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브라우니
김지운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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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배가 고플 때 읽어서 그런가, '브라우니'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코끝에서 달콤한 냄새가 맡아지고, 목으로 침이 막 넘어간다. 아, 진짜 배고팠어. 그런 때 부드럽고 달달하고 촉촉하게 입안으로 들어오는 브라우니는 상상하니 침이 고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지. 초콜릿 색깔로 어두컴컴하게 보일 외모일지라도, 그 맛은 컴컴한 것과는 전혀 다른 환한 달콤함 아니겠어? 생각만 해도 또 배가 고프다... ㅠㅠ

 

 

소아과 선생인 브라운. 모두 닥터 브라운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선생님 초콜릿 빵을 너무 좋아하는 거야. 갈색 곰의 몸으로 어린이 환자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한데, 어째 식성은 이렇게도 아이들 입맛에 딱 어울리는지 몰라. 그 외모가 주는 무서움만 아니라면 아이들에게 더없이 환영받을 선생님일 텐데... 특히 아이들은 병원 가는 거 정말 싫어하잖아. 아무것도 안 해도, 주사를 안 맞는다고 해도 막 무섭기부터 하니까 말이야. 생각해보면 나도 주사 진짜 무서웠어. 지금도 무섭다니까. 그러니 아이들은 병원이 얼마나 무서운 곳이겠어. 설상가상 선생님 외모가 한 번에 확 잡아먹게 생긴 곰으로 보이니, 이걸 어쩌면 좋아.

 

 

브라운 선생님은 그게 슬펐던 거야. 자기는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는데, 부드러운 브라우니를 너무나도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자기 맘을 모르는 거지. 자기도 알고 보면 달콤하고 부드러운데, 왜 아이들이 자기를 무서워하는지 몰라서 힘든 거야. 그런 꿀꿀한 기분으로 브라운 선생님은 그날도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브라우니를 먹고 잠들었어. 달콤한 꿈을 꾸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쿨쿨 잤어.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브라운 선생님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지. 브라운 선생님이 브라우니로 변해버린 거였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브라운 선생님은 몸을 숨겨가며 병원으로 갔는데, 차마 간호사나 환자들을 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던 거야. 자기가 브라우니로 변한 걸 들키면 어쩌나 계속 걱정이 된 거지. 돼지 간호사도 코를 킁킁거리지만 알아채지 못한 게 다행이었어. 그리고 환자들이 한 명씩 계속 들어왔지. 고양이는 브라운 선생님이 유독 오늘 푹신하게 보인다고 좋아했고, 강아지는 브라운 선생님에게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좋아했어. 그리고 토끼. 토끼는 브라운 선생님을 가장 무서워했는데, 토끼는 보자마자 바로 알아챈 거야. "앗! 선생님. 혹시 브라우니가 되신 거예요? 브라우니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빵인데……" 이런, 이런. 토끼는 브라운 선생님이 브라우니로 변해서 무서워하지 않게 된 거지. 그게 너무 기뻐서 브라운 선생님은 몸에서 브라우니 한 조각을 뚝 떼어 토끼에게 주었어. 나는 여기서 그냥 빵 터져버린 거야. 자기 몸의 한 조각을 뚝 떼어주면서 '맛있게 먹어~' 하는 목소리가 막 들리는 거 같잖아. ㅎㅎㅎ

 

 

병원이 마냥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살면서 병원 한 번도 드나들지 않을 수가 없다. 어른들도 가기 싫어하는 병원을 아이들이라고 즐겁게 다닐 수 있을까. 게다가 울음마저 바로 전염되는 것 같은 소아과에서 아이들을 달래고 어르며 진료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조카들 데리고 몇 번 간 적이 있어서 소아과의 분위기를 모르지 않는다. 진찰받기도 전부터 칭얼거리고 싫다고 거부하고, 울기까지 하는 아이를 달래기가 힘들기도 하다. 이 책은 그 공포를 달콤하고 포근한 이미지로 바꿔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병원은 이런 곳이고, 선생님은 이렇게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며, 진찰받는 게 무섭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브라우니의 달콤함으로 설명한다. 피해갈 수 없는 곳이기에 외면보다는 적응이 필요하다. 좋은 경험으로, 일단 무서워서 울기보다는 이런 분위기의 병원을 들려주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 같다. 겉모습이 무섭게 생긴 갈색 곰 선생님이지만, 아기 토끼도 좋아하는 브라우니를 가장 좋아하는 걸 보면 마음은 아기와 같으니 공감대 형성도 될 거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 가능한 상상의 모습까지 그리면서 호기심을 갖게 한다. '브라우니를 먹고 잤더니 브라우니가 되었다는 게, 말이 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에는 통하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자기 몸에서 브라우니를 떼어주는 모습을 떠올려 봐. 웃기지 않아? (나만 웃긴가?)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브라운 선생님은 자기 몸에서 그렇게 브라우니를 다 떼어주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걱정이... ㅠㅠ

 

달콤하고 부드러운 브라우니 한 조각으로 아이들의 시선이 변할 수도 있다는 기분 좋은 상상에, 병원을 설명하는데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조카들이 지금보다 더 아기였을 때가 자꾸 생각난다. 주사를 찌르지도 않았는데, 주삿바늘만 보고서도 주사 열대 맞은 것처럼 울어대던 모습이... ㅋㅋ 병원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병원을 가기 전에 한 편의 동화로 읽어주면서 마음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안성맞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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