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전쟁 - 내 냄비 속에 독이 들어 있다고?
주자네 셰퍼 지음, 마정현 옮김 / 알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과한 정보와 걱정이 만드는 게 독. 『웰빙전쟁』

 

겁나게 하는 제목에 비하면 내용은 참 소박하다. 하지만 진지하고 무겁다. 그동안 우리가 음식에 대해 했던 생각의 변화를 끌어오기도 하고, 지켜가며 먹어야 할 식탁 문화도 언급한다. 무엇보다, 과한 걱정이 불러오는 음식의 공포를 다시 보게 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편식하긴 하지만, 음식에 관한 알레르기는 없다. 그래서 음식을 가려먹는 건 오롯이 취향의 차이로 행했던 일이다. 굳이 알레르기가 없다면 가릴 이유 없이 다양하게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입에 안 맞는 것만 가리는 편이었다. 이 책을 읽다가 보니 나는 참 음식이나 식재료에 관심 없는 인간이었나 보다. 건강 중독의 시대에 별생각 없이 아무거나 먹어왔던 거다. ‘그게 잘못된 건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계속 읽어보니, 이 책은 먹는 것에 대한 우리의 걱정이 좀 과하지 않는가, 하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먹지 말아야 할 이유가 너무 많은 거다. 그런데 그게 정말 이유가 되나? 혹시 우리가 어떤 염려증 때문에 너무 앞서갔던 건 아닐까? 먹는다는 건 기본적인 행위이고 본질적인 문제이지만, 요즘에는 그 기본에 더해진 온갖 말들과 연구들이 그 걱정을 더 하게 한다. 웰빙전쟁이라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 부분에서 과한 걱정을 내려놓으라고 듯하다. 물론 그 내려놓음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강박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의 해로움을 정신적으로 쌓아왔다면, 이제는 그러지 말고 조금 더 여유롭게 먹는 것을 바라보자는 의미로 들린다.

 

먹는 게 스트레스가 되면 말 그대로 독이 될 것 같다. 맛있게 먹어야 보약이 되는 음식이 해가 되어 내 몸에 쌓이면 불안을 품는다. 검증되지 않고 비과학적인 건강 비법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가 된다. 거기에 웰빙을 따르고자 하는 욕구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무엇을 먹지 말고 피해야 하는지 하나씩 살펴보면서 취사선택하게 한다. 저자의 말처럼, 요즘 건강중독의 시대인데,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식탁에서 결정되는 것 같다. ‘잘 살고 싶다면 먹지 말라는 시대’라는 조금 이상한 이 말이 왜 시작되었는지 물으며 답을 끌어온다. 많이 먹는 것이 부유하고 미덕이었던 시절이 지나, 과하게 먹는 게 건강을 해치고 문제가 되는 시대에 사는 우리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넘치게 먹으며 과체중이 되고, 비만은 온갖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많이 먹고 적게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웰빙의 덫. 내가 먹는 일에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이 덫의 이유가 된다. 사회적인 지위 유지에 그 ‘웰빙’이 조건이 되는 거다. 좋은 것을 먹는 것을 넘어서서, 나쁜 것을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독이, 모두 진짜 독일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 가짜 독이 판을 친다. 특정 체질에 치명적인 성분이나 농약 같은 성분은 사람에게 분명 독이 되지만, 과학이나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독이 우리 건강 염려증을 높이는 거다.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생기는 과한 걱정이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말들로 쌓는 불안이 독을 만드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전문적이고 다양한 예로 그 불안의 원인을 설명한다. 거기에 또 소비자가 어떤 집단에 의해 어떻게 속고 있는지도 볼만하다.

 

어떻게 먹어야 잘 먹고 잘사는 것일까? 조심해야 할 것과 무시해야 할 것을 구분하는 눈을 키워야 할 듯하다. 여전히 나는 그 먹는 것에 큰 부담이 없이, 먹고 싶은 것 먹고 먹기 싫은 것 피해가곤 하지만, 또 내 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섭취해야 할 것도 꾸준히 듣고 있다. 그게 섭취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 게 함정이지만... ㅠㅠ 어쨌든, 이 책으로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우리가 독이라고 생각하는 게 전부 독은 아니며,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 다 못 먹는 건 아니라는 거. 그런 것들로 우리 건강을 해치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으로 우리 식생활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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