의 눈에는 소녀가 보이지 않았던가...눈에 보였지만 모른 척 외면하고, 소녀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만 남긴 사람들이 전부였던 것을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하나...

소녀가 찾는 진짜 엄마는 정말 있기나 한 걸까. 왜 소녀는 자신이 나왔던 집에 있었던 사람들을 가짜 아빠, 가짜 엄마라 생각했을까.
소녀가 집을 나오고, 진짜를 찾으러 길을 나선 이유는 여기서 시작이다. 자신의 부모가 가짜라고 생각했던 것. 그러면 왜 가짜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또 생각하게 된다. 왜...왜...

아마도 '왜?'의 질문에 정답은 하나가 아닐까. 무책임한 어른들의 행동에 대한 결과가 만들어낸 것이 분명한 소녀의 그 모습을...낳아놓고, 방치 아닌 방치를 하고, 아이에게 미칠 영향 따윈 안중에도 없이 오직 자신만의 눈으로만 보고 행동했던 어른들의 죄. 소녀가 나이가 몇인지,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언나 간나 이년 저년 아무렇게나 불리던 것도, 또래의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들의 대부분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 험하고 위험에 노출된 그대로 당연한게 받아들이면서 겪어가는 하루하루를 소녀가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것 모두가...그 모든 것이 그 소녀의 부모를 시작으로 어른들이 만들어낸 죄라고... 

소녀가 스스로의 이름을 평화라고 불리던 그 순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기억에도 없을 엄마의 뱃속에서의 기억을 그리며 말 하는 그 소녀의 마음을 누가 헤아려 주고 치유해주고 보듬어 줄 것인가. 결국엔 그런 것조차 필요없게 되어버렸지만...겨우 십몇년을 살면서 세상의 끝을 동시에 보고야 말았던 소녀.

우리는 이름조차 모르고 들었어도 기억조차 못하고, 우리 옆을 그저 스치고 지나갔을 뿐일 그 소녀의 이야기가 결코 흘려들을 수 없었던 이유는, 아마 우리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이만큼의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보니, 지금 이 순간 지나간 시간을 더듬더듬 기억해보니 지금의 나의 모습을 만들어놓은 많은 것들의 영향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좋았고 싫었고 불편했고 힘들었고 어렵고 어지러웠던 순간을 만들어낸 모든 것들을... 

세상이 끝장나는 순간, 가장 높은 곳에서 무너지는 세상을 지켜볼거라 말하던 그 소녀...
가슴 속에 긍정이 아닌 삐딱하고 옳지 못한 사고를 먼저 심어주게 만든 그 눈을 갖게 만들었던 것을... 누가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겨우 열몇살일뿐인 이 소녀를... 

미안, 미안해.
나는 너의 가짜 부모도 아니지만, 그래도 미안해.
뱃속의 순간이 가장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순간으로 기억하게 만든 너에게 미안해.
그저, 같은 어른이니까 그 책임도 같다고 생각해. 그래서 또 미안해.
이젠, 조금 평화로워졌을까? 니 이름처럼?...
 

이 책 속의 소녀는 스쳐 지나갔지만, 또 다시 내 옆을 스쳐 지나갈 그 소녀는 결코 스쳐 지나가게 그냥 두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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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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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있어 최악의 고통은 자식을 가슴에 묻는 일이라고 했다. 자식의 일 앞에서는 그 어떤 나약한 부모도 더없는 힘을 발휘하는 강자가 될 수 있으며, 세상에 그 어떤 못할 일도 없게 되는 것이 부모라고...

자식은 부모에게 그런 존재다. 솔직히 나는 아직까지 그런 경험을 하진 못했다. 부모가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주 모른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다. 직접 낳아야만 부모는 아닌 것이니까... 거기다 한가지 더, 나는 부모가 단지 이름으로만 부모가 아니라,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부모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식을 사랑하고 아껴 주되, 마음만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부모를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그 아이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고 애써야 함은 물론이고... 

일곱살짜리 여자 아이 둘이 어느날 새벽 사라진다. 둘이 같이 사라졌는지, 별개로 사라진건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그 새벽에 잠옷차림에 맨발로 사라진 그 아이들이 걱정될 뿐이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사라진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데려간 것일까. 그 누군가가 데려간 것이라면, 왜?, 누가?...

4살 때의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는 소녀 칼리와 그런 칼리를 너무 잘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친구 페트라가 동시에 사라졌다. 부모들과 보안관, 담당자들은 그 아이들이 사라진 집 근처의 윌로우 크릭 숲 속에서 아이들을 찾아 헤매인다. 그들의 바램은 오직 하나,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이야기의 전개가 특이하다. 칼리와 페트라, 그리고 두 아이들의 가족들의 시선에서 차근차근 이야기가 그려진다. 주인공인 칼리와 페트라, 칼리의 엄마인 안토니아, 칼리의 오빠 벤, 페트라의 부모님인 필다와 마틴의 시선, 그리고 안토니아의 첫사랑이자 친구인 그 마을의 보안관 루이스의 시선에서 차근차근 순차적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과 그들이 외면했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려올 때마다 우리는 한번 더 긴장해야 한다.
단순히 먹고 입혀주고 재워주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님을... 

칼리의 선택적 함묵증.
종알종알 호기심이 많던 아이가 어느날 말을 멈춘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 진실은 딱 세사람 밖에 모른다. 칼리와 아버지 그리프, 그리고 엄마 안토니아. 그런데도 각자가 생각한 진실에만 멈춰있다. 칼리가 말을 멈추어야만 했던 이유, 엄마가 생각하는 이유, 더없이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길을 가는 아빠. 결국 칼리의 침묵은 부모의 일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부모라는 이름의 그들이 져야할 책임은 너무도 크다. 몰라서 그랬다는 변명 같은 핑계는 집어치워야 한다.  

페트라의 주변을 살피지 못했던 이유.
더없이 사랑한다고 했던 딸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의 무신경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아빠 마틴. 아주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조금만 더 살펴보면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일어난 다음에는 그런 말들이 필요 없다. 그 이후로의 무신경은 버려야 할 것일 뿐이니까...

이야기는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지만 마음만은 내내 어려웠던 소설이다. 유치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아이들은 부모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어른의 입장에서만 부리는 이기심이 아이들을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이야기다. 칼리가 침묵 했던 것도, 페트라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도 모두...
그 아이들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결국은 어른들이 만들어낸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그 아이들의 마음 속에서 자라나는 그 어둠의 무게도 어른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그 어떤 어른들도, 부모들도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행착오도 실수도 할 수 있는 인간이니까...
하지만 한가지만 더 염려하면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자신이 만들어낸 환경과 행동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이며, 꽤나 큰 행복과 상처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뜬금없는 말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많고 적음의 행복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화목하고 웃을 수 있어야 그 영향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간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안토니아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자 했던 이유가 자신의 아이들인 칼리와 벤에게는 불행을 가져왔을 수도 있으니까...
더이상 아이들의 시선,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외면하지는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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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2 - 완결
이화현 지음 / 청어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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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센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의무감으로라도 구입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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