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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누구든 어느 나라든, 안과 밖의 모습이 다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20여 년의 시간 동안 들어온 목소리를 그대로 전하는 저자의 마음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다. 또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역시나...

 

이제는 낯선 이름이다. 소련. 분명 내가 자랄 때 들어왔던 이름인데, 지금은 사라진 단어처럼 들린다. 소련이 무너지고 변할 거라 믿었던 사람들의 삶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생생한 증언으로 가득 채운 이야기다. 그 긴 시간 저자가 들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막상 그들의 삶을 듣고 있노라니 이상하다. 혼란 그 자체였다. 겉으로는 크게 다를 바 없는 삶인데 그들 내면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분명하지 않지만, 또 강한 어떤 목소리. 그 혼란의 시간을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증언으로 풀어간다. 무너진 소비에트 연방. 그렇게 공산주의는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바로 열릴 거로 생각했지만, 그들의 생각처럼 세상은 쉽게, 금방 변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들이 살아온 세상은 그랬다. 이도 저도 아닌,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닌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으로 볼 수 있는 건 풀어야 할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저자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은 그들만이 겪은 사회, 감정, 그들만의 생각을 말한다. 붕괴한 공산주의, 밀려든 자본주의와 돈, 아직 남아 있는 공산주의의 향수. 뭔가 아귀가 잘 들어맞지 않은 듯하지만, 그 시간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을 내가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모르지도 않을 것 같다. 생활에 직접 영향은 크지 않겠으나, 그 크지 않음이 서서히 쌓여가고 있음을 감지하는 건 가능하니까. 그게 한꺼번에 작용하는 순간이 오면 그 무너짐은 더 크게 다가올 것일 테니.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온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은 끄덕이면서, 잘 모르겠는 내용은 조금 더 읽어보려 애쓰면서 머리와 마음에 담으려 애썼다. 공산주의 국가를 살면서 공평하지 못했던 삶이 아이러니였고, 그 계급의 차이에 물음표도 던져본다. 자본주의 사회와 다를 게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그들이 지향했던 세상은 도대체 뭐였을까.

 

1990년대 그 세상이 붕괴하면서 드러나는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이 비치던 것은 욕망의 연장선이었다. 바뀐 세상에서도 큰 변화가 없을 바탕이었다. 희망을 품고 살아가려는 세상 그 기저에 깔린 고통이라고 해도 좋을까. 그에 희생자가 늘어날 뿐이다. 저자가 만나고 인터뷰한 사람들은 다양했다. 공산당 간부부터 평범한 일반인까지, 그들이 겪은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에 충분했다. 그 시간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증언을 듣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들이 하나같은 목소리로 하는 얘기는 결국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소비에트 시대의 마지막 증언들이라고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그들의 증언이 품고 있는 건, 그들이 바라는 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처 적응하지 못한 사회에 스며들지 못하고 향수를 불러오는 감정이 남았다. 과거로의 회귀가 답인 것처럼 여기는 순간들이 존재하는 것. 뒤로 돌아가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 시대에 발 묶인 사람들의 마음을 듣는 순간이다.

 

모든 변화의 목적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것이어야 할 텐데, 그 뜻을 다 이루지 못한 세상에서 여전히 혼란을 겪는 목소리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의 인터뷰를 조금씩 들으면서 아직 찾지 못한 답을 구해야 할 것이 남은 듯하다.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종말이 하고 싶은 말은 비단 그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기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려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기에.

 

많이 무거운 이야기였다. 이해가 쉽지도 않았다. 내가 여전히 그 이해에 다다르지 못한 부분이 많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혼란의 시간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아서, 그 이해에 가까이 가고자 노력할 뿐이었다. 그 노력은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이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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