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 넬슨의 <블루엣>

2024년에 작가의 다른 작품이 한 편 더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2019년에 출간되었다.

절판되어 독자의 갈증을 불러일으키고, 중고 가격이 고가로 거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더 궁금하다.

파란색이 불러낸 예술가와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들려올지...

절판된 상태로 독자가 고가의 중고책을 찾아다니게 만들었다고 하니, 더 궁금해지네.

 


 







체사레 파베세의 <아름다운 여름>

당장 읽지 않아도, 언제 읽을지 몰라도 사게 되는 책이 녹색광선 출간작이다.

책을 수집하듯 사게 된다는 게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왜인지 꼭 갖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이상스러운 마음.

거의 일 년에 두 권 정도 출간되는 듯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예쁜 책, 갖고 싶은 책으로 만들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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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메이드 3 - 하우스메이드의 집
프리다 맥파든 지음, 정미정 옮김 / 북플라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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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위험하고 나쁜 일을 하긴 했지만, 어려움에 부닥친 여성들을 도우면서 밀리가 덕을 쌓았나 보다. 밀리의 인생 이제 평범하게 살아가는 듯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좁은 집이 불편하니 더 큰 집으로 이사도 했다. 내 아이들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 바람을 드디어 이뤄냈다. 뉴욕의 좁은 집에서 살던 밀리의 가족은 롱아일랜드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밀리도 우리네 인생과 다를 거 없었다. 크고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어도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대출금을 갚으려면 더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야 했다. 돈 때문에 걱정하는 걸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려면 엔조가 하던 일을 롱아일랜드로 옮겨와야 하는데, 새로운 고객을 찾는 게 쉬운 것도 아니었다. 이 집의 상황을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옆집 여자 수젯은 부동산 중개업자로 엔조에게 고객을 많이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앞집 여자 재니스는 세상의 위험에 과하게 걱정하고 살아가면서 예민하게 군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는데, 밀리는 수젯과 재니스를 보면서 이웃과 잘 지내는 것도 힘들겠다고 생각한다. 수젯은 엔조에게 추파를 던지며 밀리를 짜증 나게 하고, 재니스는 밀리의 집을 감시하듯 쳐다보면서 불안감을 심어준다. 아파트도 마찬가지지만, 역시 이웃을 잘 만나야 일상이 평온하다.


수젯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밀리는 퇴근 후 수젯의 집으로 향한다. 수젯과 담판을 짓고 다시는 엔조에게 추근대지 못하도록, 자기 신경 거슬리는 짓을 못 하도록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막상 수젯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다시 나와야 했다. 거실 바닥에 목이 베인 시체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 피가 흥건하게 퍼져 있었다.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좀 조용하게 사는 줄 알았는데, 다시 살인 사건에 말려들고 말았다.


모든 게 안정되어 간다고 믿었는데, 왜 또 이상한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지. 엔조도 하는 일이 정착되고 있었고, 사회복지사 일을 하는 밀리도 자기 일에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도 밝게 잘 지내면서 새로 옮긴 학교생활도 적응하고 있었는데, ... 본의 아니게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된 밀리는 자기 전과 때문에 용의자나 범인으로 몰릴까 봐 걱정이다. 아직 아이들이 밀리의 과거를 알지 못하기에 더 걱정되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가족, 아이들, 어렵게 일군 행복을 지켜야만 했기에, 이 살인 사건에 연관되지 않은 존재로 남으려면 뭐든 해야 했다. 그런데, 뭘 해야 하지?


심장을 조여 오는 심리 스릴러라고 했는데, 그건 아닌 듯하다. 솔직히 중반까지는 밀리와 엔조의 결혼 후 10여 년 세월이 종종 언급되면서, 옆집 여자 수젯과의 갈등에 이 부부에게 권태기가 왔나 싶기도 했고, 본격적인 스릴러는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자꾸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설레발만 치는 것 같기도 하고. 밀리와 엔조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부모로 등장한다는 소개 글에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 같아서 우려했어도, 앞서 읽은 시리즈의 두 편은 나름 괜찮았기에 역시나 이번에도 밀리의 활약을 기대했건만. 솔직히 너무 지루해서, 이 시리즈가 얼마나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3편 같이 흘러간다면 다음 편은 안 읽어도 될 것 같다. , 어쩌면 세대가 달라지면서 주인공이 바뀌게 된다면, 혹시 분위기가 다시 시리즈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재미가 살아날지도.



#하우스메이드3 #프리다맥파든 #북플라자 #소설 #추리 #스릴러 #하우스메이드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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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와 광기
야콥 하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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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하고 있을 때(그래봤자 운동을 싫어하니 먹는 것만 조절하고 있을 때), 가장 힘든 건 한밤중에 허기가 찾아올 때다. 먹는 양을 줄이고 움직임을 평소보다 더 늘리다 보니 때때로 찾아오는 허기짐은 배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빨래하러 세탁기 쪽으로 가고 있는데, 아파트 뒤쪽에 열어둔 베란다 문틈으로 라면 냄새가 밀려 들어오더라. 하아, 도대체 누구냐. 누가 이 시간에 라면 냄새를 풍기며 내 속을 요동치게 하는 것이냐. 화가 난다. 먹으면 그만인데,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마음은 곧 분노가 된다. 내가 안 먹는다고 누가 칭찬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먹는다고 누가 잡아가는 것도 아닌데,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 물론 건강과 외모 때문이라고 하지만, 내 맘대로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온 신경이 예민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슬프다.


나의 상황과 조금 다른 얘기지만, 주인공이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는 상황은 내가 경험한 다이어트의 시간과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가까운 미래의 독일. 채식주의가 사회의 주류가 되었다는 설정이다. 개인의 기호에 맞게 먹는 걸 선택하는 게 아니라, 채식주의를 안 하면 이상한 인간 취급받는 분위기였다. 알 것 같다. 틀린 건 아닌데 틀렸다고 보는 시선들 말이다. 그런 분위기가 거기서 멈췄다면 다행인데, 이미 세상이 달라졌다. 정육점이 거의 사라졌고, 그나마 몇 개 안 남은 정육점은 유해시설로 분류되었단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정육점이 유해시설이 될 수 있느냐고?! 주인공인 는 육식을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지만, 자신을 미개인으로 보는 사회의 시선을 견디기가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육식을 끊어보기로 한다.


채식주의 생활에 들어간 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렇게 바뀐 세상에 일원으로 인정받는 건 쉬웠으나, 그의 몸은 폐허가 되어갔다. 육식의 금단 증상은 예상보다 심각했고, 머릿속에는 고기 생각으로 가득했다. 눈앞으로 헛것이 보이는 것은 일상이고, 치아도 빠졌다. 고기가 채워주던 단백질이 부족해서 그런가. 얼마나 고기가 그리웠던지, 누가 먹다가 땅에 떨어트린 소시지가 그의 시선을 한참 붙잡기도 했다. 갑자기 채식만 해서 그런지 왜인지 똥 싸는 것도 문제가 생겼다. 이상하다. 나는 변비가 찾아오려고 하면 일부러 채소를 더 먹고 공복에 차가운 우유도 때려 넣고 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갑자기 바뀐 채식의 삶으로 똥 싸는 게 어려워졌다니. 갑자기 채식하면 이렇게 되는 걸까.


먹는 걸 조절하기 어려웠을 때 단식원에 들어가 볼까 고민한 적도 있다. 아무래도 혼자서 이 조절에 성공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도 마찬가지였다. 채식주의 세상에 속하고자 애쓰던 그는 유명한 채식주의 블로거 톰 두부가 공유해주는 정보를 참고해서 채식 생활을 잘 이뤄내고 싶었다. ‘톰 두부에게, 이 위기를 견디는 방식의 하나로 육식이 그리울 때마다 글로 써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먹지 못하는, 육식으로 가득했던 삶의 즐거움을 글로 적어보면서 상상으로나마 섭취해보라는 의미인가. 어쨌든 뭐든 이 위기를 넘기는 방법이 된다면 못 할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점점 에게도 채식이 익숙해지는 듯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육식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의 경지에 오를 거로 믿었다. 남편의 육식을 이해하지 못해 떠난 아내도, 회사의 동료 속에도 다시 속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렇게 왕따 취급받는 삶은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 좋았어. 이제 도 완벽한 채식주의자로 거듭날 수 있어. 성공의 순간이 멀지 않았다고!


목표를 향해 어느 정도 잘 되어가고 있다고 믿을 때. 그 믿음을 훼손하는 무리가 찾아오는 건 다이어트의 순간과 닮았다. 식사 조절에 내 몸이 익숙해질 무렵, 줄어든 식사량이나 칼로리 낮은 음식 섭취에 적응되어 안심할 때, 한밤중의 라면 냄새처럼, 어느 상가 근처를 지나다가 달콤·짭조름한 갈비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처럼, 나의 뇌를 뒤흔드는 순간이 찾아온다. 라면 국물 한 입만, 잘 익은 갈비 한 조각만 먹는 건 괜찮지 않을까? 미치겠다. 이미 아는 맛이라 견디는 게 더 힘들다. 주인공인 에게도 라면 냄새, 갈비 냄새가 찾아왔다. ‘톰 두부가 비건 친구들을 앞세워 채식주의를 주도하려고 했다면, 또 다른 토론의 장에서는 육수맛내기69’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쓰는 인물 베르트가 채식주의를 비판하면서 육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피력했다. ‘는 베르트를 만나고 채식주의를 중단하기로 한다. 채식주의가 선전하는 좋은 의도를 믿지 말라면서 그가 권하는 육수 한 잔에 마음이 요동친다. 우리가 혹한 채식주의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면서 속지 말라고. 동물의 존재 이유가 육식주의자를 위해서라나 뭐라나, 비타민이나 두부로 육식을 대신하며 채식의 건강함을 말하는 게 특정 회사의 배를 불리는 계략이라는 듯이 말하는 베르트의 언변에 의 몸은 다시 육식의 세상에 푹 담긴다.


는 어떻게 변할까. 주인공이 채식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과 이유도 괜히 억울한 마음이 컸지만, 다시 육식의 세상으로 뛰어든 주인공이 어떤 삶을 또 만들어갈지 궁금했다. 이미 아는 맛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 고기를 굽고, 맛있게 적당히 익힌 고기를 씹는 식감, 잘 어우러지는 소스를 얹어서 한입 베어 물면 입에서 녹아내리는 그 맛. . 이 맛을 잊을 수 없어. ‘는 이 즐거움을 나만 느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자기와 같은, 채식주의를 하다가 육식주의자로 개종할 사람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가 베르트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 고통스러운 채식주의에서 행복을 되찾은 육식주의자가 되었던 것처럼, 누군가 자기와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공감하면서.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새로운 육식주의 신도의 전도에 성공하면서, 이제 그의 모든 삶은 육식주의로 가득 채워졌다. 다시는 과거로, 사람들의 시선에 총을 맞으면서 견뎌냈던 채식주의로 돌아가지 않으리. 절대.


주인공의 육식주의는 계속될 수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혹시나 다른 채식주의자들이 그를 공격하지 않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그의 주변에 남아 있는 채식주의자들은 돌아선 그의 육식주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니, 그의 사회생활이 예전의 일상으로 정상으로 여겼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듣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나 같은 독자의 이런 평범한(?) 궁금증이나 결말을 깡그리 무시한 것처럼, 전혀 다른 반전을 내놓음으로써 뒤통수를 갈겼다. 아니, 이럴 수가! 정말이지, 이 소설의 장르가 추리소설이었나? 아니, 추리소설이 아니어도 이런 반전이 가능하구나. 이 배신감, 이 분노를 책임지라고. 아아아아아아악~~!!


채식이냐 육식이냐 그걸 따지자는 문제가 아니었다. 인간의 육식을 위해 재배하듯 키워지는 가공육의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육식을 포기하고 채식만 해야 하는 건가 하면 그것도 아닌 듯하다. 극과 극으로 치달을 필요도 없고, 최소한 각자가 바라는 식습관의 방향, 육식이든 채식이든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맞는 거 아닌가? 타인이 나의 식탁 위 음식을 정하거나 방향을 정하는 건 아니어야 하니까. 그래도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육식과 채식은 공존해야 하는 거로 생각하는데, 그 육식의 식탁에 오르기 위한 고기들을 어떻게 키워내고 가공해야 하는 게 맞는 방식인지 고민할 필요는 있겠다. 이 소설이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하고자 하는 결론처럼, 그들 모두 옳습니다.


부탁입니다. 제게는 창살 밖의 자유로운 삶이란 없습니다. 저 밖에서는 두 번 다시 안전해질 수 없을 겁니다. 목숨을 걸지 않고는 길을 건널 수도, 레스토랑에 갈 수도, 이 세상 어느 간이식당에서 먹을 수도 없을 거예요. (중략) 너무나 모순된 이야기로 들리지만, 그들 모두 옳습니다.” (125페이지)



#소시지와광기 #야콥하인 #문학동네 #소설 #독일소설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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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 잠드는 게 너무 좋아서 9월이 온 걸 잊고 있었다.

아, 이렇게 또 9월이 와버렸네. 그렇게 끝나기를 바랐던 여름이었는데, 뭔가 서운하다. ㅠㅠ

어제는 저녁에 동네 산책하고 있는데, 벌써 붕어빵이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직 낮에는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 것 같아서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제 붕세권을 찾아다니는 계절이 오고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더위에 '헉헉' 하다가, 폭우에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다가, 이렇게 가을이 오고 있었네.

분명 가을을 기다렸는데, 또 스치듯 그렇게 빨리 지나가 버릴 것 같아서 벌써 아쉽다.



주변의 심란스러운 상황에 빠져 있느라, 여전히 책을 안 읽고 있었다. 

여름에는 더워서, 한 가지 일을 마무리 하면 또 다른 일이 터지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심신이 피곤하니까 좀 누워 있느라 시간을 보냈고, 긴 시간은 아니지만 가끔 육체 노동도 하느라 바빴다고 또 핑계를 대본다.

여러 권의 책을 조금씩 읽어가는 일, 이런 걸 좋은 말로는 병렬식 독서라고 하던데, 

책 한 권에 두세장씩 페이지를 넘기는 건 병렬독서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좀 부끄럽잖아? ㅎㅎ

진짜 몇 페이지 넘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새삼 알게 된다.

그래도 책을 계속 사는 건, 차분해지지 않는 마음을 달래주려는 약이라고 우겨본다.




하우스 메이드 3.

솔직히 3편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출간 소식을 듣고 좀 놀라긴 했는데,

자석에 끌려가듯 그래도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러다가 토지 같은 긴 이야기로 , 계속되는 이야기에 밀리의 환혼까지 펼쳐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밀리와 엔조가 결혼을 했대. 아이도 두 명이나 있다네. 올해 말 영화로 개봉된다는 소식도 함께...

이게 끝인가 싶다가, 혹시 또 4편이 나오는 건 아닌가 몰러.




<사랑의 가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이 두 권의 책은 알라딘 서재에서 언급되는 것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마치 이 공간의 필독서 같다. ^^

소개해 주는 알라디너님들의 글이 너무 재미 있어서,

아, 내가 아이돌이나 K팝은 잘 몰라도 이 책들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랑의 가설> 읽어보고, 훅 빠져들면 <러브 온 더 브레인>까지 달려보겠다고 생각해 보는데, 올 해 안에 가능하겠지? 다행히 이 세 권 모두 도서관 비치 자료여서 시간 여유 두고 챙겨보겠다고, 불끈! 그러고 보니 로맨스 소설 읽은 지 너무 오래 됐다. 한 번씩 말랑말랑한 이야기 만나면서 가슴도 두근거려줘야지, 나 살아 있나? 확인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시리즈의 또 한 권, <아무튼, 맛집>

지금 내 몸뚱이가 만들어진 건, 그놈의 '맛집'이란 단어를 알게 되고 나서부터인데,

몰라도 좋을 것을 알게 된 것처럼 후회가 되기도 했다.

적당히 끼니만 때우면 되는 게 식사였는데, '맛있는' 게 이렇게 많다는 걸 알고 말았으니니. 

이제는 못 끊어. ㅠㅠ

저자처럼 맛집 투어를 주제로 전국을, 전세계를 다닐 수는 없지만(귀찮음 때문에라도 그렇게 못 하는),

죽을 때까지 이 동네의 맛집도 다 찾아다닐 수도 없겠지만,

맛있는 것을 떠올리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건 기분이 좋다. 히히.

사실, 세상 가장 최고의 맛집은 엄마가 해주는 밥이 차려진 곳인데 말이다.




이기호의 장편 소설을 그렇게 기다려왔는데, 아직 몇 페이지도 넘기지 못했다.

이시봉의 등장과 주인공의 아버지의 관계, 뭔가 숨겨진 이야기 하나씩 찾아가는 듯한 분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꾸역꾸역 읽고 있는데, 아직 집중하지 못해서 그런지 초반부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마치 숙제 하듯 읽어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 그동안 만나온 이기호의 작품이 너무 좋아서다.

읽어야지. 가독성 좋은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보고 싶기도 하지만, 유머스러운 문장에도 녹아든 진지함이 그리워서다. 이 이시봉이 그 이시봉이었다니. ㅎㅎ

늦어도 이번 주에는 이시봉의 우여곡절 여정에 동참해야겠다.





처음 방광염을 경험한 건 중학교 졸업 무렵이었다.

그냥 개운하지 않은 어떤 느낌 정도로 여겼는데, 이게 병이라는 것을 병원에 다녀오고서야 알았다.

진료 받고 주사도 맞고 약도 먹고, 밤새도록 괴로워했던 게 언제였냐는 듯 개운해진 몸이 반가웠다.

아, 병이었구나. 그 후로도 가끔 몸이 피곤할 때나 기운이 없을 때 한 번씩 찾아오는 방광염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곤 했는데, 사실 병이라는 게 안 걸리면 가장 좋은 거 아니겠나. 그래도 내가 예상하지 않은 순간에 한 번씩 또 만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피하기 보다는 더 잘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가가 경험한 방광염을 시작으로 펼쳐진 이야기는 우리 몸의 방광에 대해, 특히 여성의 방광에 대해 더 잘 알 필요가 있음을 말한다. 나의 소중한 방광을 더 사랑하고 아껴주기 위하여...




샌디프 자우히르의 <내가 알던 사람>이 궁금했다.

오래 전부터 보관함에 담아 놓은 책을 펼쳐보려고 한다.

왜 우리는, 우리의 뇌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걸까.

알츠하이머는 정말 몹쓸 병이기만 할까?

어느 정도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지만, 감당이 안 되는 건 여전하다.

오죽했으면 치매에 걸리지 않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살까.

그만큼 우리 인생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병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돌보면서, 지켜보고 느끼고 확인하는 의학적 탐구이자,

죽음보다 무서운 병에 맞서는 여정이 들려온다.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알츠하이머란 녀석.





주변에 아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심란한 요즘이다. 

누구는 심각하게 아팠고, 누구는 이 세상과 이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상황에 부딪히는 건 나이를 따지지 않고 찾아왔다. 안다. 아는데, 이런 소식 접할 때마다 조금 힘이 든다.

너무 잘 아는 감정이어서, 언제든 나에게 찾아올 상황이어서 말이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원래 끝이 있으니 새삼스러운 여정도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식에 기분이 더 다운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마도, 계속되는 불안에 어떤 책을 펼쳐도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눈은 책 속 문장을 보고 있는데, 그 문장들이 머릿속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명절이 벌써 부담스럽고, 여러 가지 이유로 다툼이 생기는 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해답은 있는데, 누구도 그 해답 근처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고집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해결되지 않으면 잘라내는 관계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 잘라내는 걸 할 수 없는 관계도 있어서 더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든, 서로가 바라는 마음을 인정할 때까지 끌고 가야 하는 건지 뭔지...


누군가는 이번 추석을 지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더 심란해진다.

인간이기에 각자의 상황에 맞게 또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때로 누군가의 삶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너무 주관적인 시선일까.


아직은 한낮의 더위가 힘들고 벌써 가을인가 싶어서 조급함이 밀려들지만,

그래도 가을이 조금은 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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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1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리와 엔조가 결혼했군요. 전 2권에서 초반에 밀리가 다른 남자랑 사귀잖아요. 그래서 또 헤어지고 다른 남자랑 결혼하나라는 생각도 잠시 했는데 다행입니다. 저는 엔조 좋아요. ^^그리고 저는 저 로맨스 3권 중에 이제 사랑의 가설 하나 남았습니다. 이분 로맨스는 로맨스로 읽힙니다. ㅎㅎ

방광염은 저도 가끔 찾아오는 병인데 이게 약간 전조증상이 있지 않나요? 제 경우에는 그렇거든요. 미묘하게 느껴져요. 그럼 그 때는 저는 생수병을 들고 삽니다. 물 진짜 많이 먹어요. 그럼 왠만한 경우에는 오다 가더라구요.
어쨋든 우리 모두 건강해야 하는게 제일 중요한거 같아요. 부산은 아직 여름이지만 바람의 온도가 바뀌는건 느껴져요. 짧은 가을이 정말 좀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구단씨 2025-09-19 14:0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전조증상이 있어요. 그 불편한 기분이요.
평소 물을 자주 마시는데도, 가끔은 심각하게 찾아올 때가 있어요.
그땐 병원에 꼭 가야해요.

가을이 좀 길었으면 해요. 정말... 그동안 우리가 만난 가을이 너무 짧았어요.

저도 처음에 밀리와 엔조가 헤어졌을 때, 계속 다른 남자 만날 줄 알았어요. ㅎㅎ

다락방 2025-09-1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밀리와 엔조가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라고요? 와.. 이 시리즈는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려는걸까요 .. ㅋㅋㅋㅋㅋ

얼른 사랑의 가설과 샐리 루니 읽으시고 감상 적어주시죠!!

구단씨 2025-09-19 14:05   좋아요 0 | URL
저도 궁금합니다. 이 시리즈 끝나기는 할까요? ^^

두 권의 책은 저도 너무 궁금해서요. 가을이 가기 전에 꼭 완독하고 싶어요!!

단발머리 2025-09-13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우스 메이드 반가운데 ㅋㅋㅋㅋㅋㅋ 사랑의 가설도 반갑고요. 샐리 루니도~~~
멀어져가는 가을을 붙잡아 매고 즐거운 독서의 시간 되시길요^^

구단씨 2025-09-19 14:06   좋아요 0 | URL
아!!! 다, 너무 반갑고 기대되는 책들이라서요. ^^

요즘에 밤을 넣은 디저트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밤 향기에 취해서 살도 더 찌고 있습니다. 하하하

2025-09-13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9-19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면봉이라서 Dear 그림책
한지원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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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봉 못 봤어?”

거기 서랍 안에.”

없는데?”

다 떨어졌나? 그 많던 게.”


흔하디흔한 소모품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에도 다 있다는 그 매장에서 사서 온 면봉. 1천 개가 들어있는데, 1천 원이다. 한 개에 1원이라는 말인가. 요즘 세상에서 이런 가격이 또 어디 있을까 싶지만, ‘다 있는 매장이라 가능한 가격인가 생각하기로 한다. 어쨌든, 언젠 사다 두었는지 모르지만 계속 그 자리에 있으니 사용해왔을 거다. 최소 1년 이상은 충분히 사용할 양에 1천 원이라는 가격은 합리적인가 아닌가 계속 생각해봤는데, 명확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용해야지. 일상의 필수품이 되어버렸으니, 가격이 합리적이든 아니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이 면봉이란 아이는 스스로 광부라고 말한다. 어둡고(콧구멍), 비좁은 동굴(귓구멍)에 들어가서, 누렇고 딱딱한 걸 캐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에이~지지~) 얼굴이 까매지도록 석탄을 캐기도 하고(눈화장 정리), 가끔은 피를 묻히기도 한다(립스틱 번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문질문질~). 때로는 구급약 상자의 필수품으로 자리를 지키기도 하고, 공구함의 보조 기구 역할을 할 때도 있다. 특히 쌓여가기 쉬운 틈새의 먼지를 쓱싹쓱싹 닦아내면서 꼼꼼함을 자랑하기도 한다(놓치지 않을 거예요~).




이런 거 기억하면 정말 옛날(?) 사람인데, 요즘 사람 중에 성냥 아는 사람 있을까? 십 대인 우리 조카들도 어렸을 때는 거의 몰랐던데, 최근에는 케이크 사면서 초를 같이 받을 때 긴 성냥을 주기도 하고, 언젠가는 상품 구매하면서 사은품으로 제작된 성냥을 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 예전에 그거 있었잖아. 팔각성냥. 그 팔각 통에 가득 담겨 있던 성냥이 굳이 불을 붙이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자꾸만 사라지는 이상한 일이 흔했다. 그 안에 담긴 성냥 꺼내서 사각으로 만든 도형 이동 퍼즐에 쓰기도 했는데, 성냥갑에서 나온 개수와 사용하고 다시 들어가는 개수가 꼭 달라진다. 어디로 탈출한 건지 증발한 건지. , 내가 성냥 얘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닌데 자꾸 삼천포로 빠진다. 그때의 우리가 성냥갑으로 놀던 퍼즐에 지금은 면봉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거지. 성냥 길이의 거의 두 배에 가까워져서, 혹시나 이런 퍼즐을 하고 싶다면 자리를 넓게 펴야 할 것 같아.


생각보다 면봉이 하는 일이 참 많았다. 일상의 곳곳에 비치되어 손만 뻗으면 손에 닿을 정도로 흔하고 익숙한 자리에 있었다. 쓸모가 많아서 귀한 아이인데, 그 귀함을 모른 채로 가볍게 사용해온 건 아닌가 싶어서 미안해지기도 하더라. 밀도가 높았던 면봉의 집에서 면봉이 하나둘씩 탈출하면서 점점 그 대열이 흐트러진다. 반듯하게 세워져 있던 아이들이 가로로 세로로 대각선으로 그 자리를 이동하면서, 몇몇은 사라져서 안 보이기도 한다. 시절 인연처럼 그렇게 사라지는 건가 싶을 때, 한 친구가 다이어트에 성공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니,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거여. 면봉의 삶이 지겨워졌나? 새롭게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된 건가? 뭐지, 도대체?


가끔 타인의 삶을 부러워한 적이 있다. 지금도 수시로 그런 감정이 찾아올 때가 있다. 나는 이 모습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건지,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한 번씩 자기 검열 같은 시간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타인의 인생이 기준이 된 계산법은 항상 어긋났고, 나와 맞지 않았다. 기본적인 성향부터 살아온 환경까지, 나아가고자 하는 가치관의 기준까지 달랐다. 그러니 비교 대상부터 틀렸던 거다. 그냥 나 자신과 비교하는 나의 모습이 우선이어야 했다는 것을.



면봉도 꿈이 있었다. 오색찬란한 색을 칠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더 넓은 세상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내가 갖지 못한 타인의 재능을 부러워하며,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건지 수시로 묻기도 했다. 처음에, 면봉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친구가 살아가는 모습에 놀라워하기도 했지만, 그 화려함 뒤로 친구의 진심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뭔가 크게 다를 줄 알았는데, 결국 변신에 성공한 그 친구가 자기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인생의 얄궂음을 떠올린다. 여기서 뛰쳐나가면, 지금과 다른 것을 향해 가면 인생 항로 크게 달라질 것 같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더라 하는 깨달음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다른 시도를 하지 말라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라는 말이 아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 내 모습이 하찮거나 쓸모없지 않다는 것을 상기하며 살아가는 일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가끔 부러질 때도 있지만, 이게 끝이 아님을. 재밌고 설레는 일들이 생기는 게 우리 일상일 테니까.’


내가 나로 살아가는 일이 가치 있음을 시사하는 이야기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다가 면봉이 주인공이 되어 이런 이야기가 탄생했는지 놀라우면서, 습관적으로 면봉을 사용하면서 겪었던 일상의 소박한 에피소드에 가치를 담아냈다. 한 개에 1원 취급받고, 함부로 쓰고 버려도 괜찮은 일회용품 같지만, 없으면 불편한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 아닌가. 앞으로 면봉 사러 가면 분명 지금과 다른 시선으로, 이 제품의 가치를 새롭게 느낄 것 같다.



* 이 책에 면봉을 표현한 즐겁고 유쾌한 그림이 많이 담겨 있다.

  그 그림을 다 옮기고 싶은데, 스포일러가 될 까봐 못 옮기는 게 아쉽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면봉의 궁금하다면 펼쳐 보기를. ^^



#면봉이라서 #한지원 #그림책 #사계절 #어린이책 #면봉의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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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9-13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면봉을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군요. 굿 아이디어 같습니다.

구단씨 2025-09-19 14:08   좋아요 0 | URL
재밌었어요.
때마침 면봉 사가지고 들어온 날이어서요. ^^
면봉이 하는 일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았다는 게 놀랍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