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다 여행>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집보다 여행 - 어느 여행자의 기발한 이야기
왕영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조금은 특이하고 조금은 색다른, 가볍지않은, 진지하고 깊어지려 하는...그러한 여행서가 아니었을까...
 

무슨놈의 지식과 사고가 이렇게 짧은지, 여행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벌써 몇년 전의 CF 카피이다. 너무 유명해서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 문구 때문이었을까. 여행 붐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입에 여행이란 단어를 달고 살았다. 방바닥과 너무 친해서 게으름의 산을 쌓는 내가 여행이란 단어를 입에 담았다면 더 할 말도 없지 않은가... 

여행이란 단어가 주는 설레임이 마냥 좋았을 것이다. 어쩌면 무기력하고 무료한 삶의 한 부분을 조금은 달래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어느날 갑자기 역에 나가 당장 출발하는 열차표 하나를 끊고 기차를 탔는데, 목포행이었다. 나에게 여행이 주는 설레임은 거기서 끝이었다. 기차를 타는 것 자체에 부여한 여행이라는 이름과 의미가. 목포역에서 내려 제일 먼저 한 것이 집에 되돌아가는 열차표를 끊는 것이었으니까... ㅡ.ㅡ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은 짓이었는데...그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떠나려 마음 먹는 기회, 충동적으로 기차를 타고 싶다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기회,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과 설레임을 동시에 느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기회...그 많은 기회가 그대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다시 언제 또 올지도 모를 기회임을 그때는 미처 몰랐을테니까...
지금도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 다 가는 피서도 오히려 '멀리 혹은 가깝게' 어디로 떠남이 목적이 아니라 오직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의 시간이 피서이고 휴식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다가온 이 책 <집보다 여행>.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그대로 책 속에 담겨 있으니 어쩌면 좋을까...
집보다는 여행을 통한 세상의 경험을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가 남다르다. 보통 여행서 하면 여행지의 사진이나 특징이 가득 담겨 있고, 저자의 느낌이 약간 첨부된, 여행 안내 책자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곤 했는데, 이 책은 그동안의 여행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여행을 통해서 느낀 저자의 철학과 세상을 보는 눈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저자가 갑자기 여행과 캠핑에 중독처럼 빠져든 이유, 답답함이 불러오는 숨막힘의 순간을 견뎌낸 모습들, 부랑자처럼 여행을 다니던 순간들, 그 길에서 만난 사랑과 함께 하는 시간들, 여행이 주는 모험과 안정의 조화를 이루어가는 인생을 만들어가던 의미들이...그리고, 여행에 대해 가지는 막연한 기대감과 가벼움에 대한 충고들...

우리가 여행을 떠나려는 이유...?
누구나가 먼저 떠올리는 것이 휴식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쉬고 싶다는 이유로,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말로 떠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 낯선 곳이 주는 설레임과 자유(어쩌면 방종일지 모를)를 누리고 싶은 기대감에 들뜬 마음이 조금은 당연스레 여겨지는 순간을 만끽하고픈 생각들에 떠나는 것. 이제껏 그 정도를 여행의 이유나 의미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여행서들을 보면서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과 기대를 잔뜩 가슴에 안고서...^^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여행이라는 것의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여행은 자신을 여러가지 위험에 노출도 하면서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것일 수도 있고,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진정한 모험을 즐길 수 있어야 하며, 돌아갈 곳이 있는 집에 대한 안정의 마음도 동시에 품게 되는 그런 시간들...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그의 인생철학이 담긴 여행서다. 여행이 주는 깊은 의미를 또 다른 모습으로 들려주는 듯한... 

나에게는 이 책이 여행이라는 막연한 꿈을 꾸게 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어렵고 깊은 인생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그 어디서도 쉬운 것은 없으며, 초극소심의 나에게 너무 어려운 도전을 던져주는게 아닌가 싶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기도 하고,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완전하게 깨닫지 못한 느낌이다. 사람이 저마다 다르니 와닿는 정도도 다르겠지만, 무언가를 내가 많이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편함이 많이 들게 했던 부분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저자가 말해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자유를 향한 우리의 모습과 의지는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고 드러내놓아야 하는 부분이며, 우리는 또한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므로...그러한 삶을 살아갈 가치도 있고 자격도 있으므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내 운명의 주인은 나 자신이고 내가 선장이므로... ^^ 

사실 쉽게 쉽게 한페이지가 넘어가지는 않았다. 여행이 주는 바람 같은 느낌을 조금은 가볍게 느끼고 싶은 선입견에 첫페이지부터 넘겼는지도 모른다. 어렵다고만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한 것이 그런 진행을 주었나보다. 마지막까지 페이지를 놓지 않았던 것을 보면 꼭 어렵지만은 않았다는 것일텐데... ^^
배워야 할 것은 여행에서 다 배웠다는 저자의 인생이 조금은 더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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